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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들어가며: 지역은 생산하고 서울은 결정한다 1. 지역순환경제란 무엇인가 - 이론적 배경, 원칙, 전략 2. 돈의 방향을 바꾸다 - [전략 1] 지역화폐 3. 돈의 길을 되찾는다는 것 - [전략 2] 로컬 디지털 월렛 4. 돈에도 고향이 있다 - [전략 3] 시중은행 지역 재투자 5. 기업의 이익은 어디로 돌아가는가 - [전략 4] 제조·유통 자본의 지역 재투자 6. 생산과 구상을 다시 잇다 - [전략 5] 지역본사제 7. 금융을 시민의 손으로 - [전략 6] 시민적 조정과 금융민주주의 8. 빠져나가는 부를 붙잡다 - [전략 7] 지역공동체 부 구축하기 9. 땅을 시장으로부터 되찾다 - [전략 8]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 10. 지역의 돈을 지역의 은행으로 - [전략 9] 지역공공은행 11. 지역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 12. 지역이 자기 경제를 계획한다는 것 - 시민적 계획경제 나오며: 지역에서 다시 시작하기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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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내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바로 그 대항 회로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화폐는 이미 국내외에서 오래전부터 실천되어 온 제도이며, 이 책은 그 성과와 한계를 존중한다. 그러나 지역화폐를 제외하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지역순환경제와 관련한 대부분의 구상은 내가 서울공화국 구조를 분석하면서 제안하고 구축해 온 것들이다. 로컬 디지털 월렛, 시중은행 지역 재투자, 제조·유통 자본 지역 재투자, 지역본사제, 금융에 대한 시민적 조정과 금융민주주의, 지역공동체 부 구축하기의 한국적 재구성,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의 지역순환경제적 위치 부여, 지역공공은행, 시민적 계획경제, 그리고 이 모든 전략을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하나의 이론적·제도적 회로로 묶는 작업은 내가 전국 각 지역의 실천 현장과 지자체와의 정책 논의 속에서 다듬어 온 구상이다.
--- pp.8-9 지역을 경제의 주체로 세우는 일, 이것이 바로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the right to regional economic self-determination)’이다. 그리고 이 책이 제안하는 지역순환경제(local endogenous development)는 이 경제적 자기 결정권을 현실의 제도와 회로로 만들기 위한 대안이다. 지역순환경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정책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개발국가 산업화가 남긴 공간적 분업, 서울 중심 본사경제(Headquarters Economy)와 금융 집중, 지역에서 생산된 잉여의 외부 유출이라는 역사적 구조 위에서 제기된 대안이다. 동시에 시장과 국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지역의 삶을 지역사회가 스스로 조직하려 했던 오래된 실천들의 현대적 재구성이다. --- pp.24-25 기업 본사의 수도권 집중을 통계가 보여 준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5년에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 본사 소재지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284곳, 곧 56.8%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인천·경기에 본사를 둔 기업은 101곳, 곧 20.2%였다. 서울·인천·경기를 합친 수도권에는 385곳, 곧 77%의 본사가 몰려 있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에는 46곳, 9.2%, 대구·경북에는 23곳, 4.6%, 대전·충남에는 21곳, 4.2%, 광주·전남에는 14곳, 2.8%만 있었다. 충북은 4곳, 제주 3곳, 전북 2곳이었고, 세종과 강원은 각각 1곳에 그쳤다. --- p.111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은 지역이 자기 경제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리이자 능력이다. 그것은 더 많은 예산을 지방에 배분하자거나 중앙정부의 권한 몇 개를 지방정부로 넘기자는 행정 분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은 지역 주민, 지방정부, 시민사회, 노동자, 소상공인, 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함께 지역 경제의 흐름을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다. --- pp.219-220 이 책을 읽는 지역운동가, 노동조합 활동가, 지역 정치 그룹, 지방정부 관계자, 공공기관 종사자,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의 실천가, 그리고 지역 시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역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있고, 기술도 있고, 기억도 있고, 노동도 있고, 돌봄도 있고, 장소도 있고, 관계도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흩어져 있고 외부의 결정 구조 속에서 낮게 평가되었다는 데 있다. 지역순환경제는 그 흩어진 힘을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지역의 힘은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지역 안의 관계를 다시 조직할 때 생겨난다. --- p.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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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결정권’이다
오늘날 한국의 지역 문제를 단순히 ‘지역 격차’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저자는 그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가. 이 책은 이 문제를 도린 매시(Doreen Massey)의 ‘공간적 분업’ 개념을 통해 바라본다. 공간적 분업은 지역마다 생산과 노동, 자원과 기능이 다르게 배치되면서 경제적 역할이 분리되는 구조를 말한다. ‘서울공화국’ 한국에는 지역이 생산과 노동, 토지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동안 본사와 금융, 연구개발, 전략적 의사결정과 이윤의 상당 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되는 공간적 분업이 고착되어 있다. 