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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첫 창작집 『불란서 안경원』에 수록된 10편의 중단편은 등단작 「불란서 안경원」에서 최근작「내 사랑 클레멘타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숙한 단편미학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문체를 바탕으로 미묘한 인간관계의 내면과 삶의 심층을 진집하게 파고드는 그녀의 소설은 때로 음험하고 불길하면서도 음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커다란 공명을 일으키며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누추하고 단조로운 일상과 가족이라는 제도적 굴레, 속악한 세상의 폭력성과 운명의 세속성, 이 모든 것을 고발하고 파괴하며 끌어안는 그녀의 소설은 사람들 간의 기이한 관계의 틈을 헤집으며 내면 깊숙이 감춰둔 상처와 욕망을 거침없이 들춰내고 삶의 어둡고 피폐한 영역을 들춰낸다. 그러면서도 존재의 부재와 결핍을 따뜻이 감싸고 상처 입은 영혼의 실존적 고투를 진지하게 그려낸다. 번뜩이는 은유와 상징, 섬세한 내면묘사가 돋보이는 그녀의 첫 소설집은 이 어두운 세기말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심층에 도사린 불합리성에 대한 진지하고 매혹적인 탐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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