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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은 당신의 이름을 안다. 그리고 방을 가로질러 당신 앞으로 손을 내밀면서 오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이 웃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조금 전까지 당신 손에 있던 열쇠를 찾았던 적이 있는가? 지난 달 같이 공을 쳤던 그 사람의 이름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린아이였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강에서 배를 탄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흔히 나타나는 ‘기억의 죄’이며,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오단서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상 이 오류들은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인간 기억 작동의 복잡하고 다양한 체계를 보여준다.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에서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L. 샥터 교수는 이 매혹적인 주제에 대해 그 자신이 가장 흡입력 있고 설득력 있는 작가임을 입증한다. 그는 신경과학, 인지과학, 임상경험과 문학적?일화적 증거를 들면서, 우리의 기억 체계의 오류(죄)를 고대의 일곱 가지 죄악에 빗대어 설명한다. 즉, 기억의 왜곡을 소멸, 정신없음, 막힘 등의 누락(omission)으로 야기되는 오류와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 등 무엇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수행(commission)의 오류로 나누고 있다. 그 첫 번째 죄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단순히 약해지는 소멸(transience)이다. 몇 시간 전에 했던 일을 지금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6주, 6개월 또는 6년이 지난 후에는 같은 활동을 기억해 낼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소멸은 기억의 기본적인 특징이며, 많은 기억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한다. 저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만남에 대해 어떤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소멸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두 번째 죄는 정신없음(absent-mindedness)으로, 주의와 기억 간의 접촉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열쇠나 안경을 찾지 못하는 것, 점심 약속을 잊는 것과 같이 기억해야 하지만 보통 다른 쟁점이나 관심에 몰두하거나 주의를 집중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첼리스트인 요요 마가 정신없음으로 인해 250만 달러짜리 악기를 택시 트렁크에 둔 적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위안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죄는 어떤 정보를 필사적으로 인출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인 막힘(blocking)이다. 지난 달 함께 공을 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만 그 이름을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처럼 막힘은 원하는 사실, 사건, 아이디어를 마음에 가져오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때도, 원하는 이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에도 일어나며, 몇 시간이나 며칠 후에 우연히 막혔던 이름이 떠오르면서 문제가 해결된다. 저자는 현재 존재하지만 잘못된 기억을 포함하는 오류를 구분한다. 네 번째 죄인 오귀인(misattribution)은 기억을 잘못된 출처에 돌리는 것이다. 환상을 사실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나 실제로 신문에서 읽었던 사소한 것들을 친구가 말했다고 잘못 기억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오귀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나타나며, 법적 판결과 연관된 상황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섯 번째 죄인 피암시성(suggestibility)은 과거 경험을 상기하려고 할 때 유도 질문이나 추가 설명, 암시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기억들을 말한다. 피암시성은 오귀인과 같이 조사, 증언, 진술 등 법적인 분야에 관련이 많다. 여섯 번째 죄, 편향(bias)은 현재의 지식과 믿음이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강력하게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 태도로 사건을 돌아볼 때 일어난다. 그래서 이혼한 사람이 자신의 실패한 결혼을 평가할 때 더 이상 행복한 시절이나 달콤하고 함께 한 성장을 기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단지 실망만을 기억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색칠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 죄는 지속성(persistence)이다. 이는 마음에서 모두 사라져 버리기를 원하는 고통스러운 정보나 사건들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직장에서 했던 참담한 실수나 중요한 시험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지울 수 없어 새벽에 갑자기 깼던 경험 등 누구나 지속성을 어느 정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도니 무어가 홈런 한 방으로 소속 팀이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기 실패에 너무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했던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지속성이 우리를 얼마만큼 무기력하게 만들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이 일곱 가지 죄는 기억을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체계로 보는 디자인 결함인가?”에 대해 다룬다. 저자의 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저자는 “일곱 가지 죄는 기억의 적응적인 특징인 진화의 부산물이며, 많은 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기능과 처리 과정을 위해 우리가 치르는 대가”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진화생물학과 심리학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성과를 통해 폭넓은 개념적 맥락 속에 놓고 일곱 가지 죄악의 기원을 찾아간다. 기억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대부분 기억을 잘하게 해 주는 기술 또는 기억상실증 같이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보다 자극적인 내용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극히 정상적인 기억에 대한 연구로부터 얻어진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억의 실망스러운 측면, 우리들이 피하고 싶고 그것 때문에 짜증나고 힘들어하는 측면을 파헤친다. 우리의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이 불만스러웠던 이들은 다소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로부터 기억 오류를 줄이기 위한 자신만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한 가지 즐거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개인의 기억 오류는 개인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여러 예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여러 절차가 기억의 오류에 더욱 민감해지고 기억의 오류로 인해 무심코 일어날 수 있는 커다란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여야 할 필요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