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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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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에 뜬 달 - 강희맹>
강에 뜬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흩어지네 오호라, 달이 다 부서져버렸나?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지만 물에 비친 달은 본래 비어 있는 달이라 우습구나,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물결이 잠잠해지면 달은 다시 둥글어질 것이고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오래된 소나무 등걸 비스듬히 누워 있네 햐! 정말, 세상에 이런 시가 다 있었군요! 강에 뜬 달을 툭 치다니? 달을 툭 치다니? 그리고 달 조각을 잡으려 니? 그러다니? …… 어렸을 적, 우리 동네 사람들은 여름밤 강변 바위 위에서 잠을 자곤 했습니다. 나도 가끔 어른들을 쫓아가 바위 옆에서 자곤 했는데, 어느 날 밤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깨어 일어났습니다. 그때 하늘 높이 떠 있던 달과 아름답게 빛나던 달빛, 그리고 가까이 들리던 물소리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는 강물에다 참았던 오줌을 뿜어냈습니다. 그러자 강물에 떠 있던 달이 부서지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소쩍새가 울었고 반딧불들이 어두운 산 속을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녔습니다. 강변에 잠 든 동네 사람들의 얼굴이 달빛에 환하게 드러나 보였습니다. 외로움을 나는 그때 처음 맛보았습니다. _본문 중에서 <일어나기 싫은 아침 - 이색> 풍로에 국 끓고 처마 끝에 까치 울고 치장 끝낸 아내는 국물 간을 맞추네 아침 해 높이 떠도 명주 이불 따뜻해 세상일 나 몰라라 잠이나 더 자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이불 속에서 듣는 아내의 아침 짓는 소리라고 하던가요?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이 평화로운 광경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까요. 발소리를 죽이고 아내에게 다가가 뒤에서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오호통재라! 세상 사람들이여! 나의 아내는 18년 동안 나보다 앞서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군요. 이크! _ 본문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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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용택이 10년 동안 읽고 모은 한시의 향기!!
시의 묘미가 압축과 상징, 그리고 상상력에 있다고 할 때 그 맛을 제대로 살린 장르라면 단연 한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자 한 글자 속에는 단어 하나, 서술어 하나, 때로 문장 전체가 녹아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것을 풀어서 시로 만들어 마음에 새기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현대시가 시인이 직접 요리하고 차려놓은 친절한 밥상이라면, 한시는 독자들에게 툭 내던져준 불친절한 재료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이 하나하나 깎고 다듬어 직접 요리해야 한다. 그래서 누가 읽느냐에 따라 한시는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여기,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10년 동안 읽고 다듬고 거기에 감상까지 덧붙인 또 다른 맛의 한시 정찬이 있다. 시인은 작은 서재에 달빛이 범람하는 밤마다 잠 못 들고 일어나, 마당을 서성이고 강가를 배회하다 돌아와 옛시들을 펼쳐놓고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었다고 한다. 그 옛시에는 애절한 사랑의 정이 흐르고, 위트와 재치가 넘치고, 절제된 선비들의 풍자가 깃들어 있다. 그렇게 시인 김용택은 옛시인들의 말에서 자신의 시어를 캐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실린 한시들은 내가 10여 년 가까이 읽고 모아두었던 내 정신의 산책로이며 마음의 휴양림이다. 가난과 어려움과 힘듦 속에서도 시와 낭만과 풍류를 알았던 옛사람들, 그들의 글을 읽고 찾아보면서 지금의 우리들을 생각해보았다. 100년 후 아니 500년 후의 나를 생각해보았다. 수백 년 동안 집 앞 강물은 흘러갔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흐르고 같은 물소리를 내듯이, 지금 우리의 아픔이나 슬픔도 똑같은 소리로 100년이나 500년 후 사람들의 마음에 흘러 닿으리라. 그다지 한문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터라 순 내 식으로만 해석한 시도 많고 내 식으로 덧붙인 해석들도 많다. 나의 그 가난한 이해의 마음에 여러분들의 풍요로움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며…. _ 머리말 중에서 저자가 머리말에서 고백했듯이 이 책에 실린 한시들은 김용택이 "내 맘대로" 해석한 것이다. 물론 한시에도 틀과 규칙이 있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묘한 맛의 차이는 있다. 그 맛 때문에 자꾸 한시를 읊게 된다고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그가 모아놓은 한시를 책으로 묶기로 한 것은 독자들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여느 외국시, 여느 현대시 못지않게 빼어난 한시의 멋을 혼자 음미하기가 너무 아까워서이다. 보다 친근하게 한시와 접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주석이나 설명은 배제하고, 한시 해석과 개인적인 감상만 덧붙였다. 2권으로 묶인 이 책에는 총 100여 편의 시가 네 가지 주제로 실려 있다. 사랑을 노래한 시, 자연을 노래한 시, 가난을 노래한 시, 그리고 인생을 논한 시들이다. 한시 하면 자칫 딱딱하고 고루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 실린 시를 한 편만 읽어봐도 그 생각은 바뀌고 만다. 한글로 번역한 시를 읽어도 그렇지만, 옆에 달아놓은 한자에 눈길을 주면 한시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굳이 옥편을 찾아가며 읽지 않아도, 번역된 시와 한자를 하나씩 오가며 읽는 재미가 무엇보다 쏠쏠하다. 한시 한 편마다 시인 김용택의 싱거운 한마디, 절절한 자기 고백, 쓸쓸한 인생론, 과격한 평화주의자의 목소리가 실려 있어 섬진강 가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시를 쓰며 살아가는, 그리고 아내와 알콩달콩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연인 김용택을 슬쩍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