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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기 영국의 아시아 딜레마
기대와 현실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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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며

제1부 군대 주둔의 딜레마: 냉전기 영국의 한국 정책
제1장 주한 영국군 주둔의 명분 수립 딜레마, 1950-1979
제2장 주한 영국군 철수의 명분 수립 딜레마, 1979-1993

제2부 국가 승인의 딜레마: 냉전기 영국의 북한 정책
제1장 북한 미승인의 명분 수립 딜레마, 1948-1976
제2장 북한 미승인의 외교적 파장

제3부 해외 원조의 딜레마: 냉전기 영국의 네팔 및 부탄 정책
제1장 네팔 원조의 딜레마, 1970-1974
제2장 부탄 원조의 딜레마, 1970-1987

제4부 옛 식민지의 체제 유지 및 ‘대등 관계’ 수립의 딜레마
: 냉전기 영국의 홍콩 및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정책
제1장 반환되는 홍콩의 ‘영국식 체제’ 유지 딜레마
제2장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추밀원 사법위원회 진입 딜레마

마치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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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런던정경대학교에서 각각 국제관계학과 유럽연합정치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영국 보수당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인문사회학부를 거쳐 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인문학부에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이공계 인재들의 역사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20세기 전반에 걸친 영국 정치외교사를 주로 연구해왔으며 공저로 『역사학의 역사』, 『20세기 서양의 일상과 풍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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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52*224*20mm
ISBN13
9791167072801

책 속으로

그러나 영국은 아시아 지역 우방들의 다양한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 만한 경제적, 군사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렇듯 영국에 대한 기대와 영국이 보유한 능력 간의 현실적 괴리가 영국과 영국을 의지한 아시아 국가 간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영국의 장기적인 외교 및 군사 전략 방향 설정을 두고도 영국 정부 내부의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다.
--- 「시작하며」 중에서

영국의 대한 군사 지원과 관련한 영국 국방부의 불쾌감 표출은 계속되었다. 같은 해 8월, 국방부는 “군사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한국 방위에 대한 영국의 개입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영국군의 한국 주둔 비용부담을 국방부에서 외무부로 이전할 것을 노골적으로 제안했고, 외무부는 이를 “좋지 않은 방향으로의 진행”으로 여기고 국방부를 설득해 이러한 생각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외무부는 영국군이 유엔 의장대에 잔류해야 하는 군사적인 이유가 “국방부가 인정하는 것보다 (…) 더 많다”고 주장했다.
--- 「제1부 2장. 주한 영국군 철수의 명분 수립 딜레마, 1979-1993」 중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미칠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승인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 사항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예상치 못한 논쟁으로 인해 외무부는 재고에 들어갔다. 히스 정부와 윌슨 정부 모두 “북한을 승인하는 방향으로 매우 천천히 나아간다”는 것이 원론적 방침이었으나, 이 문제로 인해 외교관들과 법률가들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발생하자, 결국 외무부 수뇌부는 법률가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1974년 유엔 총회 논의가 결론지어지는 대로 북한 승인을 발표하는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실무 라인에 있던 영국 외교관들은 이를 거부하고 다른 부처의 장관들에게까지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 「제2부 1장. 북한 미승인의 명분 수립 딜레마, 1948-1976」 중에서

1973년 영국의 부탄 원조 증대의 최대 걸림돌이 해외개발청이었다면, 1975년에 원조 증대의 최대 걸림돌은 다름 아닌 인도 정부였다. 앞에서 보았듯이 중국의 부탄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인도도 영국의 부탄 지원 확장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주인도 대사관의 1973년 당시 분석과는 달리, 부탄에 대한 영국,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해외 원조 확대와 이에 따른 부탄인들의 “민족의식 고취”로 인해 1975년이 되어서는 인도가 해외 원조 제공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 「제3부 2장. 부탄 원조의 딜레마, 1970-1987」 중에서

중영 협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는 미국의 다소 노골적인 요구에 영국 정부는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협정을 이끌어낸 뒤, 중국이 그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행사하는 수준의 협조를 구한다는 차원에서 중영 협상 과정을 미국 정부에 설명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중국의 홍콩 반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홍콩의 주권 이양을 논의하게 된 상황에 미국까지 협상 당사자로 직접 참여하게 된다면 영국의 국제적 입지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 「제4부 1장. 반환되는 홍콩의 ‘영국식 체제’ 유지 딜레마」 중에서

영국 외교는 지금 전후 최고의 위기와 기회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이제 영국이 더 이상 예전처럼 미국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도 없고, 유럽의 외교노선을 주도할 수도 없고, 이 두 대서양 세력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영국의 전통적인 외교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하여 중견국가급인 영국이 초강대국인 미국, 유럽, 중국 등을 홀로 상대한다는 시나리오는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영국의 외교력 신장이 어려워 보일 수 있겠으나, 오히려 이러한 ‘악조건’들은 약점이 아닌 이점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 「마치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국은 사라졌지만, 제국의 역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위상과 현재의 능력이 어긋날 때 국가는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1945년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역설적으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막대한 인명과 재정을 소진했고, 세계 곳곳의 식민지는 독립을 요구했다. 새로운 세계 질서의 중심은 미국과 소련으로 이동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이끌었던 영국은 이제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영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기대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영국은 핵무기를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영연방의 중심 국가였으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제국을 경영하며 축적한 외교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도, 아시아의 신생 국가들도, 옛 식민지들도 영국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문제는 그 기대에 부응할 힘이 더 이상 영국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냉전기 영국의 아시아 딜레마』는 바로 이 ‘기대와 능력의 괴리’ 에서 냉전기 영국 외교를 읽는다. 저자는 영국 현대외교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어온 아시아를 무대로 삼아, 제국에서 중견국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영국이 맞닥뜨린 선택의 순간들을 구체적인 외교 사례로 복원한다.

한국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현실과 미국 및 동맹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가 충돌했다. 북한을 둘러싸고는 국제법적 승인 원칙과 냉전의 정치 논리가 맞섰다. 네팔과 부탄에서는 전략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과 경제적·외교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부딪쳤다.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의 관계에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식민지 시대는 끝났지만, 영국이 과연 옛 식민지들을 진정한 ‘동등한 국가’로 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 사례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영국 외교의 성공보다 오히려 갈등과 주저함, 실패의 과정 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정은 부족했지만 영향력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제국은 해체되었지만 제국의 사고방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는 영국 외교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행동의 범위를 제약하는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모순은 때로 외교적 고립을 낳았고, 옛 식민지와의 관계를 훼손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비극적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이 책은 지나간 영국 외교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냉전 종식 이후에도 미국 의존, 유럽과의 거리, 아시아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문제는 형태를 바꾸어 계속 반복되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과 멀어지고, 미국 우선주의와 미중 패권 경쟁이 동시에 거세진 오늘날 영국은 다시 한번 ‘자신이 원하는 역할’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힘’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중견국들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강대국 경쟁 속에서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율성을 확보할 것인가. 제한된 자원으로 어디까지 외교적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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