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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이부키 거울과 자화상 손재주가 좋아 스트레스 릴레이 옮긴이의 말 |
Keiichiro Hirano,ひらの けいいちろう,平野 啓一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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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는 그때 쓰야마에 대해 ‘약간 괴짜’라고 느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더 이상 그를 만날 일도 없게 된 지금은 ‘보통 사람’의 감각에 더 가까웠던 건 오히려 쓰야마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좌석은 E석부터 채워졌고, 다들 후지산을 보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이제 이 세상에서 쓰야마를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녀 외에는 일단 없을 것이다 --- p.10 「후지산」 중에서 “아니, 실은……. 그때 빙수 가게에 자리가 나는 바람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못한 내가 있는 거야. 지금도 그쪽 세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어.” “응? 무슨 말이야?” 에미는 의아한 듯 물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그때부터 세계가 두 개로 갈라져서 나는 지금 그쪽의 나와 이쪽의 나를 때때로 오락가락하고 있어. 저쪽에 가있는 건 매번 기껏해야 몇 초 동안뿐이지만.” --- pp.119-120 「이부키」 중에서 “화가의 자화상은 왜 정면이 아니고 약간 비스듬하게 얼굴을 돌리고 있어요?” 그걸 알아본 것은 수업 중에 렘브란트 자화상을 봤을 때였는데 그 드가 그림도 거의 같은 각도로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에 시선이 갔던 것이다. “네 생각에는 왜 그런 거 같아?” “……용기가 없어서?” 선생님은 이를 내보이는 일 없이 조용히 웃으면서 “재미있네” 하고 내 눈을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그림으로시선을 돌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말했다. “그래, 그런 점도 있겠다.” --- p.182 「거울과 자화상」 중에서 나는 외할머니에게 ‘손재주 좋은’ 아이였고, 그 뒤로는 바느질할 때 바늘구멍에 실도 꿰어드리고 함께 지승紙繩 공예도 하면서 외할머니를 자주 도와드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샌가 외할머니의 말을 굳게 믿었다. 학교에서도 ‘손재주’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솔선해서 손을 들었다. 공작시간이 재미있어졌고 반 친구들에게도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 p.212 「손재주가 좋아」 중에서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불끈 울화통이 터졌다. 가요코에게서 옮은 스트레스가 그의 내면에서 순식간에 급성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동영상 코멘트에 평소에는 전혀 안 하던 댓글을 달았다. ‘참 한가하시네. 남이 괴로워하는 게 그렇게 좋아요? 진짜 인성 형편없네. 그러고도 대학교수입니까?’ 실은 ‘그러고도 상사입니까?’라고 데라다 가요코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대로 다시로는 술기운에 꾸벅꾸벅 졸았다. 운전기사가 깨워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 대학교수에게서 블록당한 뒤였다. --- pp.239-240 「스트레스 릴레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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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다른 세계의 나’를 찾는 사람들
다섯 개의 이야기, 다섯 개의 ‘가능했을 삶’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 순간이 지난 후에야 '그때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지나간 선택에 대해 곱씹을 뿐이다. 삶 속의 예기치 않은 갈등과 상실의 의미를 탐색해온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번 작품에서는 ‘순간의 선택’이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질문을 꺼내 들었다. 표제작 〈후지산〉의 주인공 가나는 만남 앱을 통해 만난 남자, 쓰야마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기차가 잠시 정차한 사이, 반대편 기차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수신호를 보내는 아이를 본 가나는 즉시 뛰어내리지만, 쓰야마는 따라내리지 않는다. 그 행동에 실망한 가나는 그와의 관계를 끝내지만, 이후 접한 쓰야마의 소식에 그와 ‘함께할 수도 있었을’ 순간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외에 만석인 빙수가게 대신 향한 맥도날드에서 ‘우연히’ 대장내시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한 삶과 ‘운 좋게’ 자리가 생겨 빙수를 먹지만 검진 기회를 놓쳐 암으로 죽어가는 삶을 오가는 남자(〈이부키〉), ‘잘못 들어선 평행 세계’ 같은 현재의 삶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남자가 드가의 자화상 포스터를 보고 멈춘 ‘계획’(〈거울과 자화상〉), 어린 시절 들었던 ‘한 마디의 칭찬’이 바꾼 한 아이의 인생(〈손재주가 좋아〉),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스트레스’의 기원을 유쾌하게 펼쳐 보이며, 이 기묘한 전염병을 끝낸 한 인물을 그린다(〈스트레스 릴레이〉). 다섯 편의 주인공들이 맞닥뜨린 선택의 순간은 모두 다르지만,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인생의 굴곡은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그려진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야기마다 ‘인생은 우연의 누적일까, 또는 바꿀 수 없는 운명일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던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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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을 번역해왔지만, 우리 문학이 지향할 만한 점을 풍부하게 갖춘 일본작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히라노 게이치로’를 추천한다.” - 양윤옥 (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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