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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_ 009
제1장 도입 _ 포르투갈 와인의 문을 열다 _ 029 제2장 화강암 토양 _ 비뉴 베르드 _ 077 제3장 발로 밟는 와인 _ 도루 _ 115 제4장 고지대 와인 _ 다웅 _ 165 제5장 토착 품종 ‘바가’ _ 바이라다 _ 209 제6장 항아리 양조 ‘탈랴’ _ 알렌테주와 리바테주 _ 249 제7장 극한 환경 속 와인 _ 콜라르스와 마데이라 _ 303 제8장 봉 지아, 좋은 아침! _ 리스본과 그 너머 _ 353 용어 해설 _ 389 감사의 말 _ 399 참고문헌 _ 403 찾아보기 _ 408 『뉴욕 타임스』 2021 최고의 와인책 2021 앙드레 시몽 푸드 앤 드링크 북 어워드 롱리스트 2022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후보 『와이드 월드 오브 와인』 올해의 와인책 풋 트로든 포르투갈, 그리고 잊혀진 와인들 * 초판발행 | 2026년 10월 20일 * 사이먼 J. 울프, 라이언 오파즈 지음, 김민재 옮김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455-3 * ISBN | 979-11-89318-86-4 03590 이콘출판(주) * 145*220 | 양장 | 424쪽 | 48,000원 phone 031-8071-8678 * 담당 | 김승욱(econ@econbook.com) | fax 031-955-8869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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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허락된 것은 와인 배럴 하나. 그 주위를 중심으로 생산자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모여 선다. 롤업 배너도, 공들여 설계한 화려한 부스도 없다. 그리고 당신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는 사람이 그 와인을 만든 바로 그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행사는 거칠고, 투박하며, 현장 중심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 p.35 삶의 중심은 여전히 땅에 있었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맞춰져 있었다. 바스쿠는 이 삶을 중세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고 회상한다. “사람들은 돈 없이 살았지만, 그 방식은 매우 자연 친화적이었어요. 모두가 자급자족했죠. 우유와 거름을 위해 소를, 고기를 위해 돼지를 키웠어요. 그러곤 1년에 한 번 돼지를 잡아 그 고기로 콩이나 채소 요리에 풍미를 더하곤 했죠.” --- p.80 그가 ‘비냐 다 세라’라고 부르는 포도밭은 특히 그에게 자랑스러운 곳이다. 면적은 겨우 반 헥타르 남짓하지만, 약 125년 된 포도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오랫동안 제대로 전정되지 못한 탓에 나무들은 기묘하게 뒤틀린 모습으로 자라났다. 줄기는 콘크리트 기둥만큼 굵고, 어떤 것은 땅에 쓰러져 썩지 않도록 돌에 기대어 세워져 있다. 마데이라는 이곳에 심어진 모든 품종을 식별할 수 없었다. 전문가를 초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최소 30종 이상의 품종이 거친 화강암 토양 속에 함께 자라고 있었다. 게다가 이 노장들은 모두 자신의 뿌리 그대로 살아남은 개체들이었다. --- p.187 “그곳은 저에게 시음 학교와도 같았죠.” 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세계 각지의 와인을 맛볼 기회를 마음껏 즐겼다. 한 심사위원이 그에게 심사 수당을 얼마나 받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것도 안 받습니다. 배우러 왔거든요.”라고 답했다 한다. 그는 영국 와인계의 전설 오즈 클라크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인물들과 나란히 앉아 심사했던 일을 아직까지도 생생히 기억한다. --- p.222 루이스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도 유기농 재배를 받아들이는 데 더 어려움을 겪었다. “포도밭이 너무 지저분해 보이잖니.” 그녀는 포도나무 줄 사이를 가득 메운 야생화와 콩과 식물, 풀을 보며 불평한다. 루이스의 설명에 따르면 어머니는 꽃을 무척 좋아하지만, 꽃은 정원에 있어야지 포도밭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녀는 이웃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한 걱정하는 듯하다. --- p.241 와인메이커 리카르두 산투스의 설명에 따르면, 친구의 저장고에서 와인을 마실 때는 전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주고받자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무례의 극치로 여겨진다. 대신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이 오면 서로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이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말이다. --- p.258 목 부분의 구운 점토 표면에는 희미하게나마 1679년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다. 제작자를 상징하는 신비로운 문양까지 새겨진 박물관 전시품 같은 이 낮고 넓은 항아리는 지금도 와인을 가득히 품고 있으며, 그 안에는 틴타 그로사, 아라고네스, 알리칸테 부셰,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를 섞어 만든 맛 좋은 적포도주가 담겨 있다. 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알렌테주의 포도 품종 식재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 p.262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로그북을 손에 들고 탈랴들을 점검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모든 측정값과 관찰 내용은 탈랴 표면에 분필로 꼼꼼히 기록되었다. 그녀는 단호하게 이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절대로 암포라라고 부르지 마세요. 이건 탈랴예요. 전혀 다른 겁니다. 조지아 사람들이 자기들의 크베브리를 암포라라고 부르는 걸 싫어하는 것과 똑같아요.” --- p.279 미국과 영국의 애호가들은 여전히 오래된 마데이라 와인을 최고의 와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며 찬사를 보낸다. 그럴 만한 이유도 충분하다. 그러나 마데이라 역시 마르살라나 코만다리아처럼 다른 역사적인 강화와인의 뒤를 따라, 언젠가는 요리용 와인이나 와인사의 한 로만 남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 변화는 이미 섬의 문턱까지 다가와 있지만,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 p.351 이 와인은 오래된 포도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잘 익고 응축된 과실 풍미를 지니면서도,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들 사이에 놓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아함과 균형감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와인이 결코 부르고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다웅이라는 지역의 개성을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필드 블렌드에서 비롯된 복합성, 충분한 숙성에서 우러난 흙내음과 허브 향, 그리고 특유의 질감은 모두 다웅을 상징하는 요소들이다. --- p.383 하지만 박람회의 문이 열리고, 와인을 맛보고 생산자들을 만나기 위해 수백 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의 노력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좋은 날인 것 같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말하듯, 봉 지아 Bom dia. 좋은 아침이다. --- p.3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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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르투갈 와인은 잊혔을까?
