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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1부. 공리 - 당연한 것들에 대하여 위험한 생각 아이의 말, 부모의 세계 아인슈타인 퍼즐 나는 대칭 말의 빈자리 비교가 멈추는 순간 2부. 미지수 - 삶의 문제들 귀납적 일반화 백만 송이 장미 말할 수 없는 당연 너는 나의 안 되면 안 돼 그리고 한 명도 없었다 눈 뜬 자들의 나라 3부. 정리 - 증명하는 일상 증명하는 일상 담백함 삶의 무공식 균형 틀려도 괜찮아 어쩌다 수학 선생님이 되었냐면요 수학 머리 4부. 해 - 답이 아닌 길을 찾아 손바닥 뒤집기 함수 생각의 기하학 고요 반복이라는 기본 담배 한 모금 자습 나가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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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완벽함을 좇기보다 나아감의 기쁨을 찾으려 한다. 실은 인생이 시험지 따위가 아님을, 마음속에서부터 느끼며 산다. 삶은 숫자의 배열이라기보다는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가깝다. 길가에 핀 작은 꽃, 지나가는 이의 미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 이 모두가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분명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역설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두고 ‘답’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당최 어디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p.25 앎은 물 위에 비친 달이다. 물 위에 뜬 달은 그저 밤하늘의 반사된 이미지일 뿐이지만, 그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땅을 보면서 동시에 달을 볼 수 있다. 비록 앎이 세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땅을 디디고 사는 우리가 흘끗이나마 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인 셈이다. 살아가는 만큼 세상이 넓어지고, 공부하는 만큼 세상을 넓고 깊게 알게 된다. ---p.30 아이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한다. 아이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모르기에 부모가 모든 것을 다시 보게 이끈다. 나의 공부가 끝나지 않도록 해주어 참으로 고맙다. 이러한 생각에 젖도록 해준 산책의 결론으로, 아이에게 읽어줄 그림책 한 권, 한 권에서 재미를 발견하기로 다짐한다. 사소하게 느껴질수록, 그것은 세상이 사소한 게 아니라 내가 그를 사소하게 알 뿐임이 드러나니까. 딸의 세계가 넓어지는 만큼, 나도 아이의 밤하늘에 새겨질 모든 별빛을 소중히 해야지. 그렇게 바삭한 바람 속 산책길에 아이는 유아차에 누워, 나의 밤하늘에 별 하나를 또 밝힌다. ---p.33 요즘은 거리를 나타내는 척도로 킬로미터나 광년을 쓰듯, 옛날엔 아주 긴 시간을 알려주는 단위로 1겁이라는 말을 썼다. 1겁은 얼마나 긴 시간인가? 사방 40리, 그러니까 가로세로 15km 정도 되는 커다란 바위에 100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가 있다고 한다. 선녀는 바위 위에서 살랑살랑 춤을 한 번 추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데, 선녀의 춤사위가 바위를 닳아 없앨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1겁이라 한다. ---p.96 백만 송이 장미는 어떨까? 나는 백만 송이는커녕 백 송이 장미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백만 송이의 규모에 대해서만큼은 상상해볼 수 있겠다. 인터넷 검색 결과에 따르면 장미 한 송이의 지름은 8cm 정도라 한다. 한 송이의 면적은 64cm² 정도가 되겠다. 그러니 백만 송이 장미가 차지하는 면적은 대략 64,000,000cm². 1,900평이 조금 넘는다. 2,000평 축구장 잔디 위로 장미를 빼곡히 심으면 백만 송이가 되겠다. 자, 이제 축구장을 가득 채운 장미를 백만 명에게 나눠줘보자. 역시나 인터넷 검색 결과에 따르면 축구장 하나를 관객이 가득 채우면 대략 1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우리가 별나라로 돌아가기 위해선 축구장 열 개를 가득 채울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 그러면 간신히 백만 송이 장미를 다 틔우고, 그제야 머나먼 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말은 실상 비유에 불과하듯, ‘백만 번째 장미’란 축구장 열 개를 채울 백만 명의 친구를 사귀라는 말이 아닌, 그냥 계속 사랑을 틔우라는 얘기. 백만 번째 장미가 봉오리를 틔우는 순간 나를 데리러 UFO가 내려온다는 어느 사이비의 믿음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구원은 먼 나날에 도착하지 않고 늘 지금 오고 있다는 얘기. 