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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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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눈이 마주쳤다. 간신히 침을 삼키고 남자의 눈을 보았다. 부드러운 광채가 도는 얼굴인데 유독 눈빛만은 사냥하는 독수리처럼 번뜩거렸다. 고요하면서 날카로운 눈빛. 죄어오는 그 시선에 홱 낚아채인 기분이었다. 많아야 스물두세 살쯤 되었을 것 같은데 표정이며 분위기는 너무 어른스러웠다.
갑자기 남자가 움직였다. 그 바람에 이수도 놀라서 반사적으로 뒤로 풀쩍 물러났다. 맨발인 두 다리가 해먹 밖으로 나오는가 싶더니 별안간 남자의 몸이 휙 돌았다.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쿵! 떨어져버렸다. 땅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어머! 이수는 깜짝 놀라서 한 걸음 다가섰다. 한 바퀴 돌아 등부터 떨어진 남자는 곧장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하지만 당황했는지 땅에 주저앉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디 다친 건가 싶어 살며시 등을 구부려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기도 어이없나 보다. 해먹에서 떨어지다니……. 뒤늦게 웃음이 터졌다. 기품 넘치던 얼굴을 생각하니까 웃음을 말릴 수가 없었다. 푸, 푸, 끓어오른 웃음이 소리 없이 번졌다. 이수는 어금니가 보이도록 입을 벌리고서 가슴을 울리며 웃었다. 그러다 여전히 바닥에 앉은 채로 올려다보는 남자의 시선과 마주쳐버렸다. 뜨끔해 슬며시 웃음을 갈무리했다. 『아, 미안해요.』 한 손에 이오를 안고는 살짝 다가가 남자를 살펴보았다. 『어디 다쳤어요? 아파요?』 이수는 남자의 등에 묻은 흙을 보고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새하얀 셔츠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데 다시 웃음이 삐져나오려 했다. 숲 속의 왕자처럼 우아한 포즈로 누워 있던 남자가 어이없게 해먹에서 떨어지다니. 더 재미있는 건 황당해 어쩔 줄 모르던 남자의 표정이었다. 마치 태어나 처음 당하는 일인 것처럼 어이없어하는 것 같았다. --- p.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