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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초록 벌레 글자 내가 아니야 전혀 다른 이야기 걸을 수 있는 낙타 사각의 세계 어둠의 통조림 선물 바다 위의 보사노바 몸 잠자는 숲 여름의 나날들 러스크 님 마술 Ambarvalia 스이코(水虎) 매화나무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Kaoru Kitamura,きたむら かおる,北村 薰
기타무라 가오루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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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뭔가를 말한 듯 느껴졌어요. 정확히 말하면, 제 맘속에 그쪽에서 온 무언가가 푸르스름하게 빛을 발한 거예요.
벌레가 날개를 활짝 펼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동시에 몸 전체가 형광색으로 휩싸였기 때문에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저는 아! 하고 입을 벌렸어요. (…) 빛은 유성처럼 꼬리를 드리우며 선반을 내려와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창가를 배경으로 일순 빛났어요. 그러고는 사뿐 날아올라 꺼져가는 폭죽처럼 희미한 선을 그리더니 벌어진 제 입 속으로 들어왔어요. --- p.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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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당신, 내 몸을 틀로 뜬 거야?”
남편은 저와의 사이에는 이미 사라진 사랑의 밀어를 그 인형과 주고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인형이라면 말을 하지 못할 텐데, 제가 이 귀로 똑똑히 들었던 그 목소리는 대체 뭘까요? 남편이 일인이역을 한 걸까요? 저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어서 진짜 여자라도 대하듯 마네킹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 눈만 크게 뜨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남편이 공처럼 튀어올라 제 어깨를 붙들어 세웠습니다. 남편은 인형을 감싸주려 한 것입니다. --- p.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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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꾼이 찾아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다에 부서지는 햇살은 변화하고 계절은 계속 바뀐다. 이야기꾼 여자는 어느 날은 중학생 소녀였다가 어느 날은 나이 지긋한 중년여성이며, 이야기도 현실이라 믿기 힘든 기괴한 이야기부터 몽롱한 꿈속 같은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공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짤막한 이야기들은 아마 단편소설집에 들어간 내용이라면 그다지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꾼 여자들』은 낯선 여인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지기에, ‘그래…… 이 넓은 지구상에서 누군가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겠어?’ 하며 어느새 독자(이자 청자)를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한다.
생생한 이야기, 특히 바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로 자기 내면의 한 부분에 감정적 떨림을 전해주는 이야기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진정한 이야기와 소통의 기쁨’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을 위한 선물이 아닐까. 소설가 신경숙의 말처럼, 『이야기꾼 여자들』은 17명의 이야기꾼 여자들을 모두 만난 뒤, 가만히 책장을 덮고 자신만의 이야기꾼을 찾아나서거나 스스로 누군가의 이야기꾼이 되어주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