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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
EP. 1 빚 EP. 2 벽 하나 EP. 3 거울 EP. 4 결석 EP. 상애상해 相愛傷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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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평생 자신이 가진 가장 깊은 사랑을, 빚이라는 서글프고 무뚝뚝한 단어 하나 뒤에 숨겨온 사람이었다
--- p.37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구원이었던 말들은, 순식간에 상대의 가장 아픈 구석을 정교하게 찌르는 창이 되어 날아갔다. --- p.50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었지만 정작 거울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진짜 얼굴은 단 한 번도 바라보지 못했다. --- p.72 우리는 서로를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았으나, 그 잡은 손아귀 힘이 너무 거세어 서로의 뼈마디를 부러뜨리고 있었다 --- p.118 상처 입힐 것을 알면서도 끌어안았고,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다가갔다 --- p.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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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일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일을 선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랑과 선의가 상대에게 반드시 같은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소설 『상애상해 相愛傷害』는 바로 그 어긋남을 바라본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일이 어떻게 빚이 되고, 벽이 되고, 거울이 되고, 끝내 한 사람의 삶에 깊게 남은 결석이 되는지를 네 개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상애상해』의 인물들은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로 쉽게 나뉘지 않는다. 누군가는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히고, 누군가는 사랑받았기 때문에 그 관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구원이라 믿었던 손길은 족쇄가 되고, 따뜻함이라 믿었던 온기는 때로 서로를 태우는 불길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바라보는 일이다. 제목 『상애상해 相愛傷害』는 작품 전체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서로 사랑한다는 뜻의 ‘상애’와 서로를 상하게 한다는 의미의 ‘상해’.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단어는 이 소설 안에서 하나의 관계가 된다. 사랑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언제나 선한 결과만을 남기지는 않는다. 『상애상해』는 사랑을 아름다운 감정으로만 설명하는 대신 그 안에 뒤엉킨 희생과 의존, 소유와 구원, 상처와 폭력을 끝까지 들여다보며 묻는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