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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랬던 기억 / 엄마, 어머니 / 안경 너머로 / 딱지치기 / 달의 무리 / 꽃비 내리던 날 / 그해 여름 / 폐교 2018 / 봄날, 그리움 / 길 위의 길 / 골목 어딘가에서 / 부탁 / 전구, 공허 / 실개천 / 부식 / 광화문에서 / 또다시 가을 / 새벽길 / 다시 뜨는 별 / 부디, 이 자리에 / 느린 우체통 / 탈의 탈 2부. 시간을 거슬러 / 조약돌 / 봄눈 / 우리, 헤어질까요 / 산화 / 까닭, 날개 / 바다, 겨울 / 그늘진 사랑의 노래 / 오늘의 거리 / 정령의 유희 / 별의 별 / 가령, 이별 / 비행운 / 객사 / 이름, 그 이름 / 헌책방에서 / 문자를 보면 / 차단의 변 / 단추 / 다시 피는 꽃 3부. 잡동사니 / 모두 피고 지는 / 시답잖은 날 / 부유, 잔해 / 안녕, 영원히 / 젖은 새벽 / 북극성 / 포화 / 이면 / 세월, 바다 / 눈, 두 번째 / 방성대곡 / 계엄 / 읊조림은 기도가 되어 / 하늘, 무 / 타박네 / 마멸, 절맥 / 바다, 가을 / 골목길, 막다른 / 갇힌 바다는 파도가 없다 4부. 마른 꽃 / 비눗방울 / 환생 / 플랫폼, 지연 / 벽, 시계 / 대화는 무슨 / 눈의 길 / 창의 창 / 설거지 / 명분 / 내 사랑은 / 커피 두 잔 / 낡은 의자 / 미련의 방 / 약속을 미루면 / 낯선 고백 / 질문, 당신에게 / 무리로부터 / 또 하나의 가방 / 사랑에서 사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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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낡은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지만, 버리지 못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낡은 추억은 없습니다. 떠오를 때마다 추억은 새롭습니다. 우리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저마다의 옛집이 있습니다. 아픔도 슬픔도 그리움도 향기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집이 조금이나마 여러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한 번쯤, 좁고 긴 골목길을 ‘함께’ 걸어 보고 싶었습니다. [책 속 내용] 백화점 앞 인공 실개천에 비둘기가 내려앉았다. 지금, 제 발목에도 못 미치는 개천에서 대가리를 주억대는 새. 누군가 버렸을 빨대를 쪼는 새. 실개천에 가라앉은 플라스틱을 물고, 대가리를 마구 흔들어 댄다. 또 날아드는 비둘기, 한 마리 또 한 마리. 날개를 후다닥 부딪치며 빨대를 뺏고 빼앗기는 비둘기들. 그중 한 마리, 얕은 실개천을 박차고 허공을 날아오른다. 이리저리 우주를 갈라놓은 전선에 내려앉은 비둘기, 이미 나란히 앉은 비둘기들이 실개천을 내려다보고 구구구. 얕은 개천에 남은 두 마리, 톡 토독 톡 토도독 그들만의 모스, 부리로 쪼아 대는 부호가 전신주에 닿았다. 개천이 흐른다. 빨대 하나 남겨 둔 채 실개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p. 30, ‘실개천’ 여름철 벗어 둔 매미의 빈집, 그의 울음이 낙엽 위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가 했더니 낙엽과 허물을 안고 저만치 멀어져 간다. 나의 여름과 나의 뭔가도 그만큼 멀어져 갔다. 아스라이. -p. 33, ‘또다시 가을’ 중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를 시간 나만 아는 길을 따라 당신에게 갑니다. 산기슭에 돋은 풀잎처럼 조금 거칠고 아픈 기억 소중히 꺼내 봅니다. 어둠 대신 햇살이 비칠 때 당신 어깨 위로 내려앉은 노란 나비 한 마리, 날개 두 겹이 하나 될 때 비로소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p. 47, ‘까닭, 날개’ 당신의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었습니다. 내 손으로 지워 놓고, 그 빈자리를 서성이는 나의 허기진 마음을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돌이켜 보니 나의 위로는 가벼웠고, 당신에게 남긴 상처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오늘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 당신의 이름을 지웠습니다. -p. 59, ‘차단의 변’ 새벽 공기는 창가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 깊은 곳에 머물다 뱉은 차가운 입김이다. 별빛이 밤새 흘려 둔 신의 눈물이었다면, 눈물이 강물 되어 흐르는 소리, 사랑이다. 내 핏줄에 녹아 흐르는 너의 숨결은 늦가을이 남긴 여린 꽃자리로 남았다. 밤마다 그리운 그대를 노래하나니 구름에 베인 태양의 선혈이 낭자한 노을 동그랗게 파문처럼 번지다 사라진 약속들. 우리의 서툰 언어들의 현학적 유희는 점점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그 무엇이었다. 소란에 지친 침묵을 밤새 묵혀 둔 채 조심스레 전하는 아침 인사, 또한 사랑이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다. -p. 99, ‘명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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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풍경은
기억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과 헤어진다. 사랑했던 사람과 멀어지고, 함께 걷던 길이 낯설어진다.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풍경들은 어느 날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김사윤의 시집 『가령, 이별』은 이러한 상실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떠나간 것들이 우리 안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를 묻는다. 낡은 상가주택, 석류나무가 있던 마당,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 아버지가 간직한 오래된 영사기까지. 시인은 철거를 앞둔 옛집을 찾았던 경험에서 출발해 유년의 골목길과 친구들, 젊었던 부모님의 모습, 잊고 지낸 사랑과 약속을 불러낸다. 이 기억들은 단순한 회상에 머물지 않는다. 사라진 것들의 빈자리를 응시하는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기도 하다. 시집의 중심에는 사랑과 이별이 있다. 시인은 시에 관계가 서서히 멀어지는 순간의 쓸쓸함과 헤어진 뒤에야 선명해지는 감정을 담아낸다. 그러나 시인은 이별을 사랑의 반대편에만 놓지 않는다. 떠나보내는 아픔 속에서도 상대를 향한 마음과 사랑의 흔적을 발견한다. 김사윤 시인의 『가령, 이별』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리움이다. 이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감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기억 속의 사람과 장소를 다시 불러내어 그곳에 남겨진 사랑과 상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살핀다. 이 시집에서 중요한 것은 떠난 사람을 붙잡는 일만이 아니다. 떠나간 존재를 기억하면서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시인은 사랑이 남긴 상처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 상처를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꾸려 한다. 『가령, 이별』은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는 시집이자,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시집이다. 이별이라는 말로 시작해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시편들은 독자에게 자신의 옛집과 오래된 이름, 그리고 미처 전하지 못한 안부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잃어버린 것들이 떠오르기 십상이다. 지켜내지 못한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내려 맨홀 뚜껑을 타닥타닥 두드리며 튀어 오른다. 잊지 말아야지. 침묵하지 말아야지. 외면하지 말아야지. 비겁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창밖을 내다본다. 소멸한 수많은 것들과 사람들이 이리저리 하늘로 날아오르는 망상妄想.”(「엄마, 어머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