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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선물
장갑이 뭐 어때서 연이누나 31 우주정원사 뒤쫓는 아이들 비밀 모임 마음의 기적 지구돌리기 형 목소리 울기 시작하면 글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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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내 장갑을 벗기려 들었다. 그건 좀 심각한 일이었다. 장갑을 벗으면 내 비밀이 드러난다. 문제는, 비밀을 들키는 것보다 내 비밀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 p.10
형이 죽었다는 것. 그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가족들도 알았다. 이제 누구도 형이 여행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 형이 다시 이 방에 돌아와 나한테 그리고 누나 엄마, 아버지한테 허세 가득한 말을 늘어놓지 않을 거라는 것. 그걸 알았다. --- p.68 “누나 싹이 자라나면 형 목소리가 들릴지도 몰라.” --- p.94 “난 이제 여기 안 와. 그리고 난 알아. 형은 죽었어. 이제 없어…… 다시는 볼 수 없어. 여기 와서 우리끼리 이상한 짓 한다고 형이 살아 돌아오진 않아.” --- p.156 나는 멀리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 도시에 이제 형은 없다. 나도 알고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형을 볼 수 없다는 거. 형이 내 손가락에 싹을 심어 준 날부터 알고 있었다. --- p.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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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밑 옥상정원에 모여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 보는 시간
어느 날 수정이의 손끝에서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안테나처럼 길게 자라났다가 다시 손끝으로 밀려 들어가는 새싹을 지키기 위해 수정이는 더운 날씨에도 장갑을 끼고 학교에 갑니다. 장갑 속이 궁금한 학급 친구들이 자꾸만 시비를 걸어왔지만 수정이는 지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이 새싹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이유는, 수정이의 손끝에 ‘형’이 심어 준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손끝의 새싹이 나무가 되어 이파리를 흔들 때면 어느새 형이 곁에 와 있다는 것을 수정이는 느낄 수 있습니다. 멀고 먼 세계로 여행을 떠나 버린 형이지만 나무를 통해 들려오는 형의 목소리는 예전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이 신기한 통신에 동참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같은 날에 수정이처럼 형제와 사촌을 떠나보낸 국이, 한경이, 기영이, 결이 그리고 형의 여자 친구였던 연이누나까지. 아이들은 하늘 밑 옥상정원에 모여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 봅니다.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정이 손끝의 나무가 하늘 높이 자라 줄까요? 어른들은 모르는 이 비밀 모임에 보고 싶은 형과 누나가 함께해 줄까요? “울기 시작하면 치유가 시작되는 거야.” 기억과 공감, 그리고 회복 동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정이와 친구들이 사랑하는 형과 누나를 떠나보내게 된 구체적인 정황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작가는 그저 사건 이후 남겨진 어린 동생들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손끝에서 자라나는 나무를 통해 세상에 없는 형과 소통을 한다는 주인공 수정이의 천진한 생각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더욱 슬프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상처를 드러내고,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옥상정원에서의 비밀 모임은 허망하게 떠나보낸 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따듯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결국 이 슬픔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낸 모든 이들의 슬픔에 해당될 것입니다. 『옥상정원의 비밀』은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떠난 이들을 함께 기억하는 연대야말로 마음속 상처와 상실감을 치유해 줄 최선의 방법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옥상정원의 비밀』을 읽으며 마음속에 떠오른 색들로 옥상정원의 풍경(108쪽)을 채워 보세요. 옥상정원에서 형과 누나를 기다리는 수정이와 친구들 그리고 연이누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며, 이들과 함께 수정이 손끝의 나무가 자라오르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옥상정원을 완성해 주세요. 이 또한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마음을 보태는 아이들의 방식이 되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