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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우리만의 집
1화 우리만의 집
2화 언더런
3화 2080 살아남기
4화 장례식

2부 임시 가족
5화 임시 가족
6화 도구
7화 불행 배틀
8화 비장의 수

3부 혈육
9화 혈육
10화 임시 휴무
11화 완벽한 훈련
12화 비상구

4부 진짜 가족
13화 진짜 가족
14화 애도
15화 데드런

5부 하루
16화 하루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소설가.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한국에서 태어나서』, 연작 소설 『못 배운 세계』를 집필했다. 슬퍼도 웃는 코미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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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135*205*20mm
ISBN13
9791124185254

책 속으로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은 그날 입었던 옷이다. 이 옷을 입고 우리 반이 체육대회에서 우승했던 그날이 내 삶에서 제일 행복했던 날이다. 그래서 이 옷을 입고 언더런에도 출전했지만, 우리는 같은 순간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만약 별다른 목표 없이 떠돌았다면 여전히 패배감에 젖어있었겠지만, 지금 내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그곳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연신내역까지 이제 한 정거장 남았고.
--- p.37

“저희는 가출 청소년인데, 한 달 동안 지하철역을 떠돌아다녔어요.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미성년자라서 할 수 없었어요. 방금 그러셨잖아요, 사람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요. 부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나의 절박한 호소에 아저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 p.52

그리고 지금, 그 온기를 떠올리며 나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대답했다.
“임시 가족입니다.”
“무슨 의미죠?”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같은 목표로 맺어진, 그런 가족이요.”
제법 그림이 될 만한 대답이 나온 듯, 아나운서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선수님께 언더런이란?”
“도전이죠. 조금 다치더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 pp.63-64

“달리기 빠른 내가 가는 게 낫지 않아?”
“무릎이나 닦아.”
여자애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니, 찢어진 트레이닝 바지 사이로 피가 엉겨 붙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까 첫째의 가랑이 사이로 슬라이딩하다가 다친 상처였다. 경기 중에 끓어오르던 아드레날린 덕에 다친 줄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상처를 확인하니, 잊고 있던 통증이 밀려오며 타는 듯이 쓰라렸다.
그사이 내 품에서 공을 낚아챈 여자애가 망설임 없이 적진을 향해 뛰쳐나갔다.
--- pp.83~84

“너,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뭐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나는 시선을 돌려 텐트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들을 안전하고 번듯한 ‘우리만의 집’에 데려다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대신, “지하에 사는 게 싫어서”라는 핑계를 대고는 밖으로 나왔다.
--- pp.99~100

“가방 열렸다.”
“아니요, 제가 닫을게요.”
나는 황급히 가방을 내 품으로 끌어당겼다. 벌어진 지퍼 틈새로, 내가 통닭집에서 챙겨 온 식칼의 서늘한 칼날이 보였다.
내가 몰래 준비한 진짜 ‘비장의 수’였다.
그것은 단순한 흉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존엄을 포기하는 거였다.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내가 가족이라 믿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그래도 괜찮다고 합리화했다. 기꺼이 악인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이 기분은 뭘까.
--- p.119

“너 어떻게 잊을 수 있냐.”
“뭐가.”
“우리가 상대했던 팀이잖아.”
순간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꾹 힘이 들어갔다.
한부모 팀으로 참가했던 32강전에서 나를 두들겨 팼던 아저씨들.
그때는 뭘 몰라서 맞기만 했지만, 숱한 사투를 거치며 나는 규칙이 없는 게 규칙인 언더런에 완벽하게 적응해 있었다. 과거의 수모를 완벽하게 되갚아줄 수 있는 복수의 기회였다.
“무슨 도구 쓸지 또 머리 굴려봐야겠네.”
--- p.152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덕지덕지 가렸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이라는 게 티가 났다. 적들은 서로의 등을 쿡 찌르고 자기가 안 때린 척 시치미 떼며 유치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익숙하고도 뻔한 행동 패턴이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만약 내 바람대로 우리 한부모 클럽 녀석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결승에 올라왔더라면, 딱 저런 모습이었을 테니까.
--- p.200

“형은 이해가 돼요. 4강 경기도 경기장에 직접 가서 봤거든요. 몸 바쳐 뛰던데요. 팔도 다치지 않았어요? 지금도 불편해 보이는데, 어떻게든 저한테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형을 어떻게 거짓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도대체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소름이 끼쳤지만, 내가 그 사실에 경악하기도 전에 그는 더 거대한 폭탄선언을 던졌다.
“그래서 세상이 더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형 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도 방황하고 있으면, 도대체 이 세상은 뭐가 정답일까 싶어요. 도무지 모르겠어요.”
--- p.213

나는 달렸다.
누군가를 살리는 것도, 통닭 팀을 단독주택에 살게 하는 것도 다 부수적인 문제였다. 오직 나를 위해서 질주했다. 김준혁이 살아야 나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상대의 골대로 향했다. 점점 숨이 차오르고, 이렇게 뛰다가는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까는 세상의 끝 같던 당산역 입구가 이제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처럼 열렸다. 저만치에서 왠지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계속 달렸다.
--- p.235

출판사 리뷰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같은 목표로 맺어진 이들
‘임시 가족’이 되어 다시 게임에 도전하다

규하가 합류한 ‘통닭 팀’은 통닭집을 운영하는 부모와 딸 서하, 삼촌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통닭 팀과의 관계를 묻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규하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임시 가족입니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같은 목표로 맺어진, 그런 가족이요.”

