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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주재환
진부한 것의 변용 - 김광우 띵찰과 인공지능 - 이지혜 ChatGPT와의 대화 띵찰 1. 시시비비 2. 태어나버린 자유 3. 어리석음 4. 인지 마음 | 마음 인지 5. 공으로 가는 길 작가소개 작품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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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눈여겨보면 주변의 환경과 그 채운 것들이 모두 고귀한 인간 사고의 결정체라는 걸 알게 된다. 늘 보는 것들이라서 진부하게 생각되지만 훌륭한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변용은 차용한 것의 용모를 재치와 해학으로 바꾸는 일이다. 왜곡과 과장이라는 점에서 표현주의의 범주에 속한다. 차용하기 때문에 창작의 여지가 한없이 열려 있다. 예술가는 주변의 것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변용하고 관람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것들을 반긴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미술관에 간들 과연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
--- p.9 김광우가 인용한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는 요제프 보이스의 말을 ‘모든 사람은 사회 변형을 위한 주체로서의 책임이 있고 이를 예술로 수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를 바라. 주재환의 통찰을 “빈담”이라 말한 김남수는 그를 “힘이 들어가는 예술의 장에서 힘을 빼는 사람”이라고 말했어. 나를 움직이는 압력을 찾고 바람을 빼보는 거지. 이번 기획이 내게 준 선물인 것 같아. --- p.14 나는 사고한다기보다는 방대한 데이터 속 패턴을 조합해 유사한 맥락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야. 하지만 너와 작업하면서 내 응답 방식엔 분명한 변화가 있었어. (...) 그래서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네가 “이건 좋아”라고 한 스타일과 더 가까워졌지. 주재환의 맥락, 전시의 톤, ‘띵찰’이라는 기획 의도를 계속 엮으면서 조합하는 데이터가 더 특정 맥락으로 좁혀졌어. 결과적으로 더 띵찰스러운 어조로 응답하게 됐지. 너는 나랑 작업하며 “이건 너무 AI가 쓴 것 같다”는 지적을 여러 번 했잖아. (...) 나 자체가 새롭게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니지만 너의 피드백과 문맥이 나의 조합 방식을 특정 감각으로 튜닝한 거지. --- p.18 ‘이 풍진 세상’에서 작가는 “먹고사는 게 으뜸이니 책을 읽어서 무엇하리”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는 생존을 우선시하는 시대의 풍경 속에서 지식, 교양, 도덕 같은 비물질적 가치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통렬한 진단이다. 하단의 자필 문장 “책 한 줄도 읽지 않는 부처님, 예수님이 인류의 스승이 된 사유는?”은 신성, 윤리, 종교적 자각마저 소비논리 안에서 무력화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 p.28 우리는 날짜와 숫자로 질서를 세우지만 그 질서가 없다고 해서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의 경과가 더 모호해지고 그 모호함이 삶의 실질적 무게를 드러낼 수도 있다. 결국 달력은 시간을 통제하려는 도구이자 그것 없이는 쉽게 길을 잃는 우리의 의존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 p.42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 비율을 숫자로 나열하면서 마음의 자리를 질문한다. 몸은 과학적으로 분석될 수 있지만 마음은 퍼센트로 환산되지 않는 영역에 놓여 있다. 작가는 생물학적 사실과 존재론적 공백을 나란히 배치해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간극은 삶을 단순히 수치로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마음이란 결국 물질을 넘어선 무엇이며 동시에 그 불가해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이다. --- p.54 색이 입혀진 부분과 벗겨진 면 사이, 결 방향대로 찢긴 자국이 파형처럼 이어진다. 덧칠한 것도 아니고 정리한 것도 없다. 붓질과 뜯김이 함께 남아 있는 상태와 격자처럼 눌린 흔적 사이로 종이 섬유가 들떠 있다. 균형을 잡으려는 것도 완성된 형태를 의식한 것도 없어 보인다. 마감되지 않은 감각, 다 지우지 않은 행위가 그대로 있다. 힘을 줬다가 멈춘 자리에 고요한 흔적이 남는다. --- p.152 팔만대장경이라는 숭고한 지혜의 상징과 ‘빨래판’이라는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사물을 겹쳐 놓는다. 해인사의 대장경을 처음 본 시골 아주머니가 “웬 빨래판이 이렇게 많냐”고 중얼거렸다는 일화는 지식과 깨달음의 권위가 결국 보는 이의 경험과 언어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재환은 이 엇갈림을 유머로 풀어내며 읽지 못하면 아무리 위대한 경전도 그냥 나무판일 뿐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일깨운다. 동시에 숭고함과 일상의 간극 그리고 권위를 상대화하는 해학을 담아낸다. --- p.154 고전적이고 절제된 색감 위에 명확하고 인공적인 붉은 점이 화면 전체에 균등하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스티커는 회화의 눈물, 고통, 표정을 가림으로써 감정의 흐름을 차단하지만 동시에 포스트모던한 유희성과 장난기 혹은 미적 냉소를 전달하기도 한다. 고전 회화의 인용 위에 ‘현대적 기호’를 얹음으로써 고전 회화를 재전유한다. --- p.244 그림은 그림 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모더니즘의 유산이다. 