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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낙혼 (墜茵落溷) · 07
흥진비래 (興盡悲來) · 30 견리망의 (見利忘義) · 53 고진감래 (苦盡甘來) · 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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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손길을 뻗은 순간부터 그린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다. 단순히 싸움을 일삼는 문제아가 아닌 입단을 앞둔 예비 조직원이 된 그의 앞에서는 모두가 피하거나 복종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손에 넣은 듯 기고만장한 그린이었지만 발길질 한 방이면 세상이 뒤집히는 데 충분했다.
---p.11 도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어린아이들을 겁주며 기물을 파손했다는 일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워져 있었다. 어디까지나 자기가 자초한 일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그린의 뇌리에선 사라진 지 오래였다. ---p.18 그린은 피식 웃더니 운전대 위에 손을 느슨하게 올린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수준급일 수밖에 없지. 학교 때려치우고 나서 먹고 살려고 대리기사도 해봤고, 배송 기사도 해봤으니까 말이야. 진짜 별별 사람 다 태워봤고 별별 일도 있었다니까? 이 인간들이 사람이 맞나 싶은 진상들 때문에 생각 같아서는 다 엎어버리고 싶지만, 꾹 참은 적도 있고, 폭설 때문에 온종일 차 안에만 갇혀 있었던 적도 있다니까? ---p.55 “우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양아치가 아닌 지켜주는 무사가 되고 싶어요. 아무리 돈을 준다 한들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다들 허튼수작 부리지 마시고 다시는 마주칠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p.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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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시대, 진짜 ‘힘’이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과거의 과오를 딛고 일어선 이들의 눈부신 구원과 연대 우리는 흔히 ‘힘’이라 하면 누굴 제압하고, 이기고, 꼭대기에 서는 능력만을 떠올리곤 한다. 권순학 작가의 중편소설 『따뜻한 힘』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장그린은 거대한 체격과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또래들을 군림하며 ‘차가운 힘’의 허상에 갇혀 살던 인물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패배, 그리고 그 패배가 안겨준 굴욕과 깨달음은 그를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조에 머물지 않고, ‘상처 입은 괴물’들이 서로 부딪히며 구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밀도 있게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린을 무너뜨렸던 늘빛 역시 어두운 가정사와 상처를 품고 진정한 정의를 고민하는 청년이다. 두 인물이 날카로운 경계에서 시작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마침내 악의 세력에 맞서 손을 잡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작중 아버지가 그린에게 남긴 “남을 도와주고, 안아주고, 같이 일으켜주는 힘, 그건 따뜻한 힘이야”라는 대사는 이 책이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폭력과 물질적 욕망이 지배하는 차가운 세상 속에서, 약자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용기가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넘어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따뜻한 힘』은 넘어진 자리에서 비로소 진짜 자신을 마주하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내일을 향해 주먹을 쥐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