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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시작하는 이야기_ 치료보다 이해가 먼저입니다
010 덧붙이는 말_ 당신의 피부는 좋아질 수 있습니다 PART 1 - 피부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 020 가려워서 죽을 수도 있다?! 026 피부과는 레이저만 쏘는 곳일까? 031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039 피부과 약은 정말 독할까? 047 다양한 피부과 약의 세계 054 완치의 환상과 관리의 현실 사이에서 PART 2 - 부모와 의사가 함께 지켜야 할 아이의 피부 064 “제 잘못일까요?” 죄인을 자처하는 부모들에게 069 치료의 시작은 올바른 진단으로부터 074 아토피라는 파도를 함께 넘는 법 082 하얀 얼룩 뒤에 숨은 아이의 웃음을 찾아서 089 작은 혹 하나가 수백 개가 되기 전에 PART 3 - 격동의 사춘기 피부, 뿌리부터 바로잡기 096 사춘기 피부, 부모가 놓치고 있는 것들 100 치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여드름 108 피부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116 검어진 피부, 때가 아니라 대사 위험 신호 123 냄새라는 감옥에서 아이를 꺼내는 일 130 사춘기 아토피가 더 어려운 이유 135 마지막 뿌리까지! 끝을 봐야 끝나는 싸움 PART 4 - 삶의 무늬가 새겨지는 시간, 성인기 피부 이야기 144 정기적으로 혈압은 재면서 피부는 왜? 154 무너진 면역력이 피부에 보내는 붉은 경고등 163 다시 돌아온 수두 바이러스 170 잠든 사이 피부를 파고드는 침입자, 옴 177 무좀 완치는 왜 그렇게 어려울까? 182 여드름인 듯 여드름 아닌 PART 5 - 당당함을 채워주는 미용 치료의 본질 192 피부가 바뀌면 삶이 달라진다 196 예뻐지기 전에 건강해져야 하는 이유 204 있을 때 지킨다! 탈모에 대한 달라진 인식 211 탈모,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219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나이는 없다 PART 6 - 생명을 지키고 일상을 구하는 일 228 피부과 의사가 점 하나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 232 평범한 얼굴을 하고 찾아오는 피부암 238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244 끝날 것 같지 않은 두드러기와의 싸움 249 의사는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사람 258 감사의 글_ 피부과 의사를 천직으로 받아들이며 265 맺는 글_ 그렇게 의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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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라는 걸 한번 해보자. 다음의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보자. 밸런스 게임의 규칙상 반드시 하나를 골라야 한다. 하나는 고열과 오한을 동반한 지독한 독감을 앓는 것, 다른 하나는 온몸에 돋아난 두드러기나 급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것. 기간은 공평하게 보름이다. 언뜻 보면 막상막하의 고통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독감을 택하겠다. 독감은 열이 나고 몸이 쑤시는 성가신 병이지만 최소한 약을 털어 넣고 이불 속에서 가만히 누워 휴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된다. 하지만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쉼 없이 가려운 피부병은 단 1분 1초의 평온함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긁지 않으려 애쓰는 인내심은 금세 바닥나고, 긁고 난 뒤의 자괴감과 쓰라림은 다시 가려움이라는 고통의 굴레로 이어진다. 이 굴레에 갇히면 인간의 이성은 마비되고 일상은 무너진다.
--- p.20 피부과 진료는 생각보다 훨씬 아날로그적이다. 몸을 보여주는 게 부끄러운 환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여주며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진 한 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기도 하고, 사진에서는 평평해 보이던 병변이 손으로 만져보면 단단하게 솟아 있는 경우도 있다. --- p.32 여드름의 경우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자들마다 피부의 바탕과 염증의 원인이 제각각이다. 비슷한 시기에 사춘기를 겪는데도 누구는 이마에 좁쌀 여드름 몇 개 올라오는 정도로 지나가고, 누구는 얼굴 전체가 붉게 뒤집히며 깊은 흉터까지 남는다. 치료 경과도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는 약을 조금만 사용해도 금세 좋아지는데, 어떤 아이는 치료를 반복해도 계속 염증이 재발한다. 단순히 약을 처방하기에 앞서 여드름이 어떤 토양 위에서 생겨난 것인지부터 살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p.101 사마귀 치료의 완성은 단순히 피부 위의 병변을 지워내는 의사의 기술에만 있지 않다. 조금 좋아졌다고 방심하지 않는 끈기, 무너진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행동 교정, 그리고 아이의 고통을 곁에서 묵묵히 지탱해 준 부모의 정성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인내의 결실이다. 피부과 진료실은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공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아끼고 스스로 돌보는 법을 배워가는 성장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피부라는 공통의 고민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아이가 다시 거울 앞에서 자신의 밝은 미소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내가 사춘기 환자들을 진료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 p.141 “이건 여드름이 아니라 주사피부염이라는 질환이에요. 