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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바다
우리 식탁에서 출발하는 해양수산문화 답사기
엄선희 저
그린비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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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5

1부 우리는 매일 바다를 먹는다
조시에서 점심, 불안의 맛 21
연어가 남긴 질문 29
제발 생선 좀 먹자 35
가짜의 품격이 달라졌다 41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하여 50
조개껍데기가 남긴 것 56

2부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
취미의 역습 67
이제 그만, 공유지의 비극 74
같은 밭의 두 농부 82
바다는 공장이 아니다 89
경계에 갇힌 바다, 떠나는 오징어 97
황당선과 페루의 선택 108
북극해, 보물찾기는 시작되었다 116

3부 생산의 바다, 보호의 바다
값싼 광어의 대가 129
참치, 매듭 없는 그물과 그린워싱 136
K-조선 강국의 그늘 145
통일교의 수산 제국 건설기 152
AI 시대, 양식업 600년의 기록을 찾아 161
바다의 퇴마술 169
해적 소탕, 성게미역국와 아귀찜 175

4부 바다 사람들
바다 위에 멈춘 코리안 드림 185
소외된 슈퍼우먼 193
홀쭉해진 어선의 비밀 202
〈극한직업〉, 카메라 뒤의 역설 211
열대메기와 처녀 선장 217
인류와 바다의 동행 226

에필로그 233
감사의 말 237
미주 239
주요 약어·용어 일람 253

저자 소개 1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생선을 좋아하고 아버지가 해군이었다는 점 말고는 바다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프랑스 유학 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마주한 낯선 바다는 이내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까지 수산 현장과 정책의 한가운데에서 바다를 배우고 기록하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KMI 명예연구위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 KMI 수산정책연구실장, 해양수산부 중앙수산조정위원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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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52*224*15mm
ISBN13
9791124949092

책 속으로

수산업과 해상풍력은 바다라는 같은 밭에서 서로 다른 작물을 키우는 일과 같다. 더 큰 수확을 기대하며 한 작물에만 햇빛과 자원을 몰아 준다면 그 밭은 결국 함께 길러 낼 수 있었던 풍요를 잃고 만다. 해상풍력 확대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수산업의 희생을 당연한 비용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쪽을 몰아내는 개발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과 공익을 함께 살리는 공존의 질서이다.
--- p.88

어업에는 태생적인 수동성이 있다. 인간은 바다에 씨를 뿌려 곧바로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지고 자라난 것을 거두어 들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농업처럼 씨를 뿌린 사람이 수확하는 구조가 아니라 먼저 잡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선점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한다. 미래를 위해 물고기를 남겨 두더라도 내일이면 다른 사람의 그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어업인들은 당장 눈앞의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개인의 합리적 이기심이 모이면 바다 전체의 파멸을 부르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다.
--- pp.92-93

우리가 반드시 짚어야 할 불편한 진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양식업자들의 책임과 의무에 관한 문제이다. 현대의 상업적 양식업은 막대한 자본과 첨단 설비가 투입되는 기업형 비즈니스이다.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형 양식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제도는 여전히 이 양식업자들을 과거의 영세 어업인이라는 낡은 프레임 속에 가두어 두고 있다.
--- pp.133-134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조선 강국의 화려한 영광 이면에는 낡고 후진적인 어선의 현실이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연근해 어선 3만 8807척 중 16년을 넘긴 노후 어선은 55.4퍼센트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배가 노후선이라는 뜻이다. 어선의 노후화는 단순히 배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어업 비용 증가, 작업 효율 저하, 선원 안전 위협으로 직결된다.
--- p.146

어구 실명제와 생분해 어구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고의적인 어망 투기는 실명제로 대응하고 불가피한 실수(유실)는 기술로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 나일론이 어업 생산성의 혁명을 이끌었다면 생분해 어구는 지속 가능한 어업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바다의 유령을 쫓는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 p.174

현재 우리나라 어업 현장은 외국인 선원 없이는 단 하루도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 어선에 오른 외국 선원들에게 우리의 바다는 기회가 아닌 감옥이 되고는 한다. 우리는 종종 이 문제를 열악한 조업 환경이나 외국인 선원의 부적응 탓으로 얼버무리지만, 국제 사회에서 이를 보는 시각은 매우 다르다. 그들은 이를 명백한 인신매매라고 부른다.
--- p.187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제주 해녀조차 예외는 아니다.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심각한 고령화 속에서 연평균 소득 791만 원이라는 열악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 천 년 전에도 누군가는 숨을 참고 바다 밑으로 내려가 전복과 해산물을 건져 올렸을 것이다. 그 오래된 바다 노동의 한복판에 여성의 몸과 삶이 놓여 있었을 가능성을 떠올리면, 수탈의 주체만 국가에서 시장으로 바뀌었을 뿐 여성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구조적 소외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놀랍도록 유사하다.
--- p.199

