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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좁디좁은 화장실에 앉아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이렇게라도 내 가슴을 때리지 않으면 심장이 당장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자니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르고, 온몸이 후들거리고, 손마저 떨리고 있다.
---p.5 몽골로 가는 내일자 편도 항공권을 샀다. 꿈과 자신감은 사라졌고, 지금은 어디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어설 힘조차 없다. 나에게는 단 하나의 출구가 남았는데, 그것은 엄마가 있고 내 형제들이 있는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몽골에는 이런 말이 있다. “어미 배 속에서 팔린 망아지조차 조국을 그리워하며 달려온다.” 심지어 나는 사람이다. 망아지마저도 그리워하는 조국인데, 나의 가족만큼은 나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9년을 살았는데, 이제 다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나는 퇴보한 것일까? 오직 시간만이 옳은지 아니면 그른지 밝혀줄 것이다. ---p.17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아침 지하철에는 어르신들이 많다. 도시의 굉음은 괜시리 서둘러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을 만든다. 하지만 여기 몽골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다. 울란바토르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마치 이 나라의 주인, 자유로운 시민은 이래야 한다는 듯 평화롭고 차분해 보인다. 한국에서 몽골인들의 생활은 어렵다. 비자가 없는 사람들은 무시당하고, 검문에 걸리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주저하며, 대중교통에서는 함부로 말도 하지 않는다. 대체로 힘들고 한국 사람들이 내켜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p.27 에르덴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내일 시간 꼭 지켜야 돼. 그리고 늦으면 전화해. 데려다줄게.” 이 얼마나 자상한 남자인가! “괜찮아, 오히려 네가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 에르덴을 쳐다 보지도 못하고 손을 흔들며 빠르게 돌아섰다. 뒤에서 그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계속 달렸다. 걷는다고 땅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에르덴이 고작 이런 말을 하자고 바쁜 와중에도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에르덴이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깨닫고는 내일 만날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p.58 이윽고 우리는 나무 울타리 사이의 문으로 들어갔다. 몇 년 전부터 초트갈랑 폭포 근처에 차를 세우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자연보호 차원이라고 한다. 꽤 먼 거리를 걷거나, 말을 타고 갈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대부분은 걸어서 갔다. 오르시흐가 우리를 웃기며 앞장섰고, 하나 언니와 보르마 언니는 우리와 떨어져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맥주를 조금씩 마시며 가고 있다. 폭포가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소리는 들리는데, 가까이에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폭포 소리가 더 가까이에서 들린다. 앞으로 조금 더 가다가 깊은 협곡을 만나 멈춰 섰다. 지금까지 살면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광경, 그 웅장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 뭉클하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는 빠르게 눈물을 닦으며 서 있었다. 내 나라, 몽골의 자연이 영혼에 새겨진 상처를 치료해 준다. 위안을 주는 그 소리에 눈이 즐겁고 정신이 맑아진다. 영혼까지 매료되는 듯싶다. 이렇게 외진 장소에 희귀하고 아름다운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결코 펜으로 담을 수 없는 감정이다. ---p.94 우리가 테를지에서 일을 시작한 지 3일이 지났다. 하루에 약 7~8개의 장면을 찍는다. 나는 감독님 옆에 계속 붙어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열을 내다가도 곧 화해를 하고, 다음날 찍을 장면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사실 가장 노력하는 사람은 감독님이다. 독창적이면서도 소중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고, 모든 콘티를 직접 스케치했다. 영화인으로서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p.143 할아버지는 내가 혼자라고 5만 원을 또 덜어준 것이다. 원래도 우리 집 월세는 40만밖에 안 되었다. 근처 시세에 비하면 무척 저렴한 금액인 셈이다. 내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건넨 봉투를 열어 보니 2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급히 몽골에서 가져온 사탕과 초콜릿을 포장해 뛰어나가 돌아가시는 할아버지를 불러 세우고 선물로 드렸다. 할아버지도 많이 기뻐하며 ‘몽골 고비’ 초콜릿을 정말 좋아한다며 받으셨다. ---p.186 문이 열렸다. 검은색 바지, 흰색 티셔츠 위에 점퍼를 입고, 장미 세 송이를 들고 있는 에르덴이다. 에르덴은 나를 찾기 위해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를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 의자에서 일어나 마주 걸어가, 몇 개의 의자와 테이블을 지나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를 힘껏 껴안고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오직 두 심장만 고동치며 서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p.194 잠실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5시 개봉이라, 우리 제작진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앉아 있다. 몽골에서는 침게 언니가 두 명의 배우와 함께 왔는데, 세 명 모두 몽골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나는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서 있다. 몽골에서의 오픈 행사 때 입었던 빨간 드레스와 검은색 하이힐을 신었다. 갈색 머리를 묶고, 진홍빛 립스틱을 바르고, 영화관 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공주처럼 신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며 서 있는데 감독님이 나에게 다가와 감탄하며 말했다. ---p.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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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꿈꾸는 몽골 소녀의 자전적 성장소설
이 소설의 저자 바트볼드 아리온사이항(이하 아리오나)은 몽골의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였다. 어느날 운명처럼 몽골의 한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접한 후 영화 감독의 꿈을 품고 2008년 9월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2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후,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연영상학과 영화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한국의 방송국에서 조연출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꿈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생계를 위해 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에서 일해야만 했다. 이처럼 힘들었던 과정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몽골 소녀 미쉘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한국으로 유학와서 영화를 전공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몽골 소녀 미쉘. 남자친구의 바람기에 절망하여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몽골의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친구와 가족의 위로 속에 조금씩 힘을 되찾게 되고, 아르바이트로 몽골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통역을 하다가 우연처럼 만나게 된 매력적인 청년 에르덴. 운명처럼 빠져든 사랑, 그리고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영화감독의 꿈. 미쉘은 과연 사랑과 꿈을 모두 실현할 수 있을까? 한국과 몽골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양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표지 일러스트와 본문의 삽화를 그린 비암바렌친 바야르토드의 독특한 작품들은 몽골의 전통 이미지에 현대적인 감성을 입힌 것으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감성이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한국은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무대가 되었다. 몽골에서 온 소녀, 미쉘의 꿈을 응원하면서 소설을 읽어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