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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SKEPTIC Korea 한국 스켑틱 (계간) : 47호
읽기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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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News & Issues
AI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 - 한소원

Column
뇌 보충제, 가짜 희망을 팔다 - 윌리엄 멜러
기도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 팀 캘러핸

Cover Story 읽기의 과학
읽기가 뇌를 바꿀 수 있을까 - 최원일
종이냐 스크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장성민
난독증이 인간에 대해 알려 주는 것 - 정재석
어휘를 늘리면 문해력도 향상될까? - 유상희

Special Section 주거와 정신 보건 문제에 관하여
집 없음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 - J. 마이클 멘케

Focus 음모론이라는 장사
전문가가 사라지는 세상 - 마이클 셔머
누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가 - 캐서린 브로드스키
비즈니스가 된 음모론 - 애슐리 린즈버그
과학이 음모론에 패배하는 이유 - 코리 클라크, 보 와인가드

집중연재 의심하는 과학 2
중심을 잃어버린 우주에서 - 이정모

Agenda & Articles
유유상종은 본능이다 - 마테오 페냐에레라-아기레, 아우렐리오 호세 피게레도

Theme 감각하는 존재들 1
세상은 같아도 세계는 다르다 - 강창구

저자 소개 1

스켑틱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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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keptics Society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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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70*250*20mm
ISBN13
9772383984000

출판사 리뷰

▼ 커버스토리: 읽기의 과학

읽기는 인간이 이룬 가장 위대한 발명이면서 가장 뒤늦게 얻은 능력이다. 문자가 태어난 것은 겨우 수천 년 전이고, 우리 뇌에는 읽기를 위해 미리 마련된 자리가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용도의 회로를 끌어다 ‘읽는 뇌’를 스스로 만들어 냈고 그 능력 위에 문명 전체를 쌓아 올렸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 읽기를 다시 잃어버리고 있다. ‘문해력 위기’라는 말이 세대와 세대를 가르고 긴 글은 점점 짧은 영상에 자리를 내준다. 종이가 화면으로 바뀌면서 같은 문장을 읽어도 우리가 붙드는 의미의 깊이는 달라지고 있다. 읽기가 어긋나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읽기의 비밀을 드러내며, 단어를 안다는 것과 텍스트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 문해력이란 대체 무엇이며, 읽는다는 것은 우리 뇌와 마음에 무엇을 남기는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인지심리학과 국어교육학, 소아정신의학이 네 갈래에서 이 질문을 파고든다.
여든에 한글을 깨친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지심리학자 최원일은 〈읽기가 뇌를 바꿀 수 있을까〉에서 글을 읽을 때 켜지는 좌뇌의 ‘시각 단어 형태 영역(VWFA)’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스타니슬라스 드앤 연구팀은 브라질에서 문맹 성인, 성인이 된 뒤 글을 배운 사람, 어린 시절부터 읽어 온 사람을 나누어 비교했다. 성인기에 읽기를 배운 사람에게서도 이 영역은 새롭게 반응했다. 문자는 인류가 5~6천 년밖에 쓰지 않은 도구다. 그런 문자가 어떻게 뇌의 한 자리를 차지했을까. 저자는 기존 회로를 끌어다 쓴다는 ‘신경 재활용 가설’과, 읽기를 배우면 얼굴 인식 능력이 밀려난다는 ‘파괴적 경쟁’ 가설이 최신 연구 앞에서 어떻게 수정되고 있는지 따라간다.
같은 글도 화면으로 읽으면 왜 덜 남을까. 국어교육학자 장성민은 〈종이냐 스크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에서 ‘스크린 열등 효과’를 파고든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연구 54편, 17만여 명의 데이터를 모은 메타 분석의 결론은 분명했다. 사람들은 스크린보다 종이로 읽을 때 더 높은 이해도를 보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 원인이다. 화면 해상도도, 눈의 피로도 아니었다. 스크린은 우리를 훑어 읽게 만들고, ‘이 정도면 다 읽었다’고 너무 일찍 판단하게 만들며, 글의 구조를 공간적으로 붙잡기 어렵게 하고, 저도 모르게 힘을 덜 들이게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마저 지금까지의 연구는 뒷받침하지 않는다.
‘못 읽는 뇌’는 ‘읽는 뇌’의 비밀을 알려 준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한국난독증협회 대표인 정재석은 〈난독증이 인간에 대해 알려 주는 것〉에서 인구의 5퍼센트가 가진 이 흔한 질환을 통해 읽기의 정체를 해부한다. 1분에 2만 5000단어를 읽는다며 기네스북에 올라 속독법으로 큰돈을 번 인물은 결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과장 광고 판정을 받았다. 한 번에 또렷이 알아볼 수 있는 글자가 알파벳 14개 남짓인 황반의 한계 앞에서, 읽기 초능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음소 인식의 결여가 난독증의 근본 원인임을 밝혀낸 연구사와, 발음 중심 교육 1년 만에 난독 아동의 뇌 활성도가 정상에 가깝게 돌아온 실험을 소개한다. ‘신경 가소성’을 만능 치트키처럼 내세우는 사이비 과학의 위험도 함께 짚는다.
단어를 많이 안다고 잘 읽게 될까. 국어교육학자 유상희는 〈어휘를 늘리면 문해력도 향상될까?〉에서 ‘심심한 사과’ 소동 이후 어휘 부족 사례로만 반복되어 온 문해력 담론을 다시 검토한다. 반세기의 어휘 교육 연구를 훑은 결과는 이렇다. 가르친 단어가 들어 있는 글의 이해는 확실히 올라간다. 그러나 그 도움은 그 글의 울타리를 잘 넘지 않는다. 반면 추론 교육을 다룬 메타 분석에서는 배운 내용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표준화 독해 검사에서도 향상이 확인됐다. 그것도 대부분 총 10시간 이내의 교육으로 얻은 결과였다. 저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분석과 통합이 이미 끝난 텍스트를 내미는 시대에 왜 비판적 읽기가 더 중요해졌는지 묻는다.

