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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말고 너라고 부를게
이계홍
문예바다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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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1장 낯선 전화 _9
2장 서른세 살의 연하 _16
3장 “당신은 분위기가 있어요“ _26
4장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 _34
5장 중년의 청춘 _49
6장 눈내리는 산, 황홀한 카섹스_67
7장 헤어지면 일단 거기서 끝_86
8장 헤매는 사람들 _101
9장 가족 _124
10장 사랑의 승자와 패자 _146
11장 뜨거운 정사 _156
12장 인생은 바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_167
13장 민중 개돼지론 _189
14장 엄마가 수상해 _199
15장 허술한 울타리 방황하는 영혼 _208
16장 나는 혼자다 _232
17장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_239
18장 습내나는 농촌 방의 정사_252
19장 소녀와 아줌마 _272
20장 조숙한 성의 골짜기 _297
21장 상처 뿐인 가족 _314
22장 최후의 정사-끝의 시작 _324

저자 소개 1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 언론계에서 35년간 재직하다 2006년 퇴직 이후 20여년간 꾸준히 본격적인 소설 집필 작업에 매달려왔다. 역사소설 ‘깃발’ 5권(2020. 밤우사), 해방공간의 좌우 이념과 숙군 과정을 그린 ‘고독한 행군’ 4권(2022. 범우사), ‘소설 장만(장군)’ 3권 (2023. 그로벌마인드), ‘해인사를 폭격하라’(2025. 도하), ‘제국의 섬’(2026. 도하) 등 주로 묵직한 대하소설과 시대적 담론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작가는 탄탄한 자료조사와 사실적인 서술을 바탕으로 장엄한 스토리 전개와 긴장감 있는 사건 진행으로 작품을 이끌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 언론계에서 35년간 재직하다 2006년 퇴직 이후 20여년간 꾸준히 본격적인 소설 집필 작업에 매달려왔다. 역사소설 ‘깃발’ 5권(2020. 밤우사), 해방공간의 좌우 이념과 숙군 과정을 그린 ‘고독한 행군’ 4권(2022. 범우사), ‘소설 장만(장군)’ 3권 (2023. 그로벌마인드), ‘해인사를 폭격하라’(2025. 도하), ‘제국의 섬’(2026. 도하) 등 주로 묵직한 대하소설과 시대적 담론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작가는 탄탄한 자료조사와 사실적인 서술을 바탕으로 장엄한 스토리 전개와 긴장감 있는 사건 진행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데, 그러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을 잃지 않는다. 역사와 인간,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간 구원의 휴매니티를 제시한다. 그 바탕은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을 배가시켜 사실주의적 스토리텔링과 서사를 펼치는 작업으로 표현된다. 언론계 재직 시절 인물전문 대기자로 활약하며 당대 사회적 이목을 이끌었던 인물들, 정계, 재계, 군인, 학계 인사 등을 인터뷰한 취재 수첩이 소설 작업의 자양분이 됐다.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 여론독자부 차장, 문화일보 문화부장 사회부장, 서울신문 논설위원 수석편집부국장, 세종포스트 주필 등 언론계 35년 근무. 서울여대, 용인대 겸임교수, 동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팀 전문위원 역임. 일붕문학상, 동국문학상, 소설문학상, 탄리문학상 수상.

1974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문단 데뷔. 소설집 틈만 ‘나면 자살하는 남자’(1992.책나라), 중편집 ‘비껴앉은 남자’(1993.신원문화사), 소설집 ‘밑천’(1994.문학아카데미), 장편소설 ‘초록빛 파도’(1994.아사달의 꽃), 소설집 ‘서울 노마드’(2016.문학나무), 대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금남군 정충신’ 5권(2020. 범우사), 역사소설 ‘불타는 나라’(2020,8-2021,12 오피이언타임스), 대하 장편소설 ‘고독한 행군-어느 민족주의자를 위한 변명 4권’(2022. 범우사), 대하 역사소설 ‘소설 장만 장군’ 3권(2024 글로벌마인드),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2025 도화), 장편소설 ‘제국의 섬’(2026. 도서출판 도화).

