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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검은 꽃
김영하
복복서가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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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는 외관에 약간의 찢김이나 테이핑이있어도 미사용도서인 경우 '상급' 책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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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소개

책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에필로그

해설 | 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
무無를 향한 긴 여정

작품론 | 서영채(문학평론가)
질주하는 아이러니

개정판을 내며
도움받은 책들

저자 소개 1

김영하

 

Kim Young-Ha,金英夏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잠실의 신천중학교와 잠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한 번도 자신이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잠실의 신천중학교와 잠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한 번도 자신이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 삼부작과 『랄랄라 하우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해외 각국에서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478g | 128*198*27mm
ISBN13
9791197021633

책 속으로

물풀들로 흐느적거리는 늪에 고개를 처박은 이정의 눈앞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오래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제물포의 풍경이었다. 사라진 것은 없었다. 피리 부는 내시와 도망중인 신부, 옥니박이 박수무당, 몰락한 황족 소녀와 굶주린 제대군인, 혁명가의 이발사까지, 모든 이들이 환한 얼굴로 제물포 언덕의 일본식 건물 앞에 모여 이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 p.11

그들은 아주 멀리에서 왔다. 입속에서 굵은 모래가 서걱거렸다. 벽이 없는 천막으로 마른바람이 불어왔다. 떠나온 나라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 p.12

누가 먹을 것을 주거든 백을 세고 먹어라. 그리고 누가 네가 가진 것을 사려고 하거든 네 머릿속에 떠오른 값의 두 배를 말해라. 그러면 누구도 너를 멸시하지 않는다. 소년은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럴 일이 별로 없었다. 먹을 것을 주는 이도 없었고 가진 것을 사겠다는 자도 없었다. 선교사가 눈을 크게 떴다. 배고프지 않으냐? 소년의 입이 달싹거렸다. 여든둘, 여든셋, 여든넷. 더이상은 무리였다. 소년은 향긋한 건포도 머핀을 집어들고 입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 p.16

거대한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밀어젖힐 때마다 흘수선 아래의 화물칸에 수용된 조선인들은 예의와 범절, 삼강과 오륜을 잊고 서로 엉켜버렸다. 남자와 여자가, 양반과 천민이 한 구석으로 밀려가 서로의 몸을 맞대고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요강이 엎어지거나 깨지면서 그 안에 담겨 있던 토사물과 오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욕설과 한탄, 비난과 주먹다짐이 일상사였고 고약한 냄새들은 가시지 않았다.
--- p.45

사방 어디에도 산이 없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유카탄의 석양은 느지막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가 일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평생 지평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선인들에게 이 벌판의 황막함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산과 산 사이에서 태어나 산을 바라보고 자랐으며 산등성이로 지는 해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음을 깨달았다. 넘어갈 아리랑고개가 없는 끝없는 평원은 그야말로 낯선 풍경이어서 사람들은 딱히 바닥이 딱딱해서라기보다 지평선이 주는 막막함과 공허로 뒤척였다.
--- p.103

어째서? 김이정이 물었으나 장윤은, 그런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투로 반문했다. 그럼 우리가 그들의 지배를 받으란 말인가? 이정은 지지 않고 따졌다. 어째서 반드시 한이 다른 한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잠자코 있던 박광수가 힘없이 말했다. 왜냐고? 우리가 사라질까봐 그러는 거야. 우리는 소수고 마야인들은 셀 수 없이 많지. 그들과 섞여 종내는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봐 그러는 거야. 그렇지만 우린 어차피 모두 죽어.
--- p.341

죽은 자는 무국적을 선택할 수 없어. 우리는 모두 어떤 국가의 국민으로 죽는 거야. 그러니 우리만의 나라가 필요해. 우리가 만든 나라의 국민으로 죽을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죽지 않을 수는 있어.
이정의 논리는 어려웠다. 그들을 설득한 건 논리가 아니라 열정이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기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되지 않고자 하는 것이었다.

--- p.347

출판사 리뷰

김영하의 『검은 꽃』,
숨이 멎을 듯한 대서사시의 결정판을 만나다!


복복서가에서는 2020년 김영하 등단 25주년을 맞아, '복복서가x김영하_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새로이 출간한다. 『검은 꽃』,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아랑은 왜』 세 권을 먼저 선보인 후, 2022년까지 총 열두 권을 낼 계획이다. 『검은 꽃』은 작가 김영하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2003년 문학동네에서 초판이 출간되었다.

작가 스스로 ‘만약 내 소설 중 단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바로 『검은 꽃』’이라고 밝힌 바 있는 명실상부한 대표작 『검은 꽃』이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첫 출간 당시부터 ‘역사소설이라는 맥이 풀려버린 장르를 미학적 가능성의 새로운 영역으로 등재해놓았다(서영채)’는 평가가 보여주듯 문학계 내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 소설은 지금까지 50쇄 넘게 중쇄를 거듭할 만큼 독자들의 꾸준한 지지와 사랑도 받아왔다.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 “가장 약한 나라의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인생경영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며, “올해의 한국문학이 배출한 최고의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복복서가판에서는 문장을 면밀히 다듬고 몇몇 주요 장면을 수정해 “이전 판과 꽤 다른 결의 소설로 변모”(‘개정판을 내며’ 중에서)했다. 또한, 책 말미에 남진우와 서영채의 해설과 작품론을 실어 『검은 꽃』을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영원히 쓰고 싶은 소설이 있다”
역사와 기억의 저편으로 스러진 모든 이들을 위한 진혼의 대서사시


『검은 꽃』은 대한제국이 “물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던 1905년, 좋은 일자리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멕시코로 떠난 한국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민사를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멕시코와 과테말라로 떠나 자료를 모으고 현지를 답사한 후, 그곳에서 머물며 집필을 시작했다. 일견 감상주의적인 민족 수난사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그러나 시작부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데리고 간다. 대륙과 대양을 가로지르는 대담하고 활달한 작가의 필치를 따라가다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모든 것들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붕괴하는 세계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봉건과 근대가 부딪치고, 토착 신앙과 외래 종교가 갈등하며, 신분과 계급이 무너지고,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간 운명의 절대적 조건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인간들이 생존과 존엄성을 위해 투쟁하는 세계를 그리는 김영하의 묘사는 객관적이고 냉철하며 아이러니로 가득차 있다. 때로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어조는 담담하지만 이야기들은 용광로처럼 뜨겁다. 이렇듯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뚜렷한 중심인물 없이 다양한 인물들을 따라가며 전개되는 모자이크식 구성은 그 자체로 이 소설의 지향점이 민족 수난사의 감상주의적 제시가 아니라, 불운과 맞서 싸우지만 끝내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 일반의 운명을 드러내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진부한 소설 문법을 혁신하려던 젊은 작가 김영하의 문학적 야심이 여기에서 분명해진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검은 꽃’이라는 제목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검은 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이에요. 검은색은 모든 색이 섞여야지만 가능한 유일한 색으로 남녀노소, 계층, 문화, 인종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꽃이라는 것은 유토피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겠죠.” 『검은 꽃』은 가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갈망하지만 결국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잊혀져버린 모든 인간들에게 작가가 보내는 ‘조화弔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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