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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동연구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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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발간사 5
서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으며 박종소

1부 죽음의 존재론과 정동의 철학 Ontology of Death and the Philosophy of Affect
01 죽음이라는 테두리 이석재
02 사별의 아픔, 상통(喪痛) 한성일
03 부인(否認)과 무위(無爲): 파국의 존재론 강우성
04 애도하는 인간: 연암 박지원의 고쳐 쓴 죽음 혹은 삶 조해숙

2부 생사의 경계와 초월의 인식론 Epistemologies of the Boundary Between Life and Death
05 Dead Reckoning: 약과 독, 삶과 죽음 이우인 157
06 죽음을 마주하는 도교의 시선 김지현 177
07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1805년 무렵의 김홍도(1745~1806년 이후) 장진성 203

3부 불멸, 기억, 그리고 죽음의 서사학
Narratives of Immortality, Memory, and Death
08 슈퍼 데스: 서양 서사 문학과 영웅적 내세관 김현진
09 불멸을 향한 욕망: 죽음, 낭만, 시 한서린
10 두 가지의 죽음을 대하는 세 가지 양상 : 굴원, 가의 그리고 사마천의 경우 김월회
11 누가 상속인인가?: 고대 로마 여성의 묘비 ‘투리아’ 추모비 Laudatio Turiae가 말해 주는 것 이선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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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소개 1

저서울대학교 인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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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성·김월회·김지현·김현진·박종소·이선주 이석재·이우인·장진성·조해숙·한서린·한성일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2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140*210*30mm
ISBN13
9791167072832

책 속으로

사람마다 죽음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는 죽음이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내가 죽음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지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 준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내게 죽음이 무엇인지가 곧 나를 규정하는 테두리인 것이다.
--- p.61

상통은 자기 죽음에 대한 의식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게, 본래적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계기이다. 우리는 모두 오롯이 자기 자신만의 상통을 앓는다. 그건 깊은 아픔이다. 상통은 그 아픔의 깊이만큼 우리에게 일러 주는 바도 크다. 상통은 우리 삶의 의미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성립한다는 것을, 합리적 효용 계산을 통해 결정되지 않는 개별자를 향한 헌신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 p.95

그도 그럴 것이 과학은 부인의 기제와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며, 일상의 사람들에게는 죽음과 파국이 이미 삶의 도정에, 위기의 와중에 항상 존재해 왔기에 자신의 죽음이 곧 세상의 종말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파국에 대처하는 부인과 무위의 태도는 삶의 윤리를 넘어선 존재론적 심미의 사태이다. 부인과 무위는 파국에 대처하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자세이다.
--- p.127

자신의 주변 여인들을 위해 쓴 묘지명이나 도망시 속에서 발견되는 연암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리고 한 편의 묘지명을 20여 년 동안 거듭 고쳐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연암을 발 견할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창작자 이전에 애도하는 인간의 모습일 터이다. 죽음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상실인 것이 아니고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 이 죽어 버리는 것”이라면 연암의 개작 과정은 영원히 상실하지 않는 애도자로서의 태도인지도 모른다.
--- p.152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을 모두 연결하여 줄을 세우면, 그 길이가 무려 지구 둘레를 열아홉 번이나 돌 수 있을 만큼 된다고 한다. 내 안의 이 무수한 세포들이 살아가는 삶의 항로를 이해하고, 그 최종 항해지가 어디인지 헤아려 보는 것은 우리가 이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 p.175

‘매달림’이란 삶과 죽음의 구분과 같이 명백해 보이는 단절과 대립상, 그에 대해 우리 자신이 품은 호오와 희비의 감정, 판단의 경향성을 모두 포괄한다. 살아 있는 것이 죽음을 피하고 살고자 하는 본능을 가진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경향성은 생명체를 특징 지우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구속하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와 구속, 감정의 동요로부터 담담하고 초연한 자세를 지니면서도, 함께 생활해 온 스승과 제자, 도반을 위무하고 마지막을 보살피는 공동체의 질서를 영위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과 죽음, 애도와 장례의 의미를 성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p.201

