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티 도둑이 뭐가 나빠 에쎔플한썰푼다 로프와 하품 한 시간은 248원언니가 화난 것 같아서 말을 못 걸었어요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
|
|
말이 진실을 만드는 순간,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황인찬 시인은 왕후민 소설의 직접성과 솔직함을 강조하며, ‘성실하게 일궈낸 솔직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강경희 문학평론가는 “당신이 믿으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 믿음을 끝내 무너뜨릴 것”이라며 탄탄한 구성력과 스토리 전개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이 소설집이 끈질기게 파고드는 것은 ‘진실’ 자체가 아니라, 진실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표제작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는 그 방식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말한다. “내가 어디까지 진짜 있었던 일을 말할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듣고 그냥 진짜라고 믿어줄래요? 나도 나 좋을 대로 말할 테니…” 그리고 곧바로 말을 내던진다. “그래서, 나 오빨 죽였어요.” 이 문장이 독자를 단숨에 붙잡는다. ‘오빠를 죽였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애초에 믿음이 가능한 구조인지가 흔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팬티 도둑이 뭐가 나빠〉에서 역시 “나는 요즘 팬티를 훔치고 있다”라는 도발적인 문장이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쉬운 고백이지만, 소설은 그것을 아예 미끼처럼 던져버린다. 하지만 이 도둑질은 단순한 일탈이나 성적 충동의 고백이 아니다. 주인공에게 그것은 합리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착취’와 굴욕에 대한 뒤틀린 항변일 뿐이다. 한 편의 멋진 뜀틀 경기 같은 유연한 서사의 흡입력왕후민의 소설들은 한 편의 멋진 뜀틀 경기처럼 다가온다. 웃기고 황당한 설정으로 도움닫기하고, 블랙유머라는 기술과 반전이라는 상상력으로 회전한 뒤, 밑바닥 청춘의 비루함과 분노를 끄집어내며 서늘하게 착지한다. 독자로 하여금 그 낙차를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왕후민 소설의 매력이다.왕후민의 《내 입으로 나오는 말까지만 진짜》에 실린 단편들은 서로를 밀고 당기듯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소설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사건의 다른 각도’의 시선일 뿐이다. 어느덧 따로 떨어져 있을 것만 같았던 등장인물들은 한 지점으로 모여든다.〈한 시간은 248원어치〉이 왕후민 소설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한 번의 섹스를 위해 여자 주인공은 동창인 남자와 약속을 하지만, 백수인 그녀는 그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들어가는 돈을 원 단위로 따져가며 계산해야 하는 처지다. 그녀가 한 시간에 써야 할 돈은 정확히 248원어치이기 때문이다. 감정도 관계도 모든 것이 “그 정도 값”으로 정리되는 순간, 비루한 청춘에게 남는 건 낭만이 아니라 거스름돈 같은 잔액뿐이다. 이 책은 청춘의 문제를 거창한 구호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돈으로 바뀌는 마음’이라는 생활의 장면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각 단편은 서로 다른 사건을 다루면서도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단편을 하나씩 읽는 동안 독자는 사건을 해결하는 기분이 아니라 ‘내 안의 오작동’을 발견하는 기분에 가까워진다. 장르적 재미를 품고도 현실과 멀어지지 않는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을 더 또렷하게 보이게 만드는 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