▼ 포커스: 음모론이라는 장사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정보는 진실을 향한 성실한 보도의 결과일까 아니면 클릭과 분노를 사고파는 거대한 시장의 상품에 불과한 걸까. 지식과 연결을 약속했던 인터넷은 어쩌다 증오와 왜곡과 거짓이 뒤엉키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걸까. 관심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새로운 권력의 문법이 되면서, 사실을 검증하던 레거시 미디어는 무너지고 전문가의 목소리는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검증에는 몇 달이 걸리지만 그럴듯한 거짓말은 몇 분이면 퍼진다. 이 비대칭의 시대에 과학은 왜 번번이 음모론에 패배하는가. 이번 호 포커스는 진실이 값을 잃고 음모론이 장삿속으로 횡행하는 현실의 해부도를 그린다.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는 〈전문가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자신이 겪은 30여 년의 미디어 변화를 증언한다. 1990년대에는 누군가 황당한 주장을 하면 이를 반박할 학자나 과학자를 함께 출연시키는 것이 상식이었다. 지금은 매주 쏟아지는 UFO 방송에 이성적인 반론을 펴는 과학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골수 UFO 연구자조차 목격담의 최소 95퍼센트는 지상의 자연적 원인으로 설명된다고 인정한다. 그런데도 미디어는 그 95퍼센트를 뭉개고 남은 5퍼센트에만 목을 맨다. 성간 천체를 두고 “그건 그냥 혜성이다”라고 말하면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지만 “외계 모선일 수도 있다”고 지르는 순간 카메라가 출동한다. 저자는 그 뒤에서 작동하는 ‘관심 경제’의 잔인하고 씁쓸한 셈법을 해부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누가 정하는가. 저널리스트 캐서린 브로드스키는 〈누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가〉에서 소수의 거대 자본으로 빨려 들어가는 미디어 소유권의 지형을 짚는다. 머스크의 엑스, 베이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머독의 뉴스 코프, 저커버그의 메타. 최근의 대형 인수 합병과 그에 뒤따른 편집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을 살피면서 저자는 이념의 향방보다 훨씬 본질적인 문제가 ‘단일 영향력 구조’로의 집중 그 자체라고 말한다. 시청자 유지율이라는 지표가 이야기의 구조까지 바꿔 놓는 현실도 생생하다. 한 배우는 많은 시청자가 영상을 보며 동시에 스마트폰을 본다는 점을 고려해 줄거리를 “대사 속에서 서너 차례 반복해 설명”하는 방안을 제작사와 논의했다고 털어놓았다.
거짓말은 어떻게 사업이 되었는가. 저널리스트 애슐리 린즈버그는 〈비즈니스가 된 음모론〉에서 구독자 약 600만 명, 누적 조회수 약 15억 회에 이르는 채널이 파는 것이 정보가 아니라 음모론이라는 사실에서 이야기를 연다. 편집도, 팩트 체크도, 직접 취재도 없는 콘텐츠는 구상하는 데 15분, 촬영하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공급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고 수요는 미친 듯이 무한하다. 저자는 모두가 AI 버블을 이야기하지만 진짜 거품은 관심 경제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청중이 그 쇼에서 사는 것은 정보도 정체성도 소속감도 아닌 ‘오락’이라고 말한다. 그 오락이 메우는 자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공통의 공간만큼 넓다.
과학은 왜 설득에 실패하는가. 심리학자 코리 클라크와 보 와인가드는 〈과학이 음모론에 패배하는 이유〉에서 ‘과학을 신뢰하라’는 말이 어쩌다 겸허한 인식론적 호소에서 거만한 요구로 변질되었는지 따진다. 트위터에 정치적 콘텐츠를 더 많이 올리는 과학자일수록 신뢰도가 낮게 평가된다. 과학자들 스스로도 그것이 평판에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약 9만 8000명의 학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에서 거의 절반이 정치적 게시를 택했다. 권위 있는 학술지의 정치 후보 지지는 표심을 거의 바꾸지 못한 채 과학에 대한 신뢰만 갉아먹었다. 저자들은 그 연구를 짚으며 신뢰가 확신이 아니라 겸손에서 생긴다고 결론짓는다.

