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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꽃이 피는 시간 매화 납치 사건 1 열의 상반성 밤길의 호수 멸망 매화 납치 사건 2 채화 삼박자 홍차 도련님 볕의 온 사계(四季)의 선원 해바라기 2부 꿈의 향기 물의 만남 한 여름날의 기록 애피타이저 열의 춤 아카시아 짓눌린 마음 운결(隕結) 데이지 기계음 허들 인조 공원 나팔꽃 3부 빛의 기록 작두별() 열대야 해바라기의 사랑 유인 오작교 유기 서울 상경 무딘 열기 원흉 농장의 것 경우의 삶 4부 뛰어오르는 스프링과 피어오르는 스프링 스프링 스펙터클 카라의 카네이션 잃어버린 연분홍 초록의 채광과 창틀 우린 산책 망토를 쓴 루팡 퇴근 스피치 슬리퍼는 선명하다 개량종 종이가 껌 종이 색이라 놀랐네 여자의 향수 뒷담화 탐험기 언질 한 스푼 서둘러지는 심장 비트 같은 높이에 앉아 박수 치기 꽃밭에 고함을 치지 마! 추임새와 사진은 누워 있다 구름이 되는 법 주책맞은 항균 버틸 수 있는 거짓말 더 보기 |
차정은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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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을
견뎌내면 괜찮아질 거야” 꽃과 옛이야기, 빛과 향기를 넘나들며 낭만적인 풍경으로 그려낸 차정은 시인의 가장 처음의 문장들 10대 20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통통 튀는 감각으로 누적 판매 7만 부 이상을 기록한 차정은 시인. 지금의 차정은 시인을 있게 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첫 시집 『꽃이 피는 시간』이 리커버 에디션 『스프링 스펙터클』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에서는 기존 시를 다듬고,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새롭게 단장하였으며 미공개 시 19편을 수록했다. 시인의 처음에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뜨겁게 타오르다가도 시들어버리고, 영원을 꿈꾸다가도 멸망을 떠올리게 되며, 사랑하는 만큼 불안하고 아파한다. 시인은 이 복잡하고 선명한 마음을 꽃과 계절, 빛과 향기, 온도와 같은 감각적인 이미지에 담아낸다. 매화와 해바라기, 아카시아와 데이지가 피고 지는 동안 사랑 역시 피어나고 흔들리고 시들기를 반복한다. “당신을 너무 사랑하는 내가 남길 수 있는 건 멸망뿐”(「열의 상반성」)이라고 고백하는 뜨거운 사랑부터 “열렬하게 사랑하던 마음들은/비꼬아 사라져”(「해바라기」)버리는 순간까지, 시집 곳곳에는 사랑으로 인해 요동치는 청춘의 마음이 자리한다. 그럼에도 시인은 끝내 “모든 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을 견뎌내면 괜찮아질 거야”(「밤길의 호수」)라고 말한다. 사랑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꽃이 피는 시간』이라는 제목 아래 시작된 시인의 따스한 감각으로 펼쳐지는 시 세계는 『스프링 스펙터클』에서 확장된 언어로 이어진다. “튀어 오르는 릴리 용수철과 봄이 동의하는 단어” 꽃이 피어오르는 봄처럼, 다시 튀어 오르는 스프링처럼 『꽃이 피는 시간』에서 피고 지기를 반복했던 마음은 이제 『스프링 스펙터클』에서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목의 ‘스프링(spring)’은 꽃을 피워내는 ‘봄’인 동시에 움츠렸다 다시 튀어 오르는 ‘용수철’이다. 시인은 하나의 단어에 담긴 두 가지 의미를 자유롭게 오가며 기존 시집이 품고 있던 ‘피어남’의 이미지를 새로운 시작과 움직임으로 확장한다. 표제작 「스프링 스펙터클」에는 이러한 시집의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피는 계절의 앞면/뒷면에 머물러서 몰랐구나”라고 말하는 시인은 “부서진 만큼 다시 세울 수 있는 기둥의 자리”를 발견하고 “나는 잃어버린 만큼 주웠다”고 말한다. 어긋나고 부서진 자리에서도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 사이에 받침을 넣으면 그게 꽃받침이지”, “튀어 오르는 릴리/용수철과 봄이 동의하는 단어”와 같이 서로 멀어 보이는 말들을 연결하는 재치도 눈에 띈다. 익숙한 단어를 낯선 이미지와 결합하고 말의 의미를 자유롭게 뛰어넘는 시인 특유의 언어는 꽃이 피고 용수철이 튀어 오르는 이미지처럼 경쾌하게 움직인다. 시인에게 ‘피어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지속되는 아름다움이라기보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고, 잃어버린 자리에서 다시 발견하며, 멈춰 있던 마음을 다시 움직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안부가 있구나” 일상에서 발견한 소중함,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건네는 안부! 한층 깊고 넓어진 세계 시인의 처음 문장과 새롭게 더해진 지금의 문장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리커버 에디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시집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영원, 꽃과 계절을 향하던 시선은 점차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순간과 사물에도 머문다. 전철과 물컵, 닳아버린 슬리퍼, 냉동 과일, 껌 종이, 24시 세탁소와 빵집, 엘리베이터와 커튼까지. 