출판사 리뷰

“바다는 무한 리필되지 않는다”
바다를 읽는 경제학자의 본격 해양수산문화 답사기

한 끼의 식탁에서 바다의 정치경제를 읽다

바다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많다. 바다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거나, 생태계의 위기를 경고하거나, 어촌과 어민의 삶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런데 수산경제학자 엄선희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로 식탁이다. 멸치 육수와 고등어구이, 연어와 광어회처럼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음식에서 시작해 생산과 유통, 자원과 정책, 국제 정세와 노동의 세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먹는 생선 한 마리는 그렇게 바다 전체를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그 시선을 가능하게 한 것은 20년 넘게 어항과 어시장, 양식장과 연구소를 누빈 저자의 이력이다. 후쿠시마 수산물과 노르웨이 연어, 광어 양식과 해상풍력, 외국인 선원과 여성 어업인이 한 권에서 만나는 까닭이다. 바다는 자연이면서 산업이고, 식량이면서 자원이며,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이 모든 바다를 하나의 시야에 담는 것. 해양문화와 환경 문제를 넘어 수산업의 구조와 우리의 일상을 함께 읽어 낸다는 점에서 『우리가 먹는 바다』는 분명 기존의 해양문화서와 차별점을 갖는다.

풍요에 가려진 바다의 진짜 얼굴

광어는 왜 이렇게 싸졌을까. 연어는 어떻게 우리 식탁의 일상적인 먹거리가 되었을까. 누구나 이용하는 바다의 물고기는 얼마나 잡아도 되는 걸까. 『우리가 먹는 바다』는 풍요로운 식탁에서 질문을 시작해 그 가격표에 적히지 않은 비용을 찾아간다. 더 많이 잡고, 더 빨리 기르고, 더 싸게 공급해 온 수산업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값싼 광어 뒤에는 고밀도 양식과 사료의 문제가, 풍부한 어획량 뒤에는 남획과 공유지의 비극이 따라붙는다.

그렇다고 보호와 개발 중에 하나를 고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해상풍력은 어민에게 삶의 터전을 둘러싼 문제가 되고, 해양 생태계에는 엄격한 보전을 요구하면서 양식장에는 여전히 높은 생산성을 요구한다. 친환경 인증조차 시장의 논리와 만나면 그린워싱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생산의 바다와 보호의 바다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바다에 더 많은 생산과 더 강한 보호를 동시에 요구해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바다는 계속 내어줄 것이라는 믿음. 이 책이 무너뜨리는 것은 바로 그 오래된 믿음이다.

더 잘 잡는 기술은 언제나 더 좋은 기술인가

문어의 습성을 이용하는 단지부터 통발과 정치망, 자망, 채낚기, 선망과 트롤까지. 『우리가 먹는 바다』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먹는 물고기를 실제로 어떻게 잡는지부터 보여 준다. 어떤 어구를 사용하고 어떤 어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잡히는 물고기뿐 아니라 함께 잡히는 생물과 해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달라진다. ‘얼마나 잡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잡는가’가 중요한 이유이다.

어선과 어업 기술은 더 멀리 나가고, 더 정확히 찾아내며, 더 많이 잡을 수 있도록 발전해 왔다. 그러나 생산성의 향상이 곧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어구와 어법에 축적된 오랜 지혜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동시에 바다를 ‘빈틈없이 이용해 온 흔적’은 아닌지 되묻는다. 더 잘 잡는 기술은 언제나 더 좋은 기술인가. 이제 수산업의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생산량뿐 아니라 바다가 견딜 수 있는 속도와 한계도 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더 많이 잡을 방법만이 아니라 잡으면서도 남겨 둘 방법이다.

바다의 미래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물고기 뒤에는 사람이 있다. 한국의 어선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선원, 오랫동안 보조 노동자로 취급되어 온 여성 어업인, 위험한 조업을 감당하면서도 법과 안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어선의 노동자들이다. 작은 어선이라고 위험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책이 지적하듯 우리나라 어선의 96퍼센트 이상은 어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선원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바다에서 더 많이 생산해 온 시간 동안 그 생산을 떠받쳐 온 사람들의 노동과 안전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바다의 위기는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누가 그 노동을 감당할 것인지, 바다를 이용할 권리와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답을 정해 주는 대신 우리가 먹는 것의 이면을 보게 한다. 생선 한 점에는 생태와 자원, 산업과 정책, 노동과 삶이 함께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아갈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바다를 계속 소비할 수도 없다. 인류와 바다가 맺어 온 길고 위대한 동행을 앞으로도 이어 갈 수 있을까. 그 미래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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