▼ 스페셜 섹션: 주거와 정신 보건 문제에 관하여

생물통계학자 J. 마이클 멘케는 〈집 없음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에서 15년 가까이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거리에서 살다 예순에 세상을 떠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글을 연다. 사람들은 그를 ‘래그스’, 곧 누더기라고 불렀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던 도시는, 그가 죽고 보니 내내 그를 지켜보며 궁금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가 묻는 것은 노숙의 원인이 아니다. 노숙이 뇌에 무슨 짓을 하는가이다. 그치지 않는 스트레스 아래에서 해마는 쪼그라들고, 미래를 계획하는 전전두엽 피질은 위축된다. 반대로 그날그날의 생존 루틴을 자동화하는 기저핵 회로는 오히려 단단해진다. 여러 가능한 미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구조는 무너지는데 그 무너짐을 자동 조종 상태로 못 박는 구조는 강해지는 이중의 함정이다. 노숙 6주 시점에 주거를 제공받은 사람과 6개월 시점에 제공받은 사람은 전혀 다른 뇌와 함께 일하게 된다. 저자는 예방 단계의 개입 비용과 만성화 이후의 비용을 나란히 놓고, 정작 예산의 대부분이 회복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지점에 쓰이는 현실을 지적한다. 노숙 인구를 크게 줄였다가 지원이 삭감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핀란드의 사례는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거두어졌는지를 함께 보여 준다.

▼ 뉴스 & 이슈: AI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

심리학자 한소원은 100년 가까이 세대마다 상승해 온 IQ 점수, 이른바 플린 효과가 최근 처음으로 꺾였다는 보고에서 글을 연다. 한 연구자는 2026년 1월 미국 상원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997~2010년생으로 분류되는 Z세대는 표준화 학업 평가에서 바로 앞 세대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최초의 세대”라고 증언했다. 주의력과 기억력, 문해력, 수리력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던 계층은 가장 가난한 계층이었다.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국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은 하루 디지털 기기 활용 시간이 1시간 늘 때 수학 성취도가 3점씩 떨어졌다. OECD 평균보다 큰 수치다. 더 기이한 것은 자기 평가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AI를 쓸 때 모두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특히 AI 리터러시가 높고 AI를 많이 쓸수록 그 경향이 커졌다. 저자는 묻는다. 챗GPT로 쓴 글은 과연 ‘내 글’일까, 아니면 ‘내가 승인한 결과물’에 불과할까. 그리고 진짜 AI 리터러시란 AI를 쓰는 능력과 AI에서 거리를 두는 능력을 동시에 기르는 일이라고 답한다.

▼ 집중연재 ‘의심하는 과학’ 2: 중심을 잃어버린 우주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의 연재, 그 두 번째 주제는 ‘중심’이다. 흔히 코페르니쿠스가 인간을 우주의 왕좌에서 끌어내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서 중심은 높은 산꼭대기라기보다 무거운 것이 가라앉는 바닥에 가까웠다. 저자는 천체가 무엇을 기준으로 도는가를 묻는 운동의 중심, 우주 전체 구조에 가운데가 있는가를 묻는 기하학적 중심,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미의 중심을 갈라 놓고 이 셋이 차례로 분리되어 온 과정을 따라간다. 683개 방향에서 별을 세어 은하의 단면도를 그렸으나 태양을 다시 중심 가까이에 놓아 버린 허셜, 변광성의 주기와 밝기 사이의 규칙을 찾아내 우주의 깊이를 재는 자를 만든 리비트, 그 자를 구상성단에 대어 태양을 은하 구조의 중심에서 밀어낸 섀플리, 안드로메다의 사진 건판에서 ‘N’을 지우고 ‘VAR!’라고 적어 우리은하를 우주의 전부가 아니게 만든 허블. 그리고 팽창 우주는 마침내 우주의 중심을 특정한 장소에서 찾는 질문 자체를 해체했다. 그렇다면 중심이 아니면 특별하지 않은가. 저자의 답은 이렇다. 특별함은 물려받은 지위가 아니라 증거를 통해 확인해야 할 질문이다. 우리는 중심을 잃었지만 더 정확한 주소를 얻었다.