시인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도 누군가의 사랑과 안부, 그리고 오늘을 살아낼 작은 힘을 발견한다. “스스로를 잊은 오늘을 내가 반겨주는 일”(「퇴근 스피치」), “무사히 도착한 나에게 용기의 도장을”(「뒷담화 탐험기」),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안부가 있구나”(「언질 한 스푼」)와 같은 문장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의 하루에 가만히 다가온다. 평범한 하루를 무사히 지나온 마음을 알아보고 그 곁에 조용히 머무는 듯하다. 그리고 시인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시 시작할 기회 다시 사랑에 빠질 기회” _「서둘러지는 심장 비트」 부분 처음의 뜨거운 마음에서 오늘의 작은 안부까지.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때로는 살아가는 동안 무너지고 잠시 마음이 멈춰 서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시인은 ”다시 사랑에 빠질 기회“를 붙잡고자 한다. 『스프링 스펙터클』은 시인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그곳에서 시작되어 오늘까지 이어져 온 시인의 언어를 한데 펼쳐 보인다. 처음의 문장 위에 오늘의 문장이 포개지며 시인의 세계는 한층 깊고 넓어진다. 그렇게 넓어진 언어로 한때 시들었던 자리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꽃은 피듯, 우리의 마음에도 다시 시작할 순간이 찾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시작과 탄생을 찍는 분홍의 쉼표처럼, 『스프링 스펙터클』이 다시 시작하고 싶은 모든 마음에 경쾌한 움직임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차정은 작가 미니 인터뷰 ▶ 시집 『꽃이 피는 시간』이 리커버 에디션 『스프링 스펙터클』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기존의 시집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이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 『꽃이 피는 시간』을 출간했을 때와 비교해 지금 달라진 마음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첫 책인 『꽃이 피는 시간』을 출간했을 때는 제가 쓴 시들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어요. 그때는 시를 쓰는 일만큼 한 권으로 엮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아무래도 긴장되는 일이니까요. 돌이켜보면 『꽃이 피는 시간』은 제게 ‘피어나는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준 책이기도 해요. 그런 책에 『스프링 스펙터클』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다시 선보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사이 정말 많은 책을 냈고, 저 역시 여러 옷을 갈아입듯 조금씩 다른 모습의 차정은이 되어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시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시를 사랑했다면, 지금은 시를 쓰는 그 행위 자체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나란히 서보는 일처럼 느껴져요. ▶ ‘스프링 스펙터클’이라는 제목의 ‘스프링’에서는 꽃이 피는 봄과 튀어 오르는 용수철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서로 다른 두 이미지가 하나의 제목 안에서 만나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스프링 스펙터클’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담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프링(Spring)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재미있었던 건 한 단어 안에 다른 두 장면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꽃이 피는 봄이기도 하고, 웅크리고 있던 것이 힘껏 튀어 오르는 용수철이기도 하잖아요. 두 이미지 모두에서 풍경이 바뀌는 순간이 떠올랐어요. 다시 시작하는 일에도 일종의 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삶을 산다는 건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보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고 느끼고요. 그런 점에서 ‘스프링’은 피어나는 계절이자 동시에 다시 튀어 오른다고 느껴졌어요. 여기에 스펙터클(Spectacle)을 붙인 건 그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광경을 상상했기 때문이에요. 세상 곳곳에서 무언가가 피어나고, 쓰러졌던 것들이 다시 일어나고, 그 움직임들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풍경이요. 화려하고 생동감 있으면서도 과장되고 들뜬 장면이죠. 세상이 지나칠 정도로 화려해지는 순간, 안에 있던 에너지가 바깥으로 한꺼번에 확장되는 느낌을 제목에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프링 스펙터클』은 봄의 풍경이기도, 다시 시작하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광경이기도 합니다. ▶ 이번 리커버 에디션에는 새롭게 공개하는 미공개 시가 추가되었습니다.