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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마트료시카세수농담친구의 집마트료시카취미 생활아주 잠깐의 저녁거울의 스푸마토타박타박 제라늄도토리 줍기24시 편의점남아도는 기분제2부 오답 노트서정왕십리질문들연못과 팻말슬픔이여, 안녕오답 노트겨울방학웨하스 생각토마토올해의 슬픔우리가 아이를 잃는다면음각박물관눈감은 도서관침대에서 만나요제3부 잠의 아름다운 형태들그레텔에우리디케잠의 아름다운 형태들수련벽과 공과 나당신의 모든 조각사서 K생일나는 오늘 고통스러웠으나 애쓰지는 않았어푸른십년 후의 잔디청혼젖은 머리로 누우면제4부 짙고 푸른 별무늬 커튼개배송집 한채관리사무소비닐봉지 속에서나의 아름다운 냉장고무인상점사은품 천사여자는 잘 있습니다짙고 푸른 별무늬 커튼고요 식물원백지손해설|송현지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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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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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고 흩어진 마음들이 서로의 곁에 닿을 때고통의 폐허에서 피어나는 조용한 연대의 언어이번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면들이다. 시인은 ‘나’가 타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마다 서로의 자리와 몸짓이 변화하는 유연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친구인 걸까”라는 물음을 통해 단순히 관계를 묻는 것을 넘어 두 존재가 서로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마침내 “문밖에는 내가 서 있어/나는 드디어 친구처럼/나를 활짝 끌어안았다”(「친구의 집」)라는 장면에서 ‘나’와 타자의 구분은 사라진다. 또한 “벽에 나를 던지면 대답 대신 돌아온 공이 벽을 퉤 뱉는다”(「벽과 공과 나」)라는 기묘한 장면을 통해 ‘나’와 세계가 부딪치고 자리를 바꾸는 동안 존재가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김경인의 시에서 ‘나’는 세계의 수많은 기억을 계승하는 존재로서 어느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나’와 타자는 차이를 지닌 채 함께 존재하면서 서로 고통을 나누어 갖는 연대적 관계의 ‘우리’로 거듭난다.연대하는 ‘우리’가 되기에 앞서 시인은 먼저 비극적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존재들을 깊은 연민의 눈길로 살핀다. “노동자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사라졌다 해도 (…) 다행히도 내 나라의 천연자원은 슬픔이어서 가장 가난한 집조차도 슬픔만은 넘친다네”(「웨하스 생각」)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대목이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비극적 현장에서 “곤봉에 맞아 형체 없이 으깨진 살 같은 것”(「토마토」)을 떠올리는 순간은 사회적 고통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보여준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며 “눈 코 입 없이 반죽이 된 여자”, “유리창처럼 깨져 풍경 속에 박힌 여자”(「사은품 천사」)의 삶을 바라보며 “여자는 잘 있습니다/가장자리가 오그라든 채/벽지에 스며들어”(「여자는 잘 있습니다」)라고 묘사할 때, 시인의 언어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차가운 얼굴을 감싸주는 “고통의 깃털을 산 채로 뽑아 만든/가볍고 포근한 이불”(「청혼」)이 된다.중요한 점은 시인이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나는 그 어떤 슬픔에도 다다르지 못했네”(「웨하스 생각」)라는 고백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드러낸다. 시인은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관망하듯 함부로 말하는 일을 경계하면서 “세상의 모든 비유가 새로 쓰이는 순간을/침묵 속에서 지켜”(「우리가 아이를 잃는다면」)본다. “삼킨 말이 쌓인 식탁 모서리”, “응답 없는 전화기에 얕게 쌓인 먼지”, “돌아오지 못한 짝짝이 신발”(「음각박물관」)처럼 잊힌 존재, 구석진 자리를 하나하나 꺼내어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슬픔을 대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오래 머물며 자신의 맨살을 드러내는 일이다. 시인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어설프게 재단하는 대신 자신의 취약한 안쪽을 내놓고 “우리를 꺼내어/토막 난 진실을 잇는”(「우리가 아이를 잃는다면」) 쪽으로 나아간다.“얼어붙고서야 선명해지는 삶의 무늬들”비산하는 마음을 다잡으며 ‘우리’로 잇다“저 멀리 아름답고/가까이서 보면/참혹뿐인”(「서정」) 현실의 이면을 직시하는 김경인의 시에서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자신의 상처와 맞닿아 있다. “부서진 다음에도/부서질 것이 그만큼/남아 있”(「질문들」)는 보통의 비극 속에서 내뱉는 “나는 살아 있다/나는 살아 있을 것이다/그러니 아무도 용서를 빌지 않았으면 좋겠다”(「짙고 푸른 별무늬 커튼」)라는 시인의 다짐은 이번 시집에서 가장 빛나는 단단한 문장이다. 이는 단순한 희망의 선언이라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삶을 향해 “새로 돋아/아름다운 귀”(「고요 식물원」)를 열어두는 마음으로 계속 살아가겠다는 조용한 의지의 선언이다. ‘지금-여기’의 삶을 비추며, “끝내 생활하는 사람의 편”(이원, 추천사)에 서 있는 김경인의 시는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 머물며 마음의 응달을 밝힐 빛의 언어로 오래도록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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