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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의 선장들
당장의 삶, 다가올 죽음, 그 사이를 채운 책에 관한 216일간의 대화
어크로스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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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죽음 앞에서

1장. 자기 연민에 관하여
2장. 부당함에 대하여
3장. 혐오에 대하여
4장. 죽음의 공포에 대하여
5장. 메멘토 모리

2부. 어떻게 살 것인가

6장. 좋은 죽음을 말하다
7장. 평범한 사람의 레거시
8장. 좋은 삶을 위한 첫 번째 조건: 자율성과 책임
9장. 좋은 삶을 위한 두 번째 조건: 관계
10장. 좋은 삶을 위한 세 번째 조건: 의미 추구
11장. 죽음을 가까이하기

3부. 고통 곁에서

12장. 고통과 모르핀
13장. 가족의 죽음
14장. 난파선과 구경꾼

4부. 다시 항해하기

15장. 항해
16장. 선장과 배우
17장. 왜 읽는가

나가며

참고 자료

저자 소개 2

온라인 북클럽 '그믐'의 대표. 대학 졸업 후 여러 외국계 기업 재무팀에서 일하다 가장 좋아하는 독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2022년 '그믐'을 창업했다. 2025년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 〈세바시〉와 〈중앙일보〉,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 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 왔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중문학을 전공하고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스페인 남자를 만나 스위스 취리히로 거주지를 옮긴 뒤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중앙일보], [시사인], [피렌체의 식탁] 등 여러 매체에 유럽의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 일하는 여성, 다문화 가족 등을 주제로 한 시리즈 인터뷰 기사를 스위스 현지 매체에 연재했다. 현재 취리히대학교에서 인터넷 플랫폼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에 대해 공부 중이다. 팩트의 재조합과 앵글을 달리한 관점으로 의미 있는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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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35*200*17mm
ISBN13
9791167743312

책 속으로

제가 좋아하는 구절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로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예요. 하늘과 땅은 너그럽지 않아서 모든 만물을 ‘추구’로 여긴다는 건데, 여기서 ‘추구’가 뭐냐면 지푸라기 인형이래요. 나는 나한테 너무 소중한 존재잖아요. 손가락이라도 하나 베어봐요. 얼마나 아픈데요. 그런데 세상은 내 위주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병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세상에 어떤 일들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자동차 사고, 비행기 사고, 희귀병, 전쟁, 내란, 이런 게 왜 우리를 쏙 피해가야 될까요? 내가 뭐길래?
---「1장 자기 연민에 관하여」 중에서

크건 작건 고통을 스스로 통과해본 사람은 그것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된다. 고통 또한 삶의 일부라는 것, 이길 수 있는 고통과 싸우는 것은 용기이고 이길 수 없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혜라는 점을 안다. 자기 내부로 침잠해 스스로를 연민하는 대신 주변을 돌아보며 끝까지 좋은 삶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이들을 지탱하는 힘이다.
---「1장 자기 연민에 관하여」 중에서

장례는 필요 없습니다. 장례식 알림 하지 마시고 부조금도 받지 말아주세요. 병원에서 사망하면 빈소를 차리지 마시고 화장한 뒤에 해양장으로 해주세요. 필요한 비용은 전부 장강명이 저의 유산에서 지불할 것입니다. 바닷가에서 유골을 뿌린 뒤 시원한 바람 맞으시고 가족끼리 뜨끈한 식사 한번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추모도 하지 마세요. 원래 아무것도 없는 데서 와서 이것저것 재밌게 해보다 가니 여한이 없고 행복합니다. (…) Keep calm and carry on writing. 사랑합니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예요. 감사합니다.
---「6장 좋은 죽음을 말하다」 중에서

살아 있는 인간의 욕망이 향하는 마지막 대상은 죽음일 것이다.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내가 그런 죽음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서도 문학은 여전히 유용하다. 책 속 전범을 보며 어떤 죽음에는 순응하고(나는 저렇게 죽고 싶다) 어떤 죽음에는 저항할 수 있다(나는 저렇게 죽고 싶지 않다).
---「17장 왜 읽는가」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읽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몇 번이고 고쳐 쓸 기회를 얻는다.
죽음과 마주 선 사람이 제 삶을 고쳐 쓰며 만들어낸 용기와 지혜가 여기 있다.”
_《슬픔의 방문》 장일호 추천

톨스토이부터 《길가메시 서사시》까지,
책과 책,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는 두 사람의 대화

2025년 4월,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대표 김새섬은 응급실에 실려가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는다. 평균 생존 기간 13개월. 40대에 느닷없이 찾아온 치명적인 병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대신, 남편 장강명 작가와 나눈 대화를 담은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세상에 알렸다. 죽음에 압도되기보다 다가올 가능성을 차분히 대비하는 그 모습에는 자기 연민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그 팟캐스트를 듣던 작가 김진경은, 자기 연민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는 김새섬의 태도에 감응해 인터뷰를 제안한다. 고통과 죽음에 관한 단 한 번의 인터뷰로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후 몇 달에 걸쳐 이어졌다. 둘을 그토록 오래 잇댄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애서가이자 책벌레인 두 사람이 읽고 곱씹어온 문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대화는 죽음을 둘러싼 길고 깊은 여정이 되었다.