선녀의 옷자락에 가루가 된 바윗돌이 영원에 대한 비유이듯, 백만 송이의 장미도 그렇다는 얘기. 만세가 지나도 언제나 오늘이라는 얘기. 옛사람들은 무한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말할 줄 알았다. ---p.98 아쉽게도, 어른으로 살아남기는 수학 문제를 푸는 일보다 어렵기만 하다. 수능 수학 문제는 별일 없이 다 풀어낼 수 있게 된 지금도, 괜찮은 수준의 어른이 되기에는 만점은커녕 자신조차 없다. 답안지는커녕 정답이 있는지부터가 불확실하니 말이다. 누구는 이게 맞다 하고, 누구는 저게 맞다 한다. 그때는 그랬다 말하고, 지금은 안 된다 말한다. 모든 일에는 모든 주장이 엉켜 있고, 그마저도 세월이 지나며 엉킨 모습이 바뀌어간다. 이토록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전말을 한 사람이 어찌 다 알 수 있다는 말인지. ---p.126 “사랑이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그가 말하기를, 성공을 낳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그럼 그렇지. 실패는 실패다. 사람이 실패를 디디고 성공하게 하는 바는 또 다른 실패의 계단이 아니라, 실패를 이겨내고픈 사랑이다. 일에 대한, 가족에 대한, 삶에 대한, 의지에 대한 사랑. 성공은 실패를 이겨낸 보상이었으며, 실패를 이기게 하는 바는 무언가를 향한 사랑이다. 실패의 기능(Function)은 성공을 낳는 게 아니라 강한 사랑을 남기는 일이다. 실패와 고난은 사람에게 있어 사랑의 시험대라 할 수 있겠다. ---p.199 인간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집합의 부분집합이듯, 세상 안에 인간이 있고, 인간 안에 생각이 있다. 그러니 모든 생각은 우주의 부분이다. 우리는 생각함으로써 우주의 생각을 엿듣는다. ---p.250 『삶의 방정식』은 이 페이지를 끝으로 마무리되지만, 그렇기에 그대라는 삶의 방정식은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수업이 끝난 후엔 원래, 자습을 해야 공부가 된다. 그대의 풀이에 행복이 있기를 빈다. ---p.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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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삶의 답은 찾기 어려울까.
누군가의 정답이 아니라 내 삶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사고의 방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우리는 꽤 오랫동안 정답을 찾는 법을 배우며 살아왔다. 문제를 읽고, 조건을 파악하고, 틀리지 않는 답을 찾아내는 일.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지, 언제 결혼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되는지, 얼마큼 이뤄야 성공한 삶인지. 우리는 여전히 맞는 답을 찾고, 다른 사람의 풀이와 나의 삶을 비교한다. 문제는 삶에는 답지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옳았던 선택이 나에게는 틀릴 수 있고, 한때는 최선이었던 답이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기도 한다. 열심히 했는데 실패하고, 잘못된 줄 알았던 선택이 뜻밖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대체 어떻게, 어떤 시선으로 살아야 하는가. 『삶의 방정식』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답 없는 삶을 사랑하기 위해 삶에 정답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선택해야 할까. 김동진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가르치고 공부해온 수학의 사고방식에서 그 답을 찾아간다. 직장을 그만둘지 계속 다닐지, 포기할지 조금 더 해볼지, 누구의 말을 믿을지,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삶의 중요한 문제일수록 검색창에 정답을 입력할 수 없다. 누군가 대신 풀어줄 수도 없다. 이런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답이 아니라 ‘더 잘 생각하는 법’인지 모른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떤 전제를 당연하게 믿고 있었는지 스스로 묻고 자신의 풀이를 만들어가는 일. 작가는 수학 선생님이자 남편, 아버지로 살아가며 마주한 삶의 문제들을 오래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서둘러 결론 내리기보다 문제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선 독자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자습이 남듯, 결국 각자의 삶은 각자가 생각하고 선택하며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