하지만 한 팀이 되었다고 곧바로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하는 규하를 믿지 않고, 경기 작전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규하 역시 통닭 팀이 우승해야 자신과 친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계산으로 이들에게 접근했다. 함께 달리면서도 서로를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관계다. 그럼에도 같은 가게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경기장에서 서로의 몸을 지키는 동안 이들 사이에는 조금씩 다른 감정이 자라난다.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데만 몰두했던 규하는 팀원들이 다칠까 걱정하기 시작하고, 자기 가족을 지키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던 서하도 조금씩 규하에게 마음을 연다. 이들은 어둠 속에서 진짜 공과 가짜 공을 뒤섞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구와 기상천외한 작전을 동원하며 한 경기씩 앞으로 나아간다.

코인 투자 실패로 집을 잃은 ‘오남매 팀’, 과거 다 같이 가출한 뒤 5년째 거리에서 살아온 20대 여성들로 이루어진 ‘식빵 팀’, 무자비하기로 악명 높은 건장한 40대 남성들로 구성된 ‘붉은악마 팀’과 상대하며 그들은 매 경기 예상하지 못한 공격과 배신, 목숨을 위협하는 돌발 상황을 마주한다. 그 모든 위기를 서로 의지하고 돌파하며 규하와 서하는 더욱더 가까워진다. 같은 피를 나눈 사이도, 오래 알고 지낸 관계도 아니지만 어느새 이들은 상대의 상처를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이가 된다.

가족을 피해 집을 나온 아이들
‘우리만의 집’을 꿈꾸다

언더런 게임이 진행되는 사이사이에는 규하와 친구들이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난다. ‘한부모 클럽’을 형성한 이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가족이라는 말 대신 ‘혈육’이라고 부른다. 피가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자신들을 때리고, 번 돈을 빼앗고, 마음을 외면한 이들을 진짜 가족이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하의 사정은 친구들과 다르다. 규하가 왜 집을 나왔는지, 가족에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는 경기 중 발생한 사고로 아버지를 호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드러난다. 그의 아버지는 대형 병원의 원장이고, 규하가 집을 떠난 까닭은 경제적인 결핍이 아니라 깊은 외로움 때문이었다. 국책 프로젝트에 참여해 ‘데드런’이라는 안락사 약을 만들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버지는 아들의 슬픔을 살피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일에만 몰두했다. 좋은 집에서 풍족하게 살면서도 규하는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 채 혼자 남겨졌다고 느낀다. 서로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규하는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숨겨왔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선수를 구하기 위해 이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소설은 상처와 오해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고 우정을 이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뭉클하게 그린다. 첫 경기에서 규하를 두고 떠났던 친구들도 완전히 그의 곁을 떠나지는 않았다. 규하가 숨겨온 비밀이 밝혀지고 서로에게 느꼈던 배신감이 터져 나온 뒤에도, 아이들은 서툴지만 자신들의 방식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함께할 방법을 찾아간다.

위험천만한 경기 속 생생한 웃음
어쩌면 우리만의 집은 이미 도착해 있는지도 모른다

『언더런』의 중심에는 매 경기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있다. 모두가 절박한 사연을 안고 경기에 뛰어든 만큼 치열한 심리전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작전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이런 위험천만한 경기 속에서도 규하의 능청스러운 독백과 개성 강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생생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통닭 팀의 일원으로 뛰는 동안 규하는 비로소 가족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가족이란 같은 피를 나눈 사람이 아니라 나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슬퍼해주는 사람임을 깨닫고, 그 역시 타인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리하여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집을 얻기 위해 시작된 경기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질주,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으로 변화한다.

『언더런』은 집을 차지하기 위한 레이스로 출발해 살아갈 이유와 돌아갈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나아간다. 목숨을 걸고 승강장을 향해 달리는 동안 규하가 얻는 것은 혈육에게서 받지 못했던 위로와 믿음,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사람들과 맺은 단단한 관계다. 규하가 바라던 ‘우리만의 집’은 화려한 단독주택이 아니라,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며 어쩌면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는지도 모른다.

류연웅 작가는 한부모 가정인 친구들끼리만 어울리며 ‘같은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시작했다. 작품 속 아이들처럼 당시 서로에게 들려주던 불행한 이야기는 자랑이 아니라 자신을 봐달라는 울음에 가까웠다고 고백한다. 『언더런』은 그때 곁으로 다가와준 친구들에게 마음을 갚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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