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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소프비는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고, 작은 손에 쥐기 편한 크기와 말랑한 촉감으로 안전하게 제작됐다. 어린이 놀이용으로는 물론 줄줄이 세워서 전시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 18쪽, 소프비 장난감의 기원: 일본 특촬물
한편 성인을 대상으로 토이 컬렉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소프비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예술과 취미 면에서 가치 있는 컬렉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한정판 발매,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독립 브랜드, 토이 작가의 등장 등으로 소프비의 세계는 디자인과 예술의 실험장이 되었다. ― 19쪽, 홍콩 아트 토이의 탄생: 어반 바이닐의 시작 온하비는 한국에서 1976년 원년의 태권브이 풀가동형 프라모델을 최초로 정식 제작해냈다. (...) 온하비의 태권브이 프라모델은 분할 배치된 114가지 부품을 6개 금형으로 생산한 제품이다. 조립식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식 가동성과 디테일을 더했고, 무엇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한국에서 제작된 정식 태권브이 프라모델이라는 점에서 한국 장난감 역사에 기록될 만한 시도였다. ― 37쪽, 한국 ‘온하비’ 레진으로 만든 아트 토이는 조형물로서 완성도가 높고 아름다워 예술적 가치가 크지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오브제로 남는다. 이와 달리 소프비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이 특성 덕분에 소프비는 고정된 전시품이 아니라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서 생명력을 이어간다. ― 37쪽, 한국 ‘온하비’ 아마도 소프비 토이라는 존재가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가면라이더나 괴수처럼 애초에 상징적인 캐릭터 이미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눈에 보고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보고서 ‘이게 뭐지?’ 하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보자마자 가지고 놀고 싶어지는 그런 종류로 말이에요. ― 64쪽, 일본 ‘데하라 유키노리’ 토이는 누군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이는 상상력, 감정,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소프비에서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을, 어떤 사람은 추억을, 또 어떤 사람은 익숙한 외로움을 발견합니다. 저는 그런 공명을 만들고 싶습니다. ― 86쪽, 대만 ‘로빈 탕’ 소프비는 제가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향수를 자극하는 물성과 속이 비어 있는 구조 덕분에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척 많아요. 예를 들어 미스터 브레인은 일반적인 재료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형태인데, 소프비라는 매체를 통해 이상적인 모습으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 96쪽, 대만 ‘펑크 토이’ 진아트 셀렉트는 장난감 디자이너들이 장난감뿐만 아니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창작 매체로 예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나의 완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소규모 전시회를 통해 작가 개인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장난감 자체는 유명하지만 작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111쪽, 대만 ‘진아트’ 잡지를 처음 출간할 당시, 토이에만 집중한 전문지는 드물었습니다. 저희는 장난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작자를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고, 글과 사진을 통해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거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119쪽, 대만 ‘유토이아’ 이상적인 제품의 정의는 두 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과 대중 혹은 트렌드의 관점입니다. 이 두 가지가 상호 작용 할 때, 이상적인 제품이 탄생하고 성공합니다. ― 125쪽, 홍콩 ‘카이주원’ 저희가 왜 토이라는 언어를 만들기 시작했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건 개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토이를 선택했을 뿐이죠. ― 141쪽, 홍콩 ‘에릭 소’ 장난감은 마음의 위안이자 문화의 매개체입니다. AI와 스마트폰 시대에 실물 장난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저희는 순수한 놀이의 즐거움을 다시 불러오고 싶습니다. 장난감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어요. ― 150-1쪽, 홍콩 ‘리이 토이’ 디자인은 반드시 감정을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은은하게, 영혼이 막 드러나기 시작하듯이요. 