〈작도〉를 살펴보면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깍깍 울고 있지 않다. 마치 병든 모습처럼 기운이 빠진 까치는 힘없이 늙은 나무 기둥에 앉아 있다. 이 까치는 봄소식을 전할 힘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홍의영의 제시는 그림 속 까치의 실상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마르고 오래된 나무에 힘이 빠진 채 홀로 앉아 있는 이 외로운 까치는 김홍도 최말년(最末年)의 모습 그 자체라고 생각된다.
--- p.232

필자가 ‘슈퍼 데스’(super death)라 칭하고자 하는 이 내세관에는 처음부터 이름의 내세와 영혼의 내세가 분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했으며, 그 가능성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Háidēs)가 기독교의 지옥과 천국으로 양분되고(또는 지옥, 연옥, 천국으로 삼분되고) 이후 하데스와 지옥이 문학적으로 다시 통합되는 과정에서 의외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근대 이전 서양 서사 문학에서 패턴화되는 영웅과 악당의 슈퍼 데스 장면을 선별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영웅 문학 유니버스가 죽음을, 그리고 죽음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사유하는지, 고전적 세계관과 중세적 세계관, 영웅적 세계관과 기독교적 세계관의 갈등을 어떻게 서사화하고 어떻게 봉합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p.239

떠난 자를 기억하는 워즈워스의 시와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키츠의 시는 어쩌면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시를 다시 보면 서양 특유의 영적 불멸성에 대한 신념이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불멸성은 신이라는 초월자에서 연유한 영혼에 있지 않고, 먼저 보낸 자를 사랑으로 영속시키는 워즈워스의 마음과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상하게 해 주는 키츠의 예술에 있다. 서양의 낭만주의는 이렇게 탄생했다. 근대 유럽의 거의 전역에서 낭만주의라는 문학사조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낭만주의를 그저 환상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문학 양식으로 환원하기 쉽지만, 낭만주의 문학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영원하고 무한한 데에서 의미를 찾는 서양적 사유와 감정의 구조가 두드러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p.295

이것이 역사적 생명이 지닌 힘이다. 인간이기에,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힘이다. 그러한 점에서 역사적 생명은 인문, 그러니까 ‘인간다움의 무늬[人文]’ 가운데 핵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역사적 생명을 획득해 온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우리의 현재에서도 역사적 생명을 누리게 된다. 이는 내가 역사적 생명을 획득했을 때 미래의 역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을 보증해 주는 유력한 증거이다. 나의 육체적 생명이 끊겨 ‘나’가 사라졌음에도 후인과의 만남이 생산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면, 이 또한 ‘나’가 영원히 사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 p.323

그런데 ‘투리아’ 추모비에는 실재하였던 당대 로마 여성의 삶이 매우 상세히 담겨 있다는 점이 바로 이 묘비를 다루는 두 번째 이유이다. 즉, 죽음이라는 사건을 기준으로 배치된, 망인 여성이 겪은 일련의 일화들을 제시하는 ‘투리아’ 추모비를 통해, 한 로마 여성이 겪은 삶의 역정이 눈앞에 드러나는 동시에, 우리는 여성의 죽음을 대하는 당대 로마 사회의 기준을 유추해 볼 기회를 얻게 된다.
--- p.330

출판사 리뷰

“죽음, 살아 있는 자의 것.
생과 사의 경계에서, 마침내 삶을 묻다”

삶과 죽음은 단절된 개념이 아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우리는 죽음과 함께 일상을 대체로 무덤덤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친구는 다른 자아’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우리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가까운 이의 죽음과 나의 죽음. 죽음이란 진정 무엇이며, 그것으로 삶은 완전히 끝나는 것일까? 떠난 이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한 그들은 영원하다. 살아 있는 자의 기억과 애도는 망자를 향한 사랑의 고백이며, 결국 남겨진 우리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죽음까지도 결국은 살아 있는 자의 몫이 아니겠는가.