▼ 유유상종은 본능이다

진화심리학자 마테오 페냐에레라-아기레와 아우렐리오 호세 피게레도는 ‘끼리끼리 모인다’는 오래된 말의 진화적 뿌리를 캔다. 면역계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에서는 오히려 서로 다른 짝에게 끌린다. 그러나 인지와 행동, 신체적 특징에서는 자신과 닮은 상대에게 끌린다. 놀라운 것은 이 원리가 연애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우자끼리의 유사성과 가장 친한 친구끼리의 유사성은 이란성 쌍둥이의 유사성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뇌 영상 연구에서는 신경 활동 패턴이 비슷할수록 서로를 더 가깝게 느꼈고, 46만 개가 넘는 유전 변이를 분석한 연구는 공통 조상과 근연도를 통제한 뒤에도 친구들 사이의 평균적인 유전적 유사성이 대략 십촌 친척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거피와 물소, 고릴라와 침팬지에게서도 같은 원리가 관찰되며 개와 주인 사이의 닮음도 예외가 아니다. ‘사나운 개 품종’이라는 통념이 표준화된 평가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도 흥미롭다.

▼ 새 연재 ‘감각하는 존재들’ 1: 세상은 같아도 세계는 다르다

행동생태학자 강창구가 동물의 감각 세계를 다루는 새 연재를 시작한다. 첫 회는 자신이 색약이라는 고백에서 출발한다. 같은 신호등은 누구에게나 같은 빛을 보낸다. 그러나 그 빛이 눈과 뇌에서 모두에게 똑같은 색으로 경험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저자와 반려견 레아는 같은 잔디밭에 서 있어도 같은 지도를 읽지 않는다. 저자는 현재의 풍경을 보고 레아는 냄새 속에 남아 있는 과거를 읽는다. 수컷 퉁가라개구리의 구애 소리는 암컷에게는 ‘신호’지만 그 소리를 엿듣고 날아오는 주름입술박쥐에게는 저녁 식사의 주소, 곧 ‘단서’다. 백미는 ‘노래하는 지렁이’를 찾아 나선 밤이다. 학생의 말과 1927년 《사이언스》에 실린 한쪽짜리 관찰 보고에 이끌려 삽을 들고 나선 저자가 흙을 걷어 내고 만난 진짜 가수는 지렁이가 아니었다. 다윈이 지렁이 화분을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벌인 실험, 나무 말뚝을 쇠붙이로 문질러 지렁이를 불러내는 미국 플로리다의 전통 채집법이 실은 두더지의 진동을 흉내 낸 것이었다는 연구까지, 감각이 어떻게 행동과 생존을 바꾸는지 따라간다.

▼ 뇌 보충제, 가짜 희망을 팔다

내과 전문의 윌리엄 멜러는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은밀한 포식자에게 쫓겼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로 글을 연다. 당시 이용 가능한 최선의 검사를 쓴 유능한 의사들은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 진단은 틀렸다. 진짜 원인은 부검을 통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는 ‘치매’가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증후군이라고 지적한다. “치매를 앓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열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30년간 이 분야를 지배해 온 아밀로이드 가설, 그 핵심 기둥이었던 논문의 조작 의혹과 철회, 새로 승인된 항아밀로이드 약물이 내주는 명목상의 이익과 뇌 부종·출혈이라는 현실의 위험, 그리고 15조 원 규모의 ‘뇌 건강’ 보충제 시장까지.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의 활성 성분은 발광 해파리에서 추출한 단백질인데, 이것이 효과를 내려면 위산과 소화 효소를 온전히 버텨 내고 혈뇌장벽까지 통과해야 한다. 제3의 독립 기관이 검사한 결과 시중 은행나무 제품 대부분에는 정작 은행나무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았다. 라벨에 표기되지 않은 채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흔한 각성제인 카페인이었다.

▼ 기도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저널리스트 팀 캘러핸은 2025년 1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가 되살린 주장을 검증한다. 기도에 치유 효과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는 주장이다. 원작 책에서 기적적 치유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대목은 단 한 장에 국한되어 있었고, 그 장의 미주에도 의학적 입증 자료는 전혀 없었다. 저자는 증언이 왜 증거가 되기 어려운지를 ‘피닉스 라이트’ 사건으로 보여 준다. 목격자들은 별을 가리며 지나가는 거대한 V자 물체를 보았다고 말했지만 남아 있는 영상 어디에서도 그런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어 코로나19 입원 환자와 관상동맥 우회 수술 회복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작위 이중 맹검 임상 시험의 결과가 나란히 놓인다. 특히 후자에서는 중보 기도 자체가 회복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반면, ‘기도를 받는다고 확신한’ 환자 집단에서 오히려 합병증 발생률이 더 높았다. 기도 모임 직후 놀라운 회복을 경험한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네덜란드 연구에서도 사례들은 만성 통증과 신경계 기능 이상 쪽에 몰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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