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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
홍석인, d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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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야고보는 퀑이다. 이 우주의 물리적 오류. 마리오네트. 인간의 형태를 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고 부릴 수 있는 퀑. 그리고 이 기술을 살린 나의 직업은 암살자다.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내 능력을 인형놀이에서나 선보이는 곡예로 치부한다. 인간을 마음대로 농락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의 영역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16 “보수는 섭섭하지 않을 거야. 일이 끝나면 이 행성을 떠나주긴 해야겠지만 별문제는 아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잘 완수했을 때는 소원을 들어주겠어.” “소원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사람을 하나 찾아줄 거야.” 소리를 지를 뻔했다. 입은 겨우 막았지만 손이 떨리는 것마저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까지 어떻게든 두단이라는 거물 앞에서 평정을 유지하려 애를 썼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두단은 내가 가장 바라 마지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 행성에 온 순간부터 비밀로 하고 있던 내 소원을. --- p.45 음악에 재능이 더 있었다면 꿈에서도 노래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악사의 길을 접은 것보다 꿈에서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꿈속의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척이나. 무척이나 분하다. --- p.55 “퀑 능력으로 누가 이 집 근처로 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제 그릇을 치워주십시오.” “암살자인가요?” 마디나의 표정이 굳는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그만 목소리를 높일 뻔했다. “아니요. 다른 사람입니다.” 그 순간 대형 승용차가 정차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성의 주인. 두단이다. --- p.79 “정말이지…… 퀑들은 놀랍군요.” “그렇습니까?” “그래요. 어떻게 이리도 간단히 여기까지 왔는지 믿기지가 않아요.” “대단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 p.116 귀신. 해골. 늑대 인간. 흡혈귀. 좀비. 악마. 온갖 종류의 괴물 형태를 띤 대형 풍선들이 성야제 전야의 밤하늘을 메우고 있다. 대형 풍선 퍼레이드는 성야제 주간 중 가장 큰 볼거리다. 거리의 시민들도 몇몇은 그런 괴물 복장을 하고 있다. 한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이 행진으로 온갖 상서롭지 못한 것들은 물러나라는 의미를 가진 행성 헤론의 전통문화 중 하나다. 곳곳에서 축제 음악과 폭죽이 터져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 p.184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 꿈만 같다. 기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꿈에는 악몽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나의 문제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반기거나 무서워하거나 어느 쪽도 모르겠다는 것에 가깝다. 앞으로는 그저 복마전이다. 실이 엉키고 엉켜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엉망진창의 무대만이 남았다. --- p.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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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1』
“나, 야고보는 퀑이다. 이 우주의 물리적 오류. 마리오네트. 인간의 형태를 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고 부릴 수 있는 퀑.” 『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1』은 만화『덴마』 초창기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마리오네트’ 에피소드를 기반 삼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나’는 마리오네트 퀑이자 암살자다. 이 능력을 이용한 암살은 깔끔하다. 대상을 조종해서 죽여버리면 그만이기 때문. 기억을 읽는 종류의 퀑이 살인 현장을 조사하더라도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자살이나 사고사로 보이게 위장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느 날 두단의 아내, 마디나가 ‘나’한테 찾아온다. 두단은 행성 암흑가의 유력자. 그리고 그의 아내가 ‘나’를 찾아온 용건은 남편인 두단을 죽여달라는 것. ‘나’는 당혹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므로 단칼에 거절한다. 이후 ‘나’의 사무실로 찾아온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두단이다. 두단은 다 알고 왔다는 듯이 말을 꺼내며, 아내의 부탁 그러니까 자신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수행해달라고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