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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실디카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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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잠든 것들의 첫 문장
브래지어를 벗자|염殮|뒤늦게 본 묵화|의자는 안다|근무일지|시인 아리랑|비 오는 날|화려한 죽음|수감번호 114|마이너스 지구|바람을 읽는 시간|론칭|흔들리는 봄|목련 세 내다|봄 바늘

2부. 빛이 남긴 자연의 지문
클림트의 키스|모네의 붓|하늘 채반|오답|문법엔 없다|원고지|미괄식으로 쓰다|접신|거울|잎과 잎 사이|현자의 오후|궁수|환승역|안녕하신가요|열매를 꿈꾸는 것들|봄의 현상소

3부. 달빛이 깁고 간 시간의 주름
유효기간|석순|황혼은 없다|준비된 사람|늙지 않는 노래|노숙자|요양원에 간 초승달|등록금|회상|여전한 겨울|땀의 맛|알츠하이머|탁본拓本|황진이 현신하다|꽃의 면회

4부. 브레이크 없는 그림자들
신 흥부전|시라라하마 해변에서|잘못된 비행|속으로 울었다|훔친 시간|딥페이크|키위 돋보기|동거의 조건|식탁의 폭력|영원한 맛집|거북이는 없다|은행나무 비밀|중세를 보다|폭우|숨구멍

해설 _ 고통과 위로의 미학 · 오민석

저자 소개 1

시인 위점숙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2014년 『에세이 21』로 등단(수필)했고, 2025년 『시와경계』 디카시신인우수작품 수상으로 등단했다. 현재 <시사불교>에 ‘위점숙의 디카詩 나루터’, <포렌컬쳐>에 ‘위점숙의 디카詩 중랑’을 연재 중이며 <강원경제신문>에 ‘위점숙의 디카+詩와 하루’를 연재했다. 서울 중랑구 평생학습관 디카시 강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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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27*188*20mm
ISBN13
9791172071318

출판사 리뷰

“어제는 한 남자가 울고 갔습니다/ 오늘은 내가 울었습니다”

표제작 「의자는 안다」는 이 시집의 미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눈 쌓인 두 개의 의자를 바라보며 시인은 “어제는 한 남자가 울고 갔습니다/ 오늘은 내가 울었습니다/ 흰 눈이 모두 지웠습니다”라고 쓴다. 사람은 떠났고 울음도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본 의자는 모든 사연을 알고 있다. 사진 속 사물은 단순한 피사체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기억과 슬픔을 간직하는 존재가 된다.

위점숙 시인은 특별하고 장엄한 풍경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을 오래 바라본다. 버려진 물건, 나무와 꽃, 물웅덩이, 낡은 전화기, 정류장, 병원 복도, 길 위의 흔적 같은 것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서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얻는다. 사진이 눈앞의 현실을 붙잡는다면, 시는 그 현실 뒤편에 감춰진 시간과 사연을 불러낸다.

시인의 말에서 위점숙은 호젓한 바닷가를 지키는 “빨간 우체통 하나”를 떠올린다. 그 우체통을 통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소식과 “엉킨 낱말”, 수많은 사연이 흘러들고, 마침내 “디카시가/ 모두의 온기로 머뭅니다”라고 말한다. 이 ‘온기’야말로 『의자는 안다』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정서다.

사물을 바라보는 순간, 사물은 인간의 이야기가 된다

『의자는 안다』는 모두 4부로 구성된다. 1부 ‘잠든 것들의 첫 문장’, 2부 ‘빛이 남긴 자연의 지문’, 3부 ‘달빛이 깁고 간 시간의 주름’, 4부 ‘브레이크 없는 그림자들’이라는 각 부의 제목만으로도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1부에서는 일상의 사물과 풍경 속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깨운다. 버섯에서 해방의 이미지를 읽어내는 「브래지어를 벗자」, 나무껍질에서 마지막 가는 이를 위한 수의를 발견하는 「염殮」, 북한강 풍경에 지나온 세월을 겹쳐놓은 「뒤늦게 본 묵화」 등이 그렇다. 특히 「뒤늦게 본 묵화」에서 “빙 돌아온 삼복도로 같은 세월”은 눈앞의 풍경을 한 인간이 지나온 생의 시간으로 전환시킨다.