‘이계홍의 휴먼스토리’(2004.모아드림· ‘신동아’ 연재 ‘이 사람의 삶’을 묶은 인터뷰집), 인물전기 ‘장군이 된 이등병 최갑석’(2005.화남출판사·국방일보 연재물. 이등병이 장군이 된 최갑석 장군 이야기), 인물전기 ‘빨간 마후라 하늘에 등불 켜고’(2006.6 이미지북? 국방일보 연재. 전공군참모총장 장지량 장군 전기), ‘역사를 넘어 시대를 넘어’-전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장군 전기(2007.1-10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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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00g | 153*224*20mm
ISBN13
9791161153308

책 속으로

김희수의 공략이 거세지자 그녀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더니 떨려나오기 시작했다. 전신이 떨림과 경련이 일고, 배, 입술, 어깨, 턱이 떨렸다. 몸의 파동이 물결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사정을 했다. 그녀는 그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어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오래도록 묶어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희수를 통해서 확실히 섹스의 층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몽환같은 산을 하나 넘으면 또다른 산이 나타나고, 이 무지개를 타면 저 무지개를 타고 옮겨가는 것처럼 절정감은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훨훨 오색 무지개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희수를 받아들이자 그 전의 모든 연애들이 시시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까마득한 옛날 하찮은 소꿉놀이 같은 유희로 비쳐졌다. 임펙트가 강한 연애에 빠지면 전의 것들은 잊혀진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한때의 격한 사랑을 또다른 사랑이 덮는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정말 타성에 젖은 섹스는 어느날 갑자기 부닥친 강렬한 섹스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다. 전에 겪었던 경험들은 시시하고 까마득하다. 몸정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마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어디서 이런 것 배웠어?”
“학교 다니기 싫었다고 했잖아.”
“응, 그랬지. 그래서?”
“여성 클럽에 채용됐다고 했잖아. 나 에이스야. 교육도 받았어.”
그러면서 호스트바 여인들, 어플로 만난 여자들, 앱으로 만나 모텔 간 얘기, 동영상 쩍어서 유통한 이야기 따위 잡다한 얘기를 전했다.
“그럼 지금도 만나는 애 있어?”
“있어.”
“그럼 그하고도 이렇게 해?”
그녀는 갑자기 질투심이 생겼다. 그의 모든 일들이 궁금하면서, 또 그의 모든 것을 독점하고 싶었다. 그는 침묵을 지켰다.
“말해봐. 걔도 잘해?
“내가 가르쳐준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을걸?”
“그렇게 말하니까 질투 나네?”
“걘 잊어버려. 끝났잖아.”
“그럼 나 계속 만날 거야?”
그가 대답 대신 그녀 볼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물 좋은 거 내팽개치는 놈팽이새끼 봤냐?”
“내가 좋아?”
“그런 거 왜 물어?”
“그래도 궁금해.”
“솔직히 엄마 같은 여자니까 자극이 더 돼. 색다르니까. 일본 포르노 보면 새파란 아들놈의 새끼가 지 엄마하고 붙잖아. 아빠가 딸하고도 하고 말야. 젊은 놈이 할망구를 뽕가게 만들고...상놈의 나라라고 해도 그런 컨셉에 쉽게 물들지. 노출이 안돼서 그렇지 우리나라도 그런 거 많대. 물론 포르노 모방이겠지만, 엄마 따먹는 새끼들 있다는 거야. 그런 걸 보면서 욕하면서 자극받는다니까.”
그 말에 그녀는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너 몇 살이야?”
그가 갑자기 묻는다.
“나이는 왜 따지누?”
“오십 둘인가, 셋인가? 니 탕에 들어가 있을 때 니 쯩 까봤다. 와우, 나보다 서른세 살이 더 많나, 아유, 노친네하구 하네.”
그래도 이상하게 섭섭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는 자신의 아들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래서일까, 이런 금기된 섹스가 야릇한 충동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클럽에서 아주머니들 만났다며? 기술은 거기서 익힌 거야?”
”훈련 받았다니까. 그것들 니보다 시시해.“
”나 세워주는 거야?“
”그렇지. 곧 죽어두 가오가 있어야지."
"그 여자들 잘났어?"
"턱살이 찌고, 뱃살이 출렁거려서 구역질나는 때가 있어. 그래두 돈에 우는 애들이 많으니까 좆나게 케어하지. 함께 마약하며 미친년놈들처럼 취해서 섹스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가 슬로비디오처럼 움직여. 눈이 흐릿하고 침 흘리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엉겨붙는데 꼭 지옥을 헤매는 연놈들 같애.“
"지옥을 알아?"
"꼭 저승을 가봐야 저승맛을 아냐. 영화에서도 보잖아."
”희수도 그렇게 해봤어?“
”언젠가 해봤는데, 구토하고 난리가 났어. 다 그런 과정을 거친다고 하지만 난 싫더라구. 그런 것 안해도 뿅 가게 하는데 뭐 그딴 짓하냐. 중독된 것들 보면 따귀를 때려주고 싶은 때가 있어. 그런 년놈들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순간 채명선은 늙은 여자라고 차버리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났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데 헤어지면 어떡하지? 하며 가슴 졸였다. 금기된 사랑. 파격적 섹스. 누구나 망칙하다고 비방할 서른세 살 연하와의 불륜. 그런데 첨벙 빠져드니 모든 도덕률, 체면들이 허물어진다. 황홀감만이 배가된다. 마약을 하건 안하건 그녀는 이미 취해 있었다.

