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오는 사람들과 무대장치
1막 2막 연출가를 위한 노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최성희의 다른 상품
|
진: 아니요, 괜찮아요. 기분 좋아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난 내 휴대폰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늘 거기 있고 싶지 않았거든요. 휴대폰이 켜져 있으면 무조건 그곳에 있어야 하잖아요. 가끔은 그냥 사라지고 싶은데. 하지만 반대로 모든 사람이 다 휴대폰을 켜고 있으면, 그건 마치 거기엔 아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거기에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 자신은 사라지는 거죠. 지난주에 약국에 줄을 서 있는데 어떤 여자가 휴대폰에 대고 이러는 거에요, “젠장, 제기랄! 넌 내 기분을 잡치고 있어. 내 기분을 좆같이 잡치고 있다고, 좆같은 소리 하지 마, 이 나쁜 년아, 나를 좆 되게 만들면 널 씨발 죽여 버릴 거야”. 줄에 나이 든 분들도 있었는데, 그 여자는 마치 자기 인생 전부를, 최악의 밑바닥을, 다 드러내도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았어요. 마치…약국에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외계인인 것처럼. 그야말로 외계인. 그 상황이 슬프다고 생각했어요.
---「죽은 남자의 휴대폰」중에서 |
|
세라 룰의 [죽은 남자의 휴대폰]은 기술정보 시대의 변화하는 사랑, 죽음, 기억의 의미를 블랙코미디와 시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여성적 미학으로 승화시킨 수작이다. 2009∼201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10대 희곡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예술성은 물론 대중성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만)을 남기던 시대는 갔다. 이제 사람들은 죽으면서 거대한 비밀의 문, 휴대폰을 남긴다. 주소도 불분명한 익명의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죽은 남자의 휴대폰을 대신 받게 된 주인공 진은 마치 토끼 굴로 빨려 들어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신비하고 부조리한 영적 여행을 시작한다. 죽은 남자 고든의 가족을 차례로 만나고, 그의 정부/동료를 만나고, 급기야 지옥까지 가서 고든의 실체와 대면한다. 단계마다?마치 시계 토끼처럼?그녀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은 남자의 휴대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