죽음이라는 테두리에서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다

우리는 죽음을 ‘절대적 악’으로 여기지만, 죽음은 누가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상대적 사건’이다. 죽음은 곧 끝이지만 한편으로 우리 삶의 테두리로서 흩어져 있던 삶의 순간들을 의미 있는 서사로 묶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까운 이의 죽음은 우리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이 책에서는 가까운 이를 상실한 고통을 ‘상통(喪痛)’이라고 부른다. 우정 즉 사랑은 두 영혼을 결속시켜 상대를 나라고 여기게 한다. 사별은 결국 나를 잃는 실존적 고통이며 역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한다. 이렇듯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는 이를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인(否認)은 살아 있는 자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항하는 우리의 방어기제이다. 부인은 무위(無爲)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대격변과 파국의 시대에서 우리가 죽음을 부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평한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죽음은 삶과 밀접하다. 죽은 누이를 그리며 오랜 시간 개작했던 박지원의 애도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실이 교차하며, 죽음이 현재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의미를 생성하는 경험으로 나타난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죽음을 인식하다

죽음에 대한 인식, 즉 죽음을 안다는 것의 의미를 조명한다. 과학적 논의에서 ‘약과 독의 관계’는 양면의 동전과 같다. 독성과 치료 효과는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 역시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은 삶과 분리된 종말이 아닌 불확실한 항해 속에서 이해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도교에서도 죽음은 변화의 과정이자 극복의 대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 실천의 계기가 된다. 죽음을 배제하려는 도교 교리와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인간적 현실 사이에서 도홍경은 제자 주자량의 죽음을 애도하고 시신을 수습하며 장례를 수행했다. 이렇듯죽음을 대하는 도홍경의 태도는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드러낸다. 한편 김홍도는 〈작도〉, 〈염불서승도〉 등의 자화상적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말년을 예술로 승화하며 그가 죽음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여 준다. 정조의 사망 이후 김홍도는 빈곤과 병고를 비롯해 내면적 위기를 경험한다. 〈작도〉 속 고목 위에 힘없이 앉아 있는 늙은 까치는 김홍도 본인으로, 죽음이란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단절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사회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경험임을 드러낸다.

죽음 그 이후. 기억과 애도 그리고 불멸의 서사

죽음은 끝이면서 끝이 아니다. 서양 서사 문학에서 영웅들은 죽음을 오히려 영원히 살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으로 여겼다. 이 책에서는 이를 슈퍼 데스로 지칭하며 이 서양 영웅 문학 유니버스에서 ‘어떻게 죽느냐’가 곧 ‘어떻게 기억되느냐’를 결정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 준다. 문학에서도 죽음이 곧 끝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종교를 대신하여 시가 죽음을 이해하고 애도하는 주요한 매개로 등장하면서 죽음은 감정과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되는 미적 경험으로 그 의미를 전환하였다. 결국 낭만주의는 죽음 이후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사유의 장으로 해석한다.

동양의 역사 속에서도 이 법칙은 유효했다. 굴원과 가의, 사마천의 삶을 통해 자연적 죽음, 사회적 죽음 나아가 역사적 생명이라는 개념을 살핀다. 역사적 생명은 자연적 생명이나 사회적 생명이 소멸하더라도 글과 사유를 통해 역사 속에서 지속되는 존재 방식이다. 죽음이 삶의 종결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역사 속에 남길 것인가 즉 선택의 문제로 다루는 지점이 흥미롭다. 고대 로마 여성인 ‘투리아’의 추모비를 통해서도 죽음 그 이후를 살필 수 있다. 이 추모비는 찬자인 투리아 남편의 애도이면서 ‘상속의 정당화 장치’이기도 하다. 투리아의 지난했던 상속 과정과 이후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죽음이 사회적 질서와 법적 관계 속에서 의미화되는 과정임을 보여 준다. 결국 우리가 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한, 그들은 불멸의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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