명선은 전의 남자들에 비해 청년의 길목에 서있는 이 남자가 훨씬 자신에게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를 만난다는 것, 그건 지울 수 없는 운명을 만나는 것이다, 전의 남자들한테선 그저 살을 맞댄 다음 정해진 코스를 밟아 섹스하고, 끝난 뒤 레스토랑에 들어가 포도주 한두 잔, 혹은 커피 한잔 마시고 감흥없이 의례적으로 손을 들어 인사하고 헤어진다. 에프터는 차후의 문제다.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선 뭔가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안개 같은 그 무엇. 아픈 황홀감 같은 그 무엇... 그동안 스쳐지나갔던 허접한 인연들보다 더 질기고 강한 끈이 둘 사이를 묶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문처럼 남아있던 아픔·슬픔·그리움·외로움 따위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하고 나니 꼭 부부 같다야. 함께 밥 먹고, 함께 섹스하고, 함께 영화 보고, 함께 시장 가고..., 부부란 게 뭐 별 게 있냐. 그렇게 살면 부부지. 나이는 정말 하찮은 아라비아 숫자야.”
"어른스럽게 말하네. 날 위로하니? 그럼 내가 너한테 당신이라고 불러야 하니?”
“당근이지. 이젠 나도 이모 아닌 너라고 부를 거야.”
그러면서 희수가 그녀의 젖가슴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주물럭거렸다. 유두를 만지작거리다가 부드럽게 빨자 짜르르, 감전이 왔다. 그가 다른 손으로 그녀의 밑을 살폈다.
“너 또 젖었어. 정말 색녀네...”
실제로 몸이 붕 뜨고 있었다. 그가 다시 그녀 배 위로 올라탔다. 그는 젊은이답게 금방 재충전이 되었다. 다른 남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녀는 끝없는 황홀감에 젖었다. 그러면서 “소변이 마렵다”고 울먹였다. 정말 소변을 보는 느낌이 들면서 엉덩이를 들어 더 깊게 그를 받아들였다. 할딱거리는 숨가쁜 호흡, 통제된 신음소리만이 나오다가 “손발이 저려” 하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목이 타는 느낌도 들었다.
“오하영이 만날 거니?”
폭풍노도같이 정사가 끝나고 제 정신으로 돌아오자 채명선이 물었다. 아무래도 질투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결코 하영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미쳤냐. 끝난 애를 왜 거기 끼워넣어.”
“만나지 마.”
“넌. 놈팽이들 만나고 있잖아.”
“놈팽이들은 아냐. 하지만 안만날 거야. 너도 끊어. 복잡한 거 싫어. 나만 챙겨.”
그는 세상을 깊게 살아온 인생처럼 그녀를 압도하였다. 순진한 쪽은 그녀였다.
“하영이하고 찍은 동영상 한번 볼래?”
희수가 엉뚱한 제안을 했다.
“그걸 아직 안지웠어?”
“미쳤냐. 지우게. 요즘은 그렇게 찍는 게 유행이야. 이걸 넘기려다가 국정원 출신인가, 안기부 출신인가, 그 새끼한테 덜미 잡혔잖아. 대신 물좋은 널 만난 거구.”
그가 침대 밖으로 나가 탁자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바지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몇차례 액정을 터치하고 커서를 움직이자 동영상이 나왔다. 곧바로 숨이 깍깍 넘어가는 하영이의 자지러진 숨소리와 함께 희수와 섹스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랫배는 불룩하게 나왔고, 살이 쪄서 희수가 거칠게 동작을 취할 때마다 뱃살이 출렁거렸지만 얼굴은 실성한 모습이었다. 장면이 바뀌자 하영이 희수의 것을 입으로 빠는 모습이 나왔다. 그의 것은 언제 봐도 도도하고 거대했다. 한국 남자의 표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안볼래.”
그녀는 질투가 나서 짜증을 냈다.
“다른 애 것도 있어. 이거 유통하면 돈 버는데, 걸리면 아작나는 거야.”
알 수 없는 허무감이 그녀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게 과연 맞는 짓이야? 전등불에 엉겨붙는 하루살이처럼 인생을 사는 거 아냐? 잡다한 생각들이 일시에 몰려들자 빈 들판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었다. 사랑과 충동과 쾌락을 혼동하고 있는 것, 난 색녀일까? 이 아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생각이 깊어지지만 깊어질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녀는 에라,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희수의 품에 안겼다. 박철만 장군과 오대원 사장과의 만남이 까마득해지고 있었다.