너무 정교하면 보는 사람이 상상할 여지를 잃어버립니다. 저는 정적인 포즈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수작업 장난감은 결함이 있어야 해요. 그게 작가의 DNA이자 숨결입니다. ― 160쪽, 미국 ‘뮤턴트 바이닐 하드코어’ 소프비에 대한 사랑.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품고 있는 공통된 마음이다. 소프비는 장난감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작품이다. 모든 소프비는 창작자와 제작자의 피와 땀이 응축된 결과물이며, 그 안에는 애증과 갈망이 함께 자리한다. ― 244쪽,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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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노는 장난감에서 예술이 되다
낭만이 깃든 영원한 놀잇감 ‘소프비’ 장난감의 한 범주인 아트 토이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작가가 콘셉트를 구상하고 자신만의 조형 스타일을 더해 만드는 장난감이다. ‘소프트 바이닐(Soft Vinyl)’의 줄임말인 ‘소프비’는, 아트 토이의 일종으로 부드러운 플라스틱 비닐로 만든 장난감을 가리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접합선이나 관절이 없어 표면이 매끈하고 촉감은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BJJ 타이거’ ‘BJJ 우르트라’ 등 ‘BJJ 시리즈’ 소프비를 선보이며 토이 신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백재중 작가는 『소프비, 말랑한 장난감의 세계』로 마니아스럽고 놀이의 묘미가 가득한 소프비 토이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본다. 소프비는 1990년대 일본 특수촬영물에서 시작해 일본과 홍콩의 젊은 작가가 중심이 되어 장르로서 그 저변을 다지고 넓혔다. 한때 홍콩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문화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기도 했던 소프비는 현재는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소프비 작가들은 자신의 토이로 전시회를 열고 컬렉터들은 고가의 소프비를 수집한다. 그러나 본래 소프비는 오브제처럼 진열하고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닌 손으로 만지고 쥐고 움직이면서 갖고 놀기 위한 용도로 제작되었다. 이 책에서 백재중 작가는 소프비의 역사를 간략히 훑어본 뒤, 토이 신에 몸담고 있는 소프비 작가들과 인터뷰 형식을 빌려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프비를 가지고 놀다가 모으다가 결국 만들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소프비를 만들어온 11인의 작가들 개별적인 창작의 여정으로 펼쳐지는 소프비의 스펙트럼 이 책은 애정을 품고 소프비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소프비라는 세계를 핍진하게 보여준다. ‘태권브이’로 유명한 장난감 제작자이자 오래된 컬렉터로 한국 토이 신의 과거와 중요한 사건을 들려주는 온하비 대표 강상범. 솔직하고 기발한 토이로 특유의 스타일을 확립하면서도 지역 사회 및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데하라 유키노리와 펑크 드렁커즈. 대만의 정신을 토이에 녹여내려고 하는 로빈 탕, 사람들의 일상에 위안이 되는 토이를 지향하는 펑크 토이, 토이뿐만 아니라 토이 작가들을 알려 지속적인 창작이 가능한 토대를 도모하는 진아트, 토이를 만드는 작가들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유토이아 매거진. 아울러 누구보다 다작하지만 시야를 넓혀 토이 신의 현주소와 미래를 늘 고민하는 카이주원, ‘가드너 시리즈’로 장난감 장르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던 에릭 소, 놀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위트 있는 토이를 만드는 리이 토이와 소프비를 예술로 칭하며 평생 소프비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하는 미국의 뮤턴트 바이닐 하드코어까지. 이들은 그간 자신들이 소프비와 함께 했던 궤적을 짚어보는 동시에 장난감과 창작에 대한 철학, 최근의 고민, 앞으로의 바람을 털어놓는다. 소프비를 사랑하면서도 생활로 하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장난감이자 노동으로 완성된 예술인 소프비의 면면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말과 작품이 나란히 놓인 소프비 아카이브 『소프비, 말랑한 장난감의 세계』에는 100여 점의 소프비 이미지가 수록되었다. 백재중 작가의 ‘BJJ 시리즈’를 비롯해 인터뷰에 참여한 작가들의 과거부터 최근의 소프비가 풍성히 담겨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의 소프비 제작기 또한 포함되어, 소프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장난감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면밀히 소개된다. 각 소프비는 작가들의 인터뷰와 함께 배치되어 있어, 고유한 세계관에서 물성으로 구현된 작품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다수에게 친숙한 장르는 아닌 만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소프비를 한데 모은 이 책은 하나의 작품집으로도 손색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