2부에서는 자연과 예술적 상상력이 활발하게 교차한다. 「클림트의 키스」와 「모네의 붓」처럼 미술의 언어를 자연에 겹쳐놓기도 하고, 「거울」에서는 물웅덩이에 비친 건물을 통해 삶을 되돌아본다. “나는 나를 지워버렸다/ 생의 가을 눈앞에/ 와 있는 줄 모르고”라는 구절은 평범한 반영 이미지 하나를 자기 성찰의 장면으로 바꾸어놓는다

늙음과 기억, 가족과 가난까지 끌어안는 카메라

시집의 중반을 지나면서 위점숙의 카메라는 인간의 구체적인 삶 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간다. 특히 3부 ‘달빛이 깁고 간 시간의 주름’에서는 노년과 가족, 기억과 상실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다.

「요양원에 간 초승달」은 “딸도 남편도 모르는 울 엄마”가 오빠의 제삿날만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초승달 이미지와 연결한다. 기억이 무너져가는 가운데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오래된 가족의 시간이 짧은 문장 안에서 아프게 되살아난다. 「등록금」에는 오래된 공중전화가 등장한다.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여러 번” 반복하다 끝내 말을 삼켜야 했던 시간과 밤새 울렸던 어머니의 전화가 한 장의 사진과 결합하면서, 한 시대의 가난과 모성의 기억까지 불러낸다. 「회상」에서는 밭을 바라보는 노모의 모습에 “우는 아이 빈 젖 물려가며 / 이랑이랑 묻어둔 한”이라는 생애의 시간이 포개진다. 시인은 노년의 얼굴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풍경과 몸, 노동의 흔적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알츠하이머」에서는 “기억엔 바닥이 없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기억 상실의 공포와 존재의 흔들림을 포착한다. 징검다리처럼 놓인 풍경은 “매일 허공을 건너는 동안/ 지워져 가는 이름들”이라는 언어를 만나 삶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은유로 변한다.

발견하고, 뒤집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디카시

위점숙의 작품은 사진을 그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에 담긴 형태와 색채, 우연한 배치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찾아낸다. 이러한 ‘낯설게 보기’가 『의자는 안다』의 중요한 재미다.

고단한 삶을 견디는 존재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시선 역시 두드러진다. 「노숙자」에서 시인은 낡고 해진 사물의 모습을 “해진 시간을 꿰매고 있다”고 읽고, 그 누더기 속에서조차 “한 줌 햇빛”이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시집의 사진들은 완성된 의미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다. 사진은 질문을 던지고, 짧은 시는 그 질문에 예상 밖의 방향에서 답한다. 독자는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시→사진으로 이어지는 왕복 운동 속에서 한 편의 디카시가 완성되는 셈이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되 끝내 ‘온기’ 쪽으로

『의자는 안다』에는 죽음과 늙음, 가난과 질병, 이별과 상실 같은 삶의 그늘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의 시선은 고통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고통받는 존재를 오래 바라보는 일, 이름 없는 사물의 사연을 들어주는 일, 사라져가는 기억을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문장으로 붙잡아두는 일이 결국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이 시집은 말한다.

그래서 이 시집의 ‘의자’는 특별하다. 의자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앉았다 떠난 자리를 지킨다. 누군가의 울음을 기억하면서도 함부로 설명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위점숙이 지향하는 시인의 자세와도 닮았다. 삶을 재단하기보다 바라보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귀 기울이고, 사라지는 것들의 곁을 오래 지키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보는 것’이라면 위점숙의 디카시는 그 너머의 “들리지 않는 말을 듣는 것”에 가깝다. 『의자는 안다』는 그렇게 일상의 작은 풍경들을 통해 우리 곁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삶의 상처와 사랑, 기억과 위로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디카시집이다.

■ 시인의 말

빨간 우체통 하나
호젓한 바닷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가끔 갈매기가 쉬어갈 뿐,

며칠에 한 번씩 가슴을 쿵 두드리며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소식들이 지나가곤 합니다.

엉킨 낱말이 술렁입니다.
와르르 사연들이 쏟아집니다.
거기, 디카시가
모두의 온기로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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