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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처럼 살기
사과 농부 정치학자가 월악산 숲속에서 건네는 공존과 존엄의 기술
김영수 저
알렙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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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포자-숲속 아카데미아 열기: 일탈하며 신화 쓰기
핀(PIN)-‘잘’ 사는 사람들
갓-장마와 태풍을 기다리는 송이버섯

제1장 ‘잘’ 사는 사람들
성공을 재정의하는 사람들
신인류로 사는 사람들
귀농·귀촌을 바라보는 관행 깨기
여백과 공공선을 만드는 사람들
영토를 일구는 사람들

제2장 길을 찾아 나선 길
오해라는 껍질
농산촌 코드의 역설
자신의 신화 일깨우기

제3장 자아의 신화에서 깨어나기
살아 있다가 죽고 싶은 꿈
남김없이 죽을 수 있을까?
에필로그
한국형 『월든』은 가능한가?

발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이어 주고 순환하게 하는 삶

저자 소개 1

아프리카 정치의 역사를 공부하고 연구했다. 공동체의 삶 속에 담긴 민주주의적 대안과 권리의 문제에 천착했으며, 학술 연구지 《진보평론》의 편집위원, 공공운수노동조합 조직국·정책국 활동가로 일했다. 2010년에 귀농·귀촌한 뒤 현재는 시간의 절반을 사과밭에서, 나머지 절반을 마을과 지역에서 연구와 가르침, 배움에 쓰고 있다. 제천 남부 지역의 마을신문 《봉화재 사람들》을 발행하고 ‘숲속 아카데미아’를 운영한다. 저서로 『화해는 용서보다 진실을 요구한다』, 『과거사청산, 민주화를 넘어 사회화로』,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당신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까』, 『헌법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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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92g | 152*225*16mm
ISBN13
9791124300183

책 속으로

“일탈도 관행에 식민화된 상태를 벗어나려는 주체화 과정이다. 그래서 내 자식들을 관행의 틀로 훈육하지 않았다. 변화를 시도하고 일탈하며 살아가는 아빠의 삶을 보고 느끼게 했다.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부모나 교사 스스로 일탈을 터부시하면 아이들도 자기만의 신화를 쓰지 못한다.”
--- p.7

“지금 이 순간보다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없다네. 자네가 보기에는 내가 구차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밭에 나가 일할 때와 자식에게 농산물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을 어쩌겠는가.”
--- p.44

“고령 청년으로 잘 살다가 잘 죽고 싶다. 주변에서 과한 욕심이라고 핀잔 섞인 질투를 하는 사람도 많다. 고령 청년은 청년 같은 고령자라고 말해도 좋고, 어디에 갖다 붙여도 될 듯하다. 환갑을 전후로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손자녀를 돌보며 여생을 보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청년’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적잖이 어색한 듯하지만, 당사자들은 다르다. 나이 들어도 마음은 아직 젊다는 말이 아니라 실제 건강이 뒷받침되는 나이 듦이다.”
--- p.62

“농산촌은 삶의 피난처나 도피처가 아닙니다. 농산촌에서 유유자적하게 즐기며 농사를 짓는 행태 자체가 싫어요. 농산촌이 대상화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내가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p.84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매일 보는 사이라도 동회에서 만날 때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가다듬는다. 총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마을에서 지내는 마을 공동 제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로에게 평소보다 더 반듯하고 정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일 것이다. 아마도 지난 한 해 건강하게 잘 버텨 주어 고맙다는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려는 따뜻한 배려일 것이다.”
--- p.103

“농업의 가치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투입과 산출이라는 효율성을 따지지만, 농부에게 흙을 대하는 일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구하는 조급함이 아니라, 흙 속 생명들의 호흡과 사멸을 묵묵히 기다려 주는 예식이다. 함께 땀 흘린 이들은 안다. 건강한 식물은 건강한 흙에서 태어나며, 그 건강함은 결국 사람의 잠자던 오감을 깨우는 가장 정직한 응답이라는 것을.”
--- p.128

“누구든 자기 시간을 갖고 산다. 자연의 주기로 만든 시간이기에 다를 수 없다. 사람들은 우주와 태양계가 만든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모아서 나이를 먹으며 살다가 생을 마친다. 그런데 살면서 터득했다. 실시간 변화하는 실체의 모습을 사람의 오감으로 접촉하거나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물의 변화에는 시간이 깃들어 있다.”
--- p.169

