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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01 우리 시대의 욕망 이야기 여성과 욕망의 권리 / 쾌락은 성스러운 것인가? / 욕망의 시초 / 카사블랑카 신드롬 02 욕망은 화학작용인가? 욕망을 가로막는 병 / 화학 최음제 / 사랑을 위한 음식과 영약 / 바크의 꽃 요법에서부터 사랑의 물약에 이르기까지 03 욕망에 대한 반응 욕망의 얼굴들 / 기원으로 돌아가기 / 충동의 역할 / 욕망의 은밀한 대상 04 욕망의 공모자들 금기와 위반: 경계의 중요성 / 욕망의 오감 / 옷: 감추거나 드러내거나 / 성적 환상 05 욕망의 적 외부 요인 / 욕망을 저해하는 내면의 적 / 과거의 유령 06 새로운 적수 이중생활 / 성공에 대한 두려움 / 밀착된 생활에 대한 두려움 / 분노의 적 / 성의 남용과 유아기의 성 07 모든 종류의 과도함 특이한 인생들 / 지나치게 먹든지 지나치게 사랑하든지 08 성적 욕망의 부재와 침묵 마음의 평온 지대 / 금욕이 최소한의 악이 될 때 / 시간 낭비 혹은 상업적 전략?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결성 / 자발적 금욕 09 부부의 연금술 욕망의 주기 / 어떻게 욕망을 유지할 것인가? 지나치게 열정적인 배우자를 상대하는 법 / 부부 싸움을 잘하라! / 합의에서 공모까지 10 욕망의 치료법 개별 치료 / 부부 치료 결론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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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조급증과 미친 듯이 날뛰는 삶의 리듬은 이 욕망을 살해하는 데 크게 공헌한 셈이다. 우리는 점점 사랑의 단계를 건너뛰어서, 마치 오직 흥분이라는 목표에 단숨에 도달하기 위해 스토리가 최소한으로 축소된 포르노 영화처럼 서둘러서 성적인 행위를 소비하고 있다.
--- p.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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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가장 핵심적인 말은 ‘자기중심주의’일 것이다. 자기도취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욕망보다는 스스로를 충족시키고 개인적인 성취를 느끼게끔 하는 욕망에 더 경도되어 있다.
--- p.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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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의 가치 하락은 그것이 우수한 발기 효과를 갖고 있으면서도 욕망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이 모든 것을 참작해볼 때 최상의 최음제는 우리의 두 귀 사이에 놓여 있는 것, 즉 우리의 머릿속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pp.66~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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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노예가 되거나, 금욕을 택하거나
우리 시대의 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현대인은 변태 아니면 금욕주의자이다. 성을 소비하고 매매하는 갖가지 형태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노출증’ 시대를 살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때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입에 올리는 것이 금기였으나, 지금은 오히려 스스로 금욕주의자라고(또는 성경험이 아직 없다고) 밝히는 것이 비정상이며 부끄러운 일이 되었다. 좀 비꼬자면 “우리 시대에 사드 후작은 시청자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잦은 출연을 하고 기자나 광고 제작자를 몰고 다니는 텔레비전의 우상”(232p)이 된 것이다. 과거에는 지탄의 대상이었고 지금도 일부 기독교 국가에서는 죄악시하는 ‘항문성교’도 오늘날 ‘수용할 만한 것’이 되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그 밖에 ‘펠칭’이나 ‘스터핑’, 배설물 애호증 같이 인간 상상력의 극단을 보여주는 변태(성도착) 행위들은 무수히 많다.(193~194p) 저자는 가벼운 성도착적 행위의 경우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강박증으로 이어져 다른 모든 형태의 성행위를 배제하고 특정 행위에 집착하게 될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런데 이런 경향의 반대편에는 점점 성을 멀리하고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금욕 또는 욕망의 부재가 폭넓은 현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며,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여성들의 상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렸을 때의 성추행 또는 억압적인 가정환경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한 현실이다. 국내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부부 네 쌍 가운데 한 쌍이 섹스리스로 나타났다. 다국적 제약회사 릴리가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 남녀 기혼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부부 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 배우자와의 성관계에 만족하는 비율은 한국 남성이 53.3%, 여성이 33.1%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욕망의 노예가 되거나, 아니면 아예 섹스 없이 사는 편이 속 편하다고 생각하여 욕망을 억눌러버린다. 이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저자는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조급증과 소비주의, 그리고 자기중심주의를 지적한다.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조급증과 미친 듯이 날뛰는 삶의 리듬은 이 욕망을 살해하는 데 크게 공헌한 셈이다. 우리는 점점 사랑의 단계를 건너뛰어서, 마치 오직 흥분이라는 목표에 단숨에 도달하기 위해 스토리가 최소한으로 축소된 포르노 영화처럼 서둘러서 성적인 행위를 소비하고 있다.”(17p)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가장 핵심적인 말은 ‘자기중심주의’일 것이다. 자기도취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욕망보다는 스스로를 충족시키고 개인적인 성취를 느끼게끔 하는 욕망에 더 경도되어 있다.”(79p) 욕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이 책은 우선 1장에서 우리 시대 욕망의 모습을 개관하고, 2장에서 4장까지 성적 욕망의 실체와 그 성질을 살피며, 5장과 6장에서는 삶의 원천적 에너지인 성적 욕망을 위협하는 다양한 적들을 분석한다. 이어 오늘날 욕망의 양극화(과도함과 침묵) 경향을 7장과 8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며, 9장과 10장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저자는 많은 금기가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성적 욕망의 흐름은 여전히 막혀 있거나 왜곡되어 있으며, 욕망을 저해하는 적은 훨씬 복잡 다양해졌다고 본다. 이 책은 건강한 욕망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여 막힌 욕망의 흐름에 다시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 성적인 문제로 부부 생활이 원만치 못한 많은 환자들의 실제 상담 사례를 기초로 하고 있어 접근 방식도 대단히 실증적이다. 