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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흙냄새 나는 유년의 삶과 풍경가장 먼 기억의 문을 열다개구리참외국화빵이 남은 자리달빛 내린 마실길배내소와 동행만리방천에 묻힌 이야기제2부.어머니의 등불, 스승의 길가난을 닦아낸 소매 끝그 곁에서 삶을 낳고 있었네약장수로 변장한 어머니장롱 속에 피어난 사랑그해 겨울이 남긴 빈자리반짇고리의 비밀달집 아래 깃든 어머니의 기원제3부.인연이 길이 되어풋과일의 용서, 익어간 마음기름 냄새, 향수(香水)가 되던 날시제(時祭) 가는 길죽전만당(竹田晩堂), 인연의 길반세기의 강을 건너다설산(雪山)에 흐르는 요롱 소리제4부.세월 속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아는 만큼 보인다덜 익은 사과의 지혜왕피천에 남겨 둔 여름세월을 건너온 봄날제5부.다시, 사랑을 배우다먼 이웃사촌선유도(仙遊島), 다시 모인 우리들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산타 할아버지의 비밀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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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있었지만 사람이 있었고,사람들의 온기로 한 소년은 삶을 배웠다” 『새끼 낳은 숫염소』는 경상남도 거창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박종덕 저자가 칠십 평생의 기억을 길어 올린 생활 에세이다. 국민학교 교실의 장작난로와 양철 도시락, 장날의 국화빵과 뻥튀기, 소 등에 울리던 요롱 소리, 삼베를 짜던 베틀과 밀주 단속을 피해 감춰 둔 막걸리 항아리까지. 저자의 기억 속 풍경은 한 개인의 추억을 넘어 가난과 산업화의 시간을 지나온 한 세대의 생활사로 확장된다.이 책이 오래 머무르는 곳은 ‘가난’ 자체가 아니다. 척박한 모래땅을 일구어 가족을 먹여 살린 아버지, 삼베를 짜고 막걸리를 빚으며 살림을 꾸린 어머니, 장롱 속 귀한 곶감을 손주에게 내어 주던 외할아버지, 어머니날 받은 바늘 세 개에 대한 답례로 날계란 세 알을 선생님께 보내던 어머니까지. 가진 것은 적었지만 서로의 마음과 손길로 삶을 이어 가던 사람들의 온기가 책 곳곳에 배어 있다.책의 제목이 된 이야기는 이 책의 정서를 가장 잘 보여 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소년은 사방공사에서 두 달간 일하고 받은 밀가루 다섯 포대 중 일부를 팔아 염소 한 마리를 산다. 새끼를 낳으면 그것을 밑천 삼아 다시 공부할 수 있으리라 꿈꾸었지만, 정성을 다해 키운 염소는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숫염소였다. “숫염소는 새끼를 낳지 못했지만,나는 그 곁에서 책임과 지혜, 다시 일어서는 마음을 낳았다” 소년에게는 허탈한 실패였지만, 세월이 흐른 뒤 저자는 그 시간을 자신을 키운 삶의 밑거름으로 돌아본다. 뜻대로 되지 않은 경험조차 결국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책은 유년의 고향 풍경에서 부모와 스승의 사랑, 벗과 형제의 인연, 가족과 손주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국화빵 한 봉지, 참외 한 조각, 곶감 몇 알처럼 소박한 기억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독자에게 어린 날을 불러내고, 다음 세대에게는 부모와 조부모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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