“자신의 코드와 영토인 것이다. 각각의 영토에는 방어군이 있다. 영토와 접속하려는 코드 번호도 잘 부여하지 않는다. 코드 번호를 받기 위해서는 일종의 통과 의례를 거쳐야 가능하다. 영토는 자신의 가치를 재생산하면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을 교체하거나 사람들의 코드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 p.194

“우리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신화를 쓴다. 무수한 신을 끌어들인다. 젊음이 감당할 수 있어서다. 가능성이기도 하고, 열려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 딱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화는 쉽게 써지지 않는다.”
--- p.235

“개인의 신화가 삶의 방향을 정한다면, 농산촌의 세시풍속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써 온 신화다. 농산촌에서 살아가는 힘은 자신의 신화와 마을의 신화에서 나온다. 농사하는 사람들은 세시풍속을 중하게 여긴다.”
--- p.236

“그러나 나는 그 시간 동안 행복하게 일했다. 사과 농사는 내게 겸손을 가르치고, 사람뿐 아니라 땅과 사과나무를 배려하는 법을 일깨웠다. 농사를 우습게 여겼던 교만이 깨지면서 관계 맺기를 사람 사이의 일로만 보던 생각에서도 벗어났다.”
--- p.266

“‘새로운 세상’은 사람들 사이에 차별과 착취가 없이 공생하며 성장하고, 주체적으로 공존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삶이 보장되는 이상 사회였다. 진정한 민중의 호민관을 꼽으라면, 평생 민중과 함께 혁명을 꿈꾸다가 ‘남김없이’ 죽음을 맞이한 선생님일 것이다.”
--- p.308

“단순히 물 좋고 산이 좋은 전원생활의 로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앙상하게 메말라 가는 삶에 던지는 치열한 사유의 투쟁이자, ‘잘 살다가 잘 죽기’ 위한 주체적 혁명의 기록이었다. 그래서 소로우가 자연과 직접 대면하며 삶의 본질을 복원하려 했다면, 나는 소멸해 가는 농산촌의 바닥에서, 그리고 자본주의의 폐허 위에 피어나는 ‘다종다양한 공생’의 가능성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 p.316

“저는 『버섯처럼 살기』를 읽으면서 김영수 교수님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가 ‘연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와 농부를 연결하고, 학문과 현장을 연결하고, 농업과 지역 경제를 연결하고, 경제와 문화를 연결하고,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며,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 p.323

출판사 리뷰

“주류의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성립합니다.”

김영수는 아프리카 정치의 역사와 민주주의, 공동체의 권리와 자치 문제를 연구해 온 정치학자다. 대학에서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학술 연구지 『진보평론』의 편집위원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의 조직국·정책국 활동가로도 일했다. 이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연구자이자 연구활동가로 살아왔다. 정치학자로서 공동체와 권리, 민주주의의 문제를 연구하고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경험했던 저자는, 농촌으로 삶의 자리를 옮긴 뒤 그 질문들을 땅과 사람의 관계에서 다시 풀어낸다.

그에게 귀농은 도시를 떠나 편안한 삶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이론의 추상성과 구체적인 삶 사이의 거리를 자신의 몸으로 건너는 일이었다. 저자는 “주체성을 통제하거나, 변화의 힘을 상실하게 하는 관행이야말로 정신의 식민화”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일탈은 익숙한 질서를 무작정 거부하는 행동이 아니다. 자신을 지배해 온 기준을 의심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직하기 위한 주체화의 과정이다. 농촌에서의 삶은 저자에게 관행을 깨고 새로운 삶의 신화를 쓰는 실험이었으며, ‘반노반지’의 방식은 그 실험을 가능하게 한 구체적인 조건이었다. 저자는 사과밭에 들어설 때마다 “먼저 땅속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을 보고, 다음으로는 사과밭에서 사과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40여 종의 풀과 풀뿌리를 본 다음, 사과나무와 이파리에서 살아가는 균류와 곤충을 살피고 나서 사과를 본다”고 쓴다. 사과밭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터”이며, 농부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명의 관계를 돕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농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2017년부터 준비해 2020년부터 제천 남부 지역의 마을신문 『봉화재 사람들』을 발행하고, 2025년에는 수산면 숲속 마을에 ‘숲속 아카데미아’를 열었다. 마을신문은 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지역 안팎의 관계를 이어 가는 실천이며, 숲속 아카데미아는 마을과 숲을 새로운 배움의 공간으로 삼아 사람들이 함께 ‘잘’ 사는 삶과 삶의 질을 생각하는 자리다. 책에는 이 과정에서 만난 농산촌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수산면 이장협의회 장병운 회장과 장덕 씨, 마을의 기억을 지켜 온 성정순 할머니 등은 거대한 성공의 서사와는 다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 가며 공동체를 지탱하는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삶터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풀뿌리의 거인들’이라고 부른다. 책 속 한 농부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보다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없다네”라는 삶의 감각은 돈과 지위만으로는 측정되지 않는 삶의 가치를 보여 준다. 『버섯처럼 살기』는 도시의 성공 기준에 의문을 품은 독자에게 다른 삶의 척도를 제시하고,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농촌 생활의 낭만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 준다. 동시에 지역에서 살아가는 독자에게는 자신의 노동과 관계, 마을의 기억이 지닌 공공적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사과 농부 정치학자가 월악산에서 건네는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에 관한 깊은 사유