실제로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충남과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지역총소득 비율은 70%대에 그쳐, 생산된 부가가치와 이윤의 상당 부분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나아가 지방에서 조성된 막대한 자금이 서울과 수도권의 자산시장과 대기업 투자를 위해 역외로 빠져나가는 ‘자금 역외 유출률’은 비수도권 주요 시도에서 평균 30~40%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문제는 서울과 지역 사이의 소득이나 일자리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지역순환경제’를 제안한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경제의 회로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 금융, 기업, 토지, 공공 조달 등의 경제적 자원을 다시 연결하고, 지역 스스로 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을 생산기지나 소비시장,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제적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로 지역을 다시 세우자는 제안이다. 지역순환경제에 관한 가장 체계적인 안내서 ‘지역 소멸’은 이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랫동안 ‘지역균형발전’을 핵심적인 국가 과제로 다뤘고, 지역에 일자리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역 소멸의 위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순환경제란 무엇인가』는 그 답을 지역경제의 구조와 회로에서 찾는다. 지역에 재정을 지원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지역에 남고 축적되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지역 소멸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를 경제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지역순환경제를 둘러싼 논의와 실천은 이미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축적되어 왔다. 이 책의 특징은 그 여러 논의와 사례를 개념으로 정식화하고 하나의 체계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지역화폐를 제외하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지역순환경제와 관련한 대부분의 구상은 저자가 서울공화국 구조를 분석하면서 제안하고 구축해 온 것들이다. 로컬 디지털 월렛, 시중은행 지역 재투자, 제조·유통 자본 지역 재투자, 지역본사제, 금융에 대한 시민적 조정과 금융민주주의, 지역공동체 부 구축하기의 한국적 재구성,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의 지역순환경제적 위치 부여, 지역공공은행, 시민적 계획경제, 그리고 이 모든 전략을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하나의 이론적·제도적 회로로 묶는 작업은 저자가 전국 각 지역의 실천 현장과 지자체와의 정책 논의 속에서 다듬어 온 구상이다. 이 구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지역순환경제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즉, 지역순환경제의 정의, 이론적 배경, 원칙에서 시작해 아홉 가지 전략을 자세히 설명하고 대안으로서의 ‘시민적 계획경제’로 마무리한다. 지역순환경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쓸모 있는 ‘체계적인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서울공화국을 넘어서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 『지역순환경제란 무엇인가』가 다른 지역경제 담론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구체적으로 답한다는 점이다. 책은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아홉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 내 소비의 순환부터 로컬 디지털 월렛, 시중은행 지역 재투자, 제조·유통 자본의 지역 재투자, 지역본사제, 금융에 대한 시민적 조정과 금융민주주의, 지역공동체 부 구축하기,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 지역공공은행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의 서로 다른 지점에 개입하는 전략들이다. 그러나 이 아홉 가지 전략은 각각 따로 떨어진 정책 목록이 아니다. 소비와 결제, 금융과 기업, 생산과 의사결정, 공공 조달과 토지, 장기적인 금융에 이르기까지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어디로 흘러가고 누가 그것을 결정하는가를 바꾸기 위한 하나의 연결된 전략 체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역에 돈을 조금 더 남기는 데 있지 않는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와 자원을 누가 소유하고, 누가 조정하며, 누가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것인가에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지역순환경제는 서울공화국을 단번에 해체하겠다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 자기 결정권을 현실의 제도와 전략을 통해 조금씩 되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발품을 팔아 쓴 책 이 책은 책상 앞에서 이론만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한국지역순환경제학회 회장인 저자는 지역순환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국내외 논의와 사례를 연구하는 한편, 전국 각 지역의 실천 현장과 지방자치단체와의 정책 논의 속에서 자신의 문제의식과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지역공동체 토지 신탁, 지역공공은행, 시민적 계획경제 등의 개념 역시 해외 사례를 그대로 옮겨오지 않고, 한국의 공간적 분업과 본사경제, 금융 집중, 지역 외부로의 가치 유출이라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다시 구성했다. 그래서 이 책의 아홉 가지 전략에는 지역 현장에서 부딪히며 얻은 현실 감각이 배어 있다. 그가 제시하는 아홉 가지 전략은 모두 지역의 문제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가능성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담긴 전략들은 행정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곧바로 정책과 제도로 응용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당부한다. “이 책을 읽는 지역운동가, 노동조합 활동가, 지역 정치 그룹, 지방정부 관계자, 공공기관 종사자,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의 실천가, 그리고 지역 시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역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람도 있고, 기술도 있고, 기억도 있고, 노동도 있고, 돌봄도 있고, 장소도 있고, 관계도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흩어져 있고 외부의 결정 구조 속에서 낮게 평가되었다는 데 있다. 지역순환경제는 그 흩어진 힘을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지역의 힘은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지역 안의 관계를 다시 조직할 때 생겨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