원인을 잘못 알고 증상에 맞지 않는 약물을 사용하다 보니 피부가 자극을 받은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이 병에 맞는 약을 쓰고 치료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어요.” 내 말에 환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잘못된 세안 방법부터 시작해 화장품 사용 습관까지 일상의 루틴을 하나하나 함께 짚어 나갔다. 그리고 여드름 약을 끊은 뒤, 다른 약제들의 병합 치료로 염증이란 급한 불을 끄고 동시에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환자가 나를 믿고 성실하게 따라와 준 덕분에 피부가 빠르게 진정되기 시작했고, 이후 심해진 홍조 치료를 위해 레이저 치료를 두 차례 병행하자 피부가 한결 깨끗해졌다. 아직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긴 하지만, 이제야 올바른 출발점에서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것만 해도 큰 발전이었다. 다시 진료실을 찾은 환자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 p.187 피부과 의사가 행하는 미용 치료의 최종 목적지는 단순히 피부 표면을 매끄럽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에 있지 않다. 환자가 세상 앞에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그 무너진 마음의 장벽까지 함께 치유하고 지켜내는 것. 그것이 내가 매일 바늘과 레이저를 쥐며 다짐하는, 진짜 미용 치료의 정의이자 공감의 무게다. --- p.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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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피부과라는 이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화사한 조명, 번쩍이는 레이저, 주름과 잡티. 『당신의 마지막 피부과』는 그 익숙한 그림을 조용히 걷어내는 책이다. 20년 넘게 진료실을 지켜온 두 의사 부부가 함께 쓴 이 책의 첫 장면은, 산소호흡기를 단 채 대기실로 실려 들어온 한 어르신이다.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그가 밭은 숨 사이로 온 힘을 다해 뱉은 한마디는 “가려워 죽겠어요”였다. 통증은 응급실로 달려갈 명분이 되지만 가려움은 유난스러움으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저자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피부병은 그것을 겪는 당사자에게 명백한 재난이라고. 이 책의 미덕은 그 선언을 관념으로 남겨두지 않는 데 있다. 20년간 배꼽 속에 굳어 있던 각질 덩어리를 핀셋으로 꺼내 개복 수술을 막아낸 이야기, 몇 달째 낫지 않던 귀 습진의 진범이 이발할 때 들어간 머리카락 한 가닥이었던 이야기, 전신 습진으로 보이던 환자의 손가락 사이에서 끝내 옴벌레를 찾아낸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진다. 여기서 무기가 되는 것은 수억 원짜리 장비가 아니라 ‘보고, 듣고, 맡고, 만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각이다. 저자는 피부 질환을 산불에 비유한다. 약이라는 소화기로 당장의 불길은 잡을 수 있지만, 산이 바짝 말라 있는 한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난다고. 그래서 그는 집 청소는 누가 하는지, 샤워할 때 물 온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묻느라 30분을 쓰는 ‘비효율적인 의사’를 기꺼이 자처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진료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천을 찾아 정사를 미루고 전국을 떠돌던 조선의 세조, 가려움을 달래려 하루의 대부분을 물속에서 보내다 욕조 안에서 생을 마감한 장 폴 마라, 초상화마다 조끼 안에 손을 넣고 있던 나폴레옹까지.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의 살갗을 빌려 가려움이 한 인간의 품위와 정신력을 어디까지 끌어내리는지 보여준다. 신경과 전문의로 출발한 박의정 원장이 오른쪽에 병변이 있어도 반드시 왼쪽을 함께 확인하는 신경학적 습관을 피부과 진료실로 그대로 옮겨온 대목 역시, 두 사람이 함께 썼기에 가능했던 이 책만의 결이다. 책은 소아기에서 사춘기, 성인기, 노년기로 이어지는 생애 주기를 성실하게 따라간다. 유전자를 물려준 죄인을 자처하는 부모,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청소년, 목덜미의 검은 띠가 위생이 아니라 대사 이상의 신호였던 중학생, 냄새라는 감옥에 갇혀 있던 아이가 차례로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책은 생과 사의 문턱까지 나아간다. 점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의사의 직업적 결벽, 발바닥의 검은 점 하나에 한 사람의 삶이 속절없이 잠식되던 흑색종 환자의 기억이 담담한 문장으로 놓인다. 자식들이 오래도록 볼 영정사진만은 고운 얼굴로 남기고 싶다며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병원을 찾던 여든다섯 할머니의 고백 앞에서, 저자는 미용 치료의 정의를 처음부터 다시 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내놓는 가장 실용적인 제안은 ‘피부 건강검진’이다. 우리는 위와 대장을 위해 2년마다 내시경을 받으면서, 정작 몸에서 가장 넓은 장기인 피부는 병이 난 뒤에야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완치라는 환상 대신 관리라는 현실을, 사후 처방 대신 사전 점검을 권한다. 병이 내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치유라는 문장은, 만성 질환과 오래 동행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깊이 남을 것이다. 읽고 나면 거울 앞에 서는 마음이 달라진다. 붉은 자국 하나, 검은 점 하나가 더 이상 무심한 얼룩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부는 우리의 일상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일기장이라는 저자의 말은, 책장을 덮은 뒤에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