포르투갈 와인의 역사는 포도밭만 들여다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20세기 오랜 독재와 국가 주도의 농업정책, 협동조합과 대량생산 체제는 포르투갈 와인의 모습을 크게 바꾸었다. 생산량과 효율이 중요해지면서 지역마다 이어져 오던 품종과 양조법, 와인의 개성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1974년 카네이션 혁명 이후에도 오랫동안 형성된 산업 구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풋 트로든』은 이러한 역사를 정치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포도밭을 지키고 와인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와인의 맛에는 땅과 기후뿐 아니라 한 사회가 지나온 시간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맨발로 포도를 밟고, 점토 항아리에서 와인을 빚다 『풋 트로든』이라는 제목은 포도를 발로 밟는 전통적인 양조 방식에서 비롯됐다. 포르투갈에서는 지금도 돌로 만든 라가르에 들어가 맨발로 포도를 밟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알렌테주에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점토 항아리 양조 전통도 남아 있다. ‘탈랴’라는 거대한 항아리에서 와인을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한때 낡고 비효율적인 기술로 여겨졌지만, 최근 새로운 세대의 생산자들이 그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있다. 오래된 기술이 오히려 포르투갈 와인의 새로운 가능성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포도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포르투갈의 오래된 포도밭에는 여러 품종의 포도나무가 한데 뒤섞여 자라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비효율적인 농업의 흔적으로 취급됐던 이런 ‘필드 블렌드’ 포도밭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젊은 와인메이커들은 오래된 포도밭과 토착 품종을 다시 발견하고,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시도하며 자신이 물려받은 땅의 개성을 와인에 담으려 한다. 저자들은 비뉴 베르드에서 도루, 다웅, 바이라다, 알렌테주, 리스보아, 마데이라까지 이들을 찾아간다. 포르투갈 와인의 미래가 가장 오래된 포도밭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발견한 흥미로운 역설이다. 와인을 따라가다 보면 포르투갈이 보인다 이 책은 품종과 산지, 빈티지를 정리한 와인 입문서가 아니다. 좋은 와인을 고르는 법이나 시음법을 가르치는 책도 아니다. 저자들이 궁금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왜 포르투갈 와인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까? 역사는 와인 산업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사람들은 왜 오래된 포도밭과 양조법을 지키려 하는가?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재와 혁명, 농촌과 도시화, 가족과 공동체, 전통과 혁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래서 이 책은 와인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재미있다. 『풋 트로든』은 와인에 관한 책이면서, 결국 사람과 한 나라의 시간을 읽는 책이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 아니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풋 트로든』이 보여주는 것은 포르투갈 와인의 부활만이 아니다. 한때 낡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졌던 품종과 양조법, 오래된 포도밭과 지역의 생활문화가 새로운 세대의 시선과 만나 어떻게 다시 가치를 얻는지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에게도 오랫동안 이어져 온 소주와 막걸리의 양조법이 있고, 지역마다 다른 장과 발효 음식이 있으며, 고추장과 유자청처럼 한 지역의 기후와 농산물, 사람들의 생활이 만들어낸 수많은 특산물이 있다. 중요한 것은 오래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닐 것이다. 누가, 어디에서,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오늘의 우리는 그 전통에서 무엇을 새롭게 발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포르투갈의 작은 포도밭과 오래된 점토 항아리가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듯, 우리의 술과 음식도 단순한 ‘전통상품’을 넘어 그 지역의 사람과 역사, 풍경을 함께 전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 『풋 트로든』이 포르투갈 와인을 발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가진 오래된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세계에 들려줄 다음 이야기는 이미 우리 곁에 오래전부터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l 와인 너머의 사람과 역사, 문화가 궁금한 독자 l 포르투갈의 음식과 와인,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 l 전통주와 발효식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 l 지역 특산물을 브랜드와 이야기로 만들고 있는 사람 l 우리에게 이미 있는 오래된 것을 새로운 문화와 산업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