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주로 어떤 순간이나 경험에서 출발했나요? 또 새롭게 선보이는 시들은 기존의 작품들과 어떤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새롭게 작업한 시들은 조금 성장한 뒤 쓴 작품이지만, 당시 가지고 있던 마음만큼은 최대한 지키려고 했어요. 어리지만 스스로 이미 다 컸다고 느꼈던 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장면들을 떠올렸어요. 무언가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그 시간이 참 고되잖아요.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그렇게 애쓰고 있는 모습 자체가 무척 사랑스럽게 보일 때가 있어요. 새로 쓴 시에는 그런 마음을 담았어요. 어쩌면 지금의 제가 그때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쓴 것 같기도 해요. 기존 작품들은 가능한 한 손대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시 읽으면 낯 뜨겁기도 하고, 미숙한 구성이나 표현도 많이 보이지만 그 미숙함까지 포함해서 제게는 의미가 큰 작품들이니까요. 잘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남아 있는 감각도 있다고 생각해요. 틀리게 쓰이고, 서툴게 완성되는 젊음 특유의 날것이 오히려 지금의 저에게 다시 신선함을 주기도 했고요. ▶ 기존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고 미공개 시를 더해 『스프링 스펙터클』로 완성하는 과정은 어떠했나요? 이전의 작품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마주하면서 새롭게 발견하거나 달리 느낀 부분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원고를 다시 들여다보며 가장 많이 떠올린 건 ‘나는 왜 시를 쓰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인 것 같아요. 오래 쓰다 보면 쓰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고, 때로는 하나의 작업처럼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예전의 작품들을 읽으니 시를 처음 좋아했던 마음, 무언가를 발견하면 곧바로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만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도 여전히 제가 시를 쓰게 만드는 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스프링 스펙터클』에는 무언가를 잃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사랑하려는 마음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시인님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오래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언가를 잃으며 흔들리고, 조금 달라진 채 다시 움직여보는 일이에요. 아직 아픈 상태에서도 다시 무언가를 좋아하고 믿어보는 것에 더 가까워요. 사랑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 상처받았다고 해서 사랑할 수 있는 마음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잃어본 사람만이 다시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스프링 스펙터클』속에서 자주 넘어지고 잃으며 애쓰지만 결국 다시 사랑하는 쪽을 선택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다시 일어나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지금의 내가 조금 서툴고 엉성하더라도 멀리서 바라보면 충분히 사랑스러운 장면일 수 있다는 걸요. 누군가에게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지면 좋겠어요. 꼭 거창하게 새로워지지 않아도 작은 마음 하나를 다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봄은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스프링 스펙터클』을 읽을 독자분들께 인사를 건네주세요. 이 책이 봄에 나오지 않게 된 게 운명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책들은 유난히 계절을 잘 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꽃이 꼭 봄에만 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누군가에게는 한참 늦은 계절에 피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하잖아요. 『스프링 스펙터클』도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꽃이 피는 시간』을 기억해주신 분들에게는 반가운 재회가, 『스프링 스펙터클』로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는 각자의 방식으로 피어날 순간이 되기를 바라요. 계절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우리는 언제든 다시 피어날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