유럽 학자가 쓴 책이지만 여기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며, 부부의 성관계 만족도, 남성의 성 파트너에 대한 배려 수준, 40대 이상 부부의 성생활 지속 정도에서 세계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는 우리에게 이 성적 욕망의 가이드북은 더 긴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적 욕망의 문제로 더 어려움을 겪는 쪽은 남자보다 여자다. 여성이 욕망할 권리를 되찾는 데는 페미니즘과 피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여성의 성욕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20세기에 들어서였다. 가령 클리토리스가 ‘여성의 유희적 기관’이라고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1970년대였다. 저자는 여성의 성이 남성의 성보다 생리적으로 분명 우월하다고 말한다. “여성에게는 생리적 무감각의 시간이 없으며, 이런 특성 때문에 반복되는 성행위와 오르가슴이 가능하다”(24~25p)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이 욕망과 쾌감을 느끼는 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수동성의 족쇄’에 여전히 묶여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욕망할 권리’ 대신 기껏해야 ‘욕망의 대상이 될 권리’밖에 가질 수 없었던 여성에게는 그런 ‘권리 없음’의 자의식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남성의 성도 위기에 처하긴 마찬가지다. 페미니즘 이후 구습에서 해방된 여성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 남성은 위험한 욕망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때로는 역으로 성적 가학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는 쳐부숴야 할 적이 있었던 급진적 페미니즘의 퇴조 이후 여성들도 고독과 실망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는다. 요컨대 “페미니즘의 전성시대가 지나간 이후, 남자들은 당황해 하고 있고 여자들은 의기소침한 상태”라고 저자는 진단한다.(33p) 결국 해답은 성별간의 대립을 마감하고 관용과 파트너십, 연합과 협력에 기반하는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것이다. 성적 욕망의 문제에서 남녀가 자기 자신과 파트너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지속해가기란 불가능하다. 저자는 현대인이 성적 욕망에 대해 갖고 있는 함정 중의 하나로 의약품의 남용을 꼽는다. 이는 욕망을 단순한 화학작용으로 환원하는 데서 온다. 그러나 저자는 욕망의 해부학적 근원이 ‘뇌’에 있다고 본다. 저자는 성욕을 촉진시킨다는 각종 의약품과 성호르몬제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인간 욕망의 기반을 교란시키고 있음을 밝힌다. “비아그라의 가치 하락은 그것이 우수한 발기 효과를 갖고 있으면서도 욕망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이 모든 것을 참작해볼 때 최상의 최음제는 우리의 두 귀 사이에 놓여 있는 것, 즉 우리의 머릿속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66~67p) 욕망은 진귀한 꽃과 같다. 그것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수없이 공을 들여 키우고 관리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이 욕망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직업적 스트레스(과도한 업무나 실업), 아이의 탄생, 현대의 질병이라 불리는 불안과 우울증, 성도착증, 심지어는 함께 한 공간에서 밀착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데 대한 두려움도 우리 사회에는 만연해 있다. 이 중 밀착된 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예상과 달리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자 하는 것은 이제 여성만이 아닌 것이다. 욕망의 치료법 결혼은 ‘사랑의 무덤’인가? 이 책에 나오는 어느 남편들의 고백을 보자. 롤랑은 “결혼하고 1년 정도 되니 아내와 관계를 갖는 것이 근친상간처럼 느껴진다”고 하고, 12년째 결혼생활을 하는 장-샤를은 이제는 “거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마주보는 것조차 거북한 아내에게 얼굴 가리개를 씌워주고 싶다”고 말한다.(268p) ‘연애 따로, 결혼 따로’라는 생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 욕망의 위험지대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상호 존중과 신뢰의 민주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결혼과 본성상 금기 위반에 기반을 두는 에로티시즘(극단적으로 변태성욕은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이어진다)은 과연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어떻게 욕망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부부를 자동차에 비유한다. 자동차는 때가 되면 반드시 휘발유를 넣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다. 우선 부부 생활이 정체되는 것을 피하여 메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직된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유연함과 서로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상대방이 원하는 것, 상대를 흥분하게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10년 넘게 같이 산 부부인데도 남편은 어떻게 해야 아내가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고, 아내는 밝힌다는 소리 들을까봐 표현하지 못하고 참고 산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하다. 저자는 또 ‘부부 싸움을 잘하라’고 충고한다. 부부 싸움을 잘하기만 해도 최고의 최음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285p) 해결하지 못한 분쟁이나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 실망과 원망은 욕망의 지독한 적으로 변하게 된다. “연인들은 침묵으로 인해 죽는다”는 소설가 알렉산드르 자르댕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배우자들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무엇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욕망이 없으면 삶도 없다. 욕망은 어느 순간에도 부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막혀 있거나 정체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욕망을 마비시키는 불안, 우울, 분노 같은 감정을 다른 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하며, 매력이나 유혹의 전략을 써서 타인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기술도 익혀야 한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용기 있게 심리 치료를 받을 것을 저자는 권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욕망에 뒤따라야 할 원칙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욕망도 가르쳐야 한다. 2) 스스로 욕망을 훈련해야 한다. 3) 욕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욕망의 발신자는 많아도 그 수신자는 흔치 않다.) 4) 욕망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