『버섯처럼 살기』는 농촌과 생태의 문제를 넘어 삶의 후반부와 죽음,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존재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이 듦은 관행의 층을 켜켜이 쌓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나이 든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 신념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당신은 어떤 노인으로 살다가, 어떻게 죽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떤 노동과 관계 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후반부를 ‘고령 청년’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삶을 정리하고 축소하는 대신 새로운 배움과 노동, 관계를 시작하며, 잘 살다가 잘 죽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아프리카의 우분투 사상과 버섯의 균사체를 연결하는 사유로 확장된다. “너를 통해서만 내가 사람임을 알 수 있다”는 우분투의 명제처럼, 인간은 홀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자연, 장소와 기억의 관계에서 비로소 사람다워진다. 저자가 말하는 공존은 모든 차이를 지우고 하나가 되는 상태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와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삶이 가능하도록 돕는 관계이며, 자연과 인간, 농업과 지역 경제, 세대와 세대, 생산과 돌봄을 함께 바라보는 삶의 방식이다. 이 책이 기존의 생태 에세이나 귀농 서사와 다른 지점도 여기에 있다. 생태적 삶을 개인의 생활 방식으로 축소하지 않고, 지역의 경제와 문화, 노동과 돌봄, 나이 듦과 죽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하나의 연결된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과 초고령사회, 기후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오늘날, 이 책은 거대한 정책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한 사람이 땅을 돌보고 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서로 배울 자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의 변화가 반드시 거대한 사업이나 눈에 띄는 성과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자리와 공동체의 관계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한국형 『월든』 역시 사회를 떠난 은둔의 삶이 아니다. “한국의 ‘월든’은 소멸해 가는 지역 공동체의 바닥에서 이웃의 손을 잡고, 서로의 귀가 되어 주며, 늙어 감을 지혜의 지층으로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이 책은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도시의 청년에게 성공과 효율의 언어 바깥에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은퇴와 이주를 준비하는 중장년에게 삶의 후반부를 새롭게 상상할 언어를 건넨다. 생태와 환경, 지역과 공동체, 노년과 돌봄의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서로 다른 의제가 사실 하나의 삶의 문제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우리가 자본의 코드를 거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을 신뢰하며, 타인의 아픔을 내 지층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각자의 삶터에서 한 송이 버섯으로 피어날 수 있다”고 쓴다. 『버섯처럼 살기』는 한 사과 농부의 귀농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정치학자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김영수가 농부로 살아가며 얻은 질문과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역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발견한 답을 함께 담은 책이다. 혼자 살아남는 삶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상상하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삶을 지탱할 것인지 묻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삶의 기록이다.

추천평

“김영수 선생의 『버섯처럼 살기』는 농산촌에서 어떻게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을지를 사유한 16년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마을신문을 발행하고 ‘숲속 아카데미아’를 열며, 농산촌이 경쟁의 터가 아닌 공생의 땅임을 직접 증명했습니다.” - 차광주 (전국귀농운동본부장)
“저는 『버섯처럼 살기』를 지역과 농촌에 관한 책으로만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삶의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하는 모든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 김용만 (품마을커뮤니티 생태건축가)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기보다 낮은 곳에서 타인과 연결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삶이야말로 이 시대가 잊어버린 진정한 ‘공생의 혁명’입니다. 숲속 고목 위에서 조용히 순환을 완성하는 버섯처럼, 이제 우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품어 주는 단단한 균사체의 길을 걸어 보아야 할 때입니다.” - 성종경 (산약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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