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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극장 5번 박스석
뮤지컬을 오래 사랑한 후에 남은 것들
전채연 저
황금테고리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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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오버추어 | 나는 한 알의 씨앗이었다

1막 이상하고 아름다운 뮤덕의 역사

공연장 지박령이라도 좋아 | 빌리 엘리어트
오페라 극장 5번 박스석 |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에 반한 ‘지금 이 순간’ | 지킬 앤 하이드
난 살아 있어 | 넥스트 투 노멀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 맨 오브 라만차
읽히지 않은 인생 |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왜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가 | 시라노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 렌트

인터미션 | 뮤지컬이 없던 시간

그 푸른 재킷
비에 젖은 샌들
낙타색 그 가방
꿈의 트위드
치과 치료의 나날

2막 지나간 공연은 다시 오지 않는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 위키드
다가갈 수 없는 관계 앞에서 | 라라랜드
모두가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레미제라블
아직도 삶이 어색한 우리들에게 |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끝까지 끝은 아니야 | 어쩌면 해피엔딩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 하데스타운
참 예뻐요 | 빨래

커튼콜 | 브로드웨이 극장 맨 뒷줄에서

저자 소개 1

잡지사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남의 글을 읽고 다듬고 고치는 일로 오래 밥벌이를 해왔다. 언젠가 자기 손으로 만든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20년 넘게 뮤지컬을 보아온 덕분에 가장 아끼는 장면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오래 붙들고 사랑한 것은 삶에 흔적을 남긴다고 믿는다. 쓴 책으로 『스님의 호흡법』 『우리 뇌는 그렇지 않아』 『고장 난 거대 기업』(공저) 『휴맥스, 다시 벤처 정신을 말하다』 『박지성처럼 꿈꿔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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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35*210*10mm
ISBN13
9791199394735

책 속으로

나는 한 알의 씨앗이었다. 한국 뮤지컬이라는 토양에 뿌리내려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 누구보다 높이 하늘에 닿고 싶었던. 어떤 나무 열매에서 떨어졌는지는 몰라도 나만의 개성을 활짝 꽃피워 그 향기가 멀리까지 퍼져나가기를 바랐던. 당연하게도, 그런 야망을 품은 씨앗이라고 해서 모두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p.9

20여 년이 지나 다시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나는 비로소 팬텀이 왜 그렇게 5번 박스석을 고집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팬텀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싶어 하지 않았던 자리. 자신이 만든 공연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 공연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어쩌면 내가 오랫동안 공연을 보러 다닌 것도 그와 비슷한 열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p.29

〈렌트〉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1년을 분으로 환산한 52만 5600분의 시간을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지. 이루지 못한 꿈은 진짜로 없던 것이 되어 버리는지에 대해서.
---p.79

반짝이는 조명과 빛나는 음악이 팡팡 터지는 무대를 동경한 이후로, 내 꿈은 늘 무대 어딘가였다. 내가 꿈꿨던 자리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 뒤쪽이거나 관객들이 어느 순간에 웃음이 터지고 눈물을 삼키는지 관찰할 수 있는 객석 뒤쪽 부스 자리였지만, 내게 허락된 자리는 언제나 그 중간 어디쯤의 객석이었다.
---p.111

〈레미제라블〉 무대에서 나는 인생은 각본 없는 공연이고, 나는 내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문자 그대로 이해했다. 내 역할이 예쁘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삶이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장면을 충실히 살아낸다면 나는 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팡틴이 아니어도 좋았다. 솔로 넘버가 없어도 괜찮았다. 맡은 자리에서 내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었을 때, 그것이 관객에게 전달되어 하나의 서사가 완성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거대한 어떤 서사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내 소명을 다한 것이니.
---p.125

내가 서사의 허점을 찾으려고 팔짱을 끼고 극을 노려볼 때, 그는 마음을 활짝 열고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었다.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그를 놀려대면서도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 빨래를 널다 만난 이웃집 여자에게 ‘참 예뻐요’라고 진심을 다해 노래할 수 있는 솔롱고처럼, 그도 계산 없이 자기감정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게 참 예뻐 보였다.
---p.163

〈빌리 엘리어트〉 재연이 올라왔을 때, 나는 순전히 ‘그랜마 송Grandma’s Song’이 한국 라이선스 무대에서 어떤 식으로 연출되었을지 궁금해서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공연장에서 직접 보았을 때, 왜 그 노래가 그렇게 깊이 들어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넘버는 고단한 생을 통과해 온 한 여자의 푸념이나 자기 위안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이 보잘것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구속들로 엮여 있을지라도 자기 감각대로 살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p.171

출판사 리뷰

“이루지 못한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다른 방식으로 삶에 흔적을 남긴다.”

· 한 편의 뮤지컬처럼 읽히는 에세이

이 책은 한 편의 공연처럼 짜여 있다. 막이 오르기 전 오버추어가 흐르고, 1막은 잃어버린 티켓을 뒤늦게 되찾아 지연 입장석에 홀로 앉은 한 여자에게서 시작된다. 그는 무대를 향한 꿈을 꾸지만 결국 포기하고, 인터미션에서 뮤지컬 없이 살아야 했던 시간을 지난다. 2막에서 다시 객석으로 돌아온 그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기 역할을 발견하고, 커튼콜에서 모든 것을 통과해온 지금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인사한다. 책 한 권이 하나의 공연처럼 흘러가면서 뮤지컬이라는 렌즈를 통해 실패와 공백,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마음을 비춘다. 글들은 쓰인 순서가 아니라 서사의 순서로 놓였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뮤지컬이라는 경이로운 세계의 맨 뒷줄에 앉은 한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 무대를 꿈꾼 사람이 객석에서 발견한 것

〈지킬 앤 하이드〉로 뮤지컬에 입문한 저자는 언젠가 자기 대본을 무대에 올리리라 믿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는 〈맨 오브 라만차〉의 알론조처럼 거울 앞에서 꿈이 스러지는 것을 보았다. 〈넥스트 투 노멀〉에서는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외삼촌의 기억을, 〈호프〉에서는 한 번도 출간되지 못한 원고 더미를 끌어안고 있는 자신을 마주한다. 이 책에서 뮤지컬은 소재가 아니라 렌즈다. 무대 위 장면 하나가 한 사람의 생에서 가장 아팠던 국면을 정확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어준다.

· 뮤지컬을 몰라도, 무언가를 오래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뮤지컬 팬을 위한 안내서가 아니다. 뮤지컬을 통과해온 한 사람의 인생 기록이다. 이루지 못한 꿈을 끝내 놓지 못한 사람, 대체되고 낡아가는 자신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사람,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지나간 공연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처음인 듯 다시 객석에 앉는 마음에 대한 기록이다. 결국 저자가 무대 위의 인물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고, 독자 역시 이 책의 장면들 속에서 자기 삶의 한 장면을 겹쳐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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