박철만이 채명선과 하와이 여행을 다녀오던 날, 공항 입국장에 박철만의 아내가 나타났다.
“아내와 처남 식구들이 입국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소. 짐을 꾸려 나오는데 아내가 채명선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어서 채명선의 머리채를 잡아채 땅바닥에 패대기를 쳤소.”
그녀는 남편을 제쳐놓고 채명선을 쓰러뜨려 마구 밟고 패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돌발적 상황이었다.
“망할 년, 남의 남편을 홀겨서 여행 갔다 와? 내가 가야지 니가 가? 무슨 자격으로 가니? 구경 잘한 맛 좀 보거라.”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나 남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채명선을 계속 짓밟았다. 사람들이 빙 둘러모여서 이 광경을 구경하는데 박철만은 나서지 못했다.
“백주 대낮에 남의 남편을 가로채서 허니문인지 개나발인지 바람피고 와? 지 남편 잡아죽인 년이 얼마나 됐다고 남의 남편 호려내서 늘어지게 놀다 오느냐구?”
말이 끝날 때마다 채명선은 머리며 어깨며 등짝이며를 고스란히 맞았다. 얼굴만은 건져야 하는 듯이 그녀는 쓰러진 채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부끄러운 면도 있었을 것이다.
박철만이 아내를 뜯어말려야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다가, 말린다는 것은 도덕적 우위에 선 아내에게 마른 짚덤불에 불을 붙이는 격이었다. 그래서 꾹꾹 참았다. 구경꾼들이 빙 둘러싸 구경하고, 공항 보안원들이 달려와서야 사건은 수습되었다. 그의 아내는 보안원들에게 이끌려가면서도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걸 잊지 않았다.
“인간도 아닌 것들은 매장시켜버려야 해. 교사란 년이 학교 도서관에서도 붙었다는 거야! 학교 애들이 뭐가 되겠어? 지만 모르지 다 알아버렸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얻어맞는 채명선을 생각하면 박철만은 마음이 아려서 견딜 수 없었다. 외간 남자와 여행을 다녀온 것이 큰 죄악으로 인식했던지 그녀는 저항 하나 없이 고스란히 얻어맞고 있었다. 당하고 있는 그것이 그로서는 고문을 당한 것 같았다. 무한 형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10대의 문제청소년 김희수가 50대의 과부 채명선과 무절제한 사랑의 질주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김희수는 중학교 중퇴생으로 고향의 소녀 이성금과 눈이 맞아 무작정 상경해 주유소 알바생-호스트바로 진출하고, 이성금 역시 주차장 알바로 뛰다가 노래방 도우미 등으로 전전한다.