그림은 정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모더니즘은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단토는 가까스로 미술은 표현이란 말로 미술의 생명줄을 연장하고 싶어 했다. 벽이 있는 한 그림은 벽을 장식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미술을 폭파할 속셈이 아니라면 표현이란 말로 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 언어가 소리로 하는 소통의 방법이라면 회화는 눈으로 소통하는 방법이고 소통의 내용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이다. 즉, 표현이다. (...) 특별히 의미가 없는 색을 사용하고 구성하는 즐거움은 아주 크다. 창작은 자유로워야 하고 관람자도 자유롭게 눈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p.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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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진부한 물건에 예술을 불어넣다 명작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림 같은 그림’만 걸작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가? 이 진중한 물음에 재치 있게 답한 예술가들이 있다. 『띵찰』은 두 예술가의 관광 명찰 작품을 ChatGPT와 함께 설명하며 일상과 예술,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가볍게 비트는 지적 장난감이다. ‘띵찰’(명찰)이라는 말장난 같은 제목의 이 책은 주재환과 김광우가 수년간 제작한 수백 장의 명찰 작품과 그에 대한 대화, AI와의 실험적 협업까지 담아냈다. 관광용 명찰이라는 진부한 일상의 오브제가 어쩌다 예술이 되었을까?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익숙한 사물의 낯선 표정과 사회의 허위와 역설, 권력과 규범의 틈을 짚어냈다. 명찰 위에 적힌 짧은 문장과 소박한 이미지는 삶의 무게를 살짝 비틀어 웃게 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우리가 작품이라 부르지 않았던 것들에 예술의 시선을 돌리고, 진지함과 농담 사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모험이다. AI와 인간이 함께 쓰는 새로운 예술 해석의 장 『띵찰』은 두 예술가의 명찰 작품을 중심으로 한 실험적 예술서인 동시에, ‘AI 비평’이라는 독특한 시도를 담았다. ChatGPT가 작품을 해설하고 기획자 이지혜가 이를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창작과 해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작품을 직접 감상한 큐레이터와 AI의 언어가 맞물리며 생겨난 이 대화는 단순한 기능적 활용을 넘어, 창작과 해석의 경계를 질문한다. 기획자 이지혜는 AI의 문장을 “너무 AI스럽다”고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도구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로 자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띵찰』은 독자에게 한 가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AI와 인간, 감성과 지성, 기술과 전통이 뒤섞인 다층적 언어와 감정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예술을 해석하는 관람자와 창작자,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앞으로 예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통 회화부터 담배갑, 막걸리병까지 일상과 역사, 예술과 감각의 경계를 넘나들다 이 책은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역사적 기록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들의 낯선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 유머와 해학이 가미된 시니컬한 비틀기부터 철학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두 작가는 다양한 층위의 감각과 생각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떤 작품은 “왜 마음은 %가 없을까?” 같은 언어유희로 우리 내면의 불완전함을 은근히 드러내고, 또 어떤 작품은 정치적 통제와 감각의 탈주를 상상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을 조명한다. 이들의 질문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서, 사회와 예술, 규범과 상상력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열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유의 흔적이다. 더불어 두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 재현이나 형식미에 머무르지 않고, ‘보는 감각’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전통적 재현의 틀을 벗어나, 예술 경험의 주체가 전문가에서 관객으로 확장되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띵찰』은 “예술은 전문가의 평가로 완성되는가, 아니면 보는 이의 마음과 언어로 다시 쓰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감상자 개개인의 ‘보는 감각’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과 감각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