둘의 통화가 길어지던 어느 날, 김진경은 깨닫는다. 자신 역시 김새섬과 다르지 않은, 난파가 예정된 배 위의 선장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된다는, 익히 들어온 진실을 온전히 실감한다. 《난파선의 선장들》은 서울과 취리히를 오간 이 대화의 기록이자, 죽음에서 삶으로, 당신의 책에서 나의 책으로, 끝내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죽음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곧 ‘어떻게 사느냐’다
: 취리히에서 서울로 걸려온 전화 한 통

작가 김진경은 우연히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를 매우 놀랐다. 자신과 같은 40대의 나이에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고 매일 같이 팟캐스트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그를 더 사로잡은 건 병 앞에서도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책에 대한 사랑과 죽음을 담담히 논하는 김새섬의 태도였다. 거기에는 피할 수 있는 고통에 저항하는 용기와,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수용하는 지혜가 함께 있었다. 김진경은 인터뷰를 제안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연결할 통로는 두 사람이 사랑한 책들이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되 책을 징검다리 삼자는, 죽음을 다룬 책을 인용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자는 생각이었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그에 관련한 질문을 드리는 방식은 어떨까요?” 내가 보낸 메일에 새섬의 답이 왔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책을 매개로 한 죽음에 관한 대화가 시작됐다. (20쪽)

《이반 일리치의 죽음》부터 《도덕경》까지, 책이 놓은 징검다리
: 삶과 죽음의 평범함을 알게 한 문장들

가장 먼저 대화의 문을 연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등법원 판사 이반 일리치는 강렬한 자기 연민에 시달린다. "누군가가 자신을 병든 어린아이 대하듯 마냥 불쌍히 여겨주기를" 바라는 그의 모습은, 사실 평범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다가올 죽음을 마주하는 김새섬의 태도가 유독 놀라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새섬은 죽음 앞의 자기 연민을 당연한 감정으로 이해하면서도, 자신이 특별하지 않은 매우 보편적인 존재임을 자각하려 애쓴다. 그는 《도덕경》의 한 구절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를 떠올린다. 하늘과 땅은 너그럽지 않아 만물을 '추구', 곧 지푸라기로 여긴다는 뜻이다. 지푸라기라는 말 앞에서 자기 연민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다른 질문이 들어선다. ‘지푸라기 같은 이 삶을 어떤 일에 쓸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좋은 삶의 세 가지 조건
: 하나의 태도 앞에서 허물어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어떤 가치를 남길 것인가? 이 질문을 시작으로 김새섬은 자신이 추구할 삶의 조건을 하나씩 세워간다. 그렇게 좋은 죽음을 묻던 질문이 좋은 삶을 묻는 질문과 포개진다. 김새섬은 좋은 삶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자율성, 관계, 그리고 의미 추구다. 그는 스스로 결정할 자율성을 내어준 삶에게 부단한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답하며 살아왔다. 자율성과 책임은 그가 언제나 추구해온, 앞으로도 이어나갈 삶의 태도다. 관계에 관해서는 두 사람을 이야기한다. 도시 빈민으로 지낸 어린 시절에도 늘 일관된 태도로 자신을 대해준 어머니,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가족인 남편 장강명 작가다. 마지막으로, 의미를 추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 또한 오래된 생각이지만,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으며 더 단단해졌다. 교모세포종 환자의 시간은 다른 사람의 40배속으로 흐른다고 한다. 그 가파른 속도 앞에서 김새섬은 좋은 영향을 남기고 싶다는, 강렬한 의미 추구의 욕구를 느낀다.

김진경은 이 대화를 지나며 김새섬의 '일관성'을 본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그 일관됨 앞에서, 삶과 죽음을 가르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진다.

“우리는 모두 승선했다”
: 책을 덮어도 끝나지 않는 두 사람의 대화

허물어지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만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의 경계 또한 무너진다. 인터뷰를 제안할 무렵, 김진경은 거대한 풍랑 앞에서도 의연한 김새섬을 선장으로 자신은 그 배를 바라보는 구경꾼으로 여겼다. 그러나 서울과 취리히를 잇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그는 자기 자신 또한 인생이라는 난파선 위의 선장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단단한 대지에 발붙이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구경꾼이 아니다. 나도 곧 난파당할 것이다. 새섬이 조금 앞섰을 뿐, 우리는 모두 난파자다. (…) 나는 풍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무대 위의 주연이 박수를 받고 내려가면 다음 주연은 내가 될 것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승선했다. (221쪽)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경계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김새섬은 김진경에게 더없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가며'에 실린, 김새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김진경은 이 책이 결국 경계를 넘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한다. 죽음에서 삶으로, 당신의 책에서 나의 책으로, 나에게서 새섬에게로. 우리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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