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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네”
“10분만 더” “기억 안 나면 됐어” “모른다” “내가 후쿠오카로 가서 속이 시원했어?” “있잖아, 유리” “미도리 씨 신발, 엄청 더럽네” “귀엽다, 천상 여자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미안” “평범하게 살다가 유를 만난 거야” “가쓰노리 씨는 예전부터 그랬어요” “미안, 지쳤어” “종이 빨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오노” “아사미, 하와이 갈까?” “하루카, 그러면 되지” “별문제 없다고 했어요” “검정이 아니라 파랑이군요” 작가의 말 역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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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 더 같이 있자고 하면, 넌 어떻게 할 거야?”
얼굴을 번쩍 들자, 료헤이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은 채 한쪽 발끝으로 바닥을 비비며 그곳만 보고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크게 흔들리고, 그 진동에 떠밀려 목에 걸린 말이 천천히 모양을 바꿔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15분만, 더도, 가능.” --- p.23 몇 년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싸구려 술집도, 낡고 좁은 원룸도, 유야가 꿈을 좇는 것도,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으로, 나이를 먹었다는 것만으로 어째서 하나둘 슬픔을 머금은 모습으로 바뀌어 내 앞에 떨어지는 걸까. --- p.43 이제, 너무 길었던 봄은 끝났다. 그 시절은 분명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끔은 그 시절을 떠올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쩌면 또 다른 봄으로 건너온 것일지도 모른다. --- p.45 감정은 속도가 붙을수록 쳇바퀴처럼 빠르게 돌아가고, 그 안에 갇힌 나는 햄스터처럼 억지로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좋든 싫든 감정이 함께 속도를 높였다. 멈추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속도가 붙은 이 다리도,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쳇바퀴도 급히 멈추는 법을 몰랐다. --- p.74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든 것이 내 마음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알 수 있을 텐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숨겼다는 태도로 담담히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은 무척 귀엽고, 그러면서 때때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 p.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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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잠시 사랑을 쉬고 있는 사람도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 “짤막하게 엮어낸 우둔한 사람들의 우둔한 말과 행동을 되풀이하는 우둔한 이야기.” 저자는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하며 독자들이 이야기 속 인물들의 우둔함에 공감해서 웃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닿지 못해 닳은 사랑》은 분명 그러한 웃음 이상의 의미를 전한다. 우리 삶에서 완벽히 빛나야만 하는 가치, 소중한 ‘사랑’의 순간이 지니는 의미를 곱씹게 하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것이다. “좋아한다, 만지고 싶다, 집에 가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을 전부 벗겨낼 수 있다면, 나도 그저 건전하게 여자 친구로 곁에 있을 수 있을 텐데.”_22쪽 “이제, 너무 길었던 봄은 끝났다. 그 시절은 분명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끔은 그 시절을 떠올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쩌면 또 다른 봄으로 건너온 것일지도 모른다.”_45쪽 사랑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았기에 눈을 뗄 수 없는 이 소설은 열여덟 편 전부 이보다 찌질할 수 없다 싶은 이야기뿐이다. 저자는 말한다. “때로는 소소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말과 행동에는 객관적으로 보면 뻔히 보이는 어설픔을 담았다. 그들이 거슬리고, 잘난 척하고, 미숙하고,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순간들마저도 비록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빛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저자의 말처럼 아름답진 않을지라도 제대로 빛나는 사랑 이야기가 《닿지 못해 닳은 사랑》이다. 이 책을 옮긴 권남희 번역가는 “책 어디에도 연애 지침은 없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연애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라고 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자신의 딸에게도 일독을 권했다. 독자는 사랑을 둘러싸고 흔들리는 감정을 능숙한 심리 묘사로 생생하게 포착해낸 열여덟 편의 작품을 읽으며, ‘닿지 못해 닳은 사랑’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사랑과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