김희수는 카페의 여사장 오하영과 나눈 질퍽한 정사 동영상을 유통시키려다 붙잡히고, 이 과정에서 채명선을 만난다. 두 사람은 어느새 뜨거운 관계가 된다. 채명선은 미래를 약속한 예비역 장군 박철만, 금융잡지사 사장 오대원과도 깊은 관계다. 박철만은 채명선의 남편 고교 동문으로서 남편이 간암으로 죽게 되자 채명선의 후견인이 되면서 긴밀한 관계가 된다. 그는 아내와 이혼할 결심을 하고 채명선과 해외 이주를 계획한다. 채명선은 박철만과 비즈니스적인 거래 같은 사랑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려 하지만 박철만은 놓아주지 않는다.

금융잡지 발행인 오대원은 후배 아내로부터 채명선을 소개받아 만남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그녀의 자유분방에 혼란을 겪는다. 그러나 퇴폐기가 넘치나 열정적인 매력에 빠져 그녀와의 결합을 갈망한다. 오대원은 수년 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사는 처지에 채명선의 늪에 빠져들어 흐느적거린다.

채명선은 이들 두 남자들에 비해 청소년 김희수를 갈구한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그의 톡톡 튀은 젊은 에너지에 늘 육체가 먼저 젖는다. 김희수에겐 고향에서 함께 상경한 애인 이성금이 있다. 이성금은 김희수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다.

이성금도 서울에서 마구 흔들리며 살지만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희수가 외면하건 말건, 사회가 용납하건 말건 뱃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생명체를 지우지 않기로 뱃속의 아이와 굳게 맹세하며, 채명선의 집에서 당분간 안정된 생활을 꾸리려고 한다. 그러나 김희수가 채명선과 몰래 불륜을 나누는 것을 보고 주방의 칼을 들고 채명선의 방으로 뛰어든다.

한편 채명선의 아들 유승석이 엄마가 자신보다 어린 청소년에게 빠져있는 것을 보면서 경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를 불쌍하게 여긴다. 그는 박철만 장군, 오대원 사장 사이에서 오대원을 엄마에게 연결해주려고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는 인물들이 자기 주어진 여건에서 위선적이기보다 정직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적 기준에서 보면 부도덕하고 타락한 인생들이지만, 캐릭터들이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굴곡진 인생 스토리를 엮어가지만 상황을 진실의 바탕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백시종은 말한다.
이계홍 작가의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는 여러모로 문제작이다. 사실적 묘사를 기반으로 인간의 욕망과 그 경계에 선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의 상처 입은 자들을 보듬고 안아 더불어 고통의 바다를 함께 건너려는 서사로 우뚝하다. ‘음란한 고통과 쾌락’의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 그것을 허물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독자들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통속성을 넘어선 또 다른 품격을 만들어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요사이 파격의 불륜들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서 소재화한 작품이다. 10대의 청소년과 50대 여성의 경게를 넘어선 사랑과 불륜이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 뿐 아니라 건강한 성 담론을 제시할 공간도 필요하다고 보고 쓴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자료들, 즉 유튜브, 연구리포트 및 대중매체의 기사 등 인용한 것이 많다. 매 시기마다 성풍속의 양상은 달라지고 있는데, 욕망의 질주만은 같다.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는 이런 변화하는 성풍속의 풍경을 담은 연애소설이자 사회소설이다. 그동안 묵직한 주제의 소설에만 천착한 것이 아니라 애정소설도 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를 썼다. 꼰대의식에 젖어 무질서한 성 모랄과 사회적 일탈로 치부한 형식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투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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