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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협력적 노사관계
1장 노사관계 — 같은 말, 다른 세계 3 2장 한국 노사관계 — 경험으로 반응하는 구조 10 3장 노사 갈등 — 갑자기는 없다 20 4장 협력적 노사관계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구조 28 5장 대립에서 협력으로 — 전환의 법칙 41 6장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미래 52 2부 노동조합과 노조 전략 7장 노동3권 — 기울어진 운동장의 법칙 75 8장 노동조합 형태 — 하나가 아니다 85 9장 노조 설립 — 설계가 필요하다 94 10장 노동조합 운영 — 집행부가 전부는 아니다 103 11장 조직력과 교섭력 — 숫자가 아니라 구조 115 12장 노동조합의 특성 —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129 3부 노사협상 전략(단체교섭) 13장 노사협상 — 거부할 수 없는 의무 151 14장 교섭 절차 — 누구와 교섭하는가 159 15장 단체협약 — 합의 후가 더 중요하다 169 16장 교섭안 분석 — 요구 목록을 읽어라 178 17장 교섭 쟁점 — 현장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것들 191 18장 합의 도출 — 모두가 이기는 교섭의 법칙 203 4부 노사분쟁 관리(노동쟁의) 19장 노사분쟁 — 터지기 전 72시간 227 20장 쟁의행위 — 파업은 시작이 아니라 결과다 238 21장 파업 대응 — 직장폐쇄와 대체근로의 법칙 245 22장 노동쟁의 조정 — 파업 전 마지막 관문 256 23장 공익사업과 필수유지업무 — 파업도 멈춰야 하는 일이 있다 265 24장 분쟁 이후 — 관계 회복의 법칙 270 5부 부당노동행위 예방 25장 부당노동행위 — 사용자가 가장 많이 걸리는 3가지 287 26장 “이 해고, 정말 조합원이어서인가?” — 불이익취급의 법칙 295 27장 “이 발언, 지배개입인가?” — 경영 발언의 한계 305 28장 “이 교섭, 성실한가?” — 교섭거부 · 해태의 실제 313 29장 “신고했다, 그 다음은?” — 노동위원회와 노동청, 두 경로의 실제 320 30장 부당노동행위 예방 — 오늘부터 바꿔야 할 것들 332 6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격변의 시대, 노사관계의 법칙 31장 노란봉투법, 무엇이 달라졌는가 — 3대 핵심 변화 352 32장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시행 한 달의 기록 365 33장 노란봉투법 시대의 노사관계 전략 375 34장 AI 혁명, 노사 양측 담당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388 35장 최근 부각되는 노사관계 이슈 — 영업이익 분배 · 정년연장 · 공장 이전 403 36장 모두가 이기는 법칙 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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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에서, 왜 갈등이 생기는가
공인노무사로 일한 지 스무 해가 되어 갑니다. 그동안 파업을 목전에 둔 사업장도, 수십 년 동안 분쟁 한 번 없던 사업장도 겪었습니다. 교섭이 결렬되어 무거운 침묵만 흐르던 회의실에도, 마지막 순간 합의서에 서명이 오가던 자리에도 있었습니다. 노동위원회 심판정에도, 노동청 조사실에도 여러 번 섰습니다. 그 시간이 제게 남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노사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생긴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경영진도, 노조 간부도, 대개는 자기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갈등은 생겼습니다.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같은 상황도 다른 풍경으로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저는 사용자 측 자문 노무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회사 측의 자리에 앉아 단체교섭을 준비하며, 노조를 상대방으로 두고 회사에 인사노무와 노동법을 자문했습니다. 노사관계를 회사 쪽 창문으로만 내다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주노총 소속 노조 위원장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사용자 측을 깊이 겪어 본 사람이라야 노동조합에도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문을 시작으로 점차 더 많은 노동조합 간부들과 마주 앉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회사 측 자문을 놓지 않았으니, 어느새 저는 교섭 테이블의 노사 양쪽을 오가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양쪽 자리에 모두 앉아 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한쪽만 보던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습니다. 회사가 두려워하는 것과 노동조합이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 달랐지만, 각자의 자리에서는 둘 다 절박했고 또 합리적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볼 수밖에 없는가를 헤아리는 일이었습니다. 이 물음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합니다. 노사관계의 첫걸음은 상대를 설득하거나 굴복시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상대가 왜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양쪽을 다 겪으며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이것입니다. 상대를 이해하는 일은, 상대에게 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양쪽 모두가 같은 실수를 덜 하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이 깨달음이 저 한 사람에게만 쓸모 있는 것은 아니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이 책을 쓰게 했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담긴 판단 가운데 온전히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은 거의 없습니다. 교섭 테이블 맞은편 또는 같은 편에 앉았던 노조 간부들과 사측 임직원들. 그분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제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노사관계를 다루는 책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령과 판례를 정확히 정리한 책은 “그래서 현장에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에는 답하지 않았고, 실무를 다룬 책은 대개 사용자 아니면 노동자, 한쪽 편에 서 있었습니다. 정작 현장에서 마주 앉는 두 사람이 같은 책을 펴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양쪽 모두를 독자로 두고 썼습니다. 노동조합의 행동을 ‘저항’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표현’으로, 회사의 결정을 ‘압박’이 아니라 ‘경영상의 판단’으로 바라보는 자리에서, 단체교섭과 노동쟁의, 부당노동행위, 그리고 2026년에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과 AI 시대의 노사관계까지를 현장의 말로 풀었습니다. 이 책이 약속하는 것은 갈등이 사라지는 노사관계가 아닙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이 한 조직 안에 있는 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갈등을 다룰 수는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제목에 담긴 ‘모두가 이기는 법칙’은 상대를 꺾고 더 많이 가져오는 법칙이 아닙니다. 상대도 이길 수 있는 길을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교섭이든 쟁의든, 그 승패는 합의한 숫자가 아니라 그 합의가 남긴 관계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마주 앉은 상대와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같은 일터에서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이 책이 그 길에 작은 지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8월 심규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