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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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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평범한 책일까?
글을 읽으며 저자를 상상해본다. 아마도 저자는 퇴근 후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 기울이며 조금은 큰소리로 사람 사는 얘기 하는 것을 즐길 듯 하다. 평범한 한 현직교사가 그렇게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들 중에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겪은 일들만을 집중적으로 골라 그려내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뜨거운 책이다. 뜨거움의 특성이 그러하듯 차가운 이성이나 객관적이고도 냉정한 통찰을 원하는 점잖은(!) 사람에게는 이 책이 조금 버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차갑게 얼어 죽어가고 있는 교실 붕괴라는 단어에 대항하려면 이런 방법은 어떨까? 시각을 조금 바꿔보자. 교육문제에 대한 무슨무슨 박사들의 추상적이고도 고루한 설교들보다 훨씬 재미있는, 선생님이라는 권위의식은 애당초 갖고 있지 않았던 한 현직 교사의 너무나 솔직한 사실들과 주관적인 느낌들이다. 특히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 자잘하지만 강력한 에피소드들이 끝까지 유우머를 잃지 않고 끌어가는 그의 간결하고도 화끈한 문체로 쓰여져 있어 마지막 페이지를 수월이 넘기게 만든다. 학생들에게나 학부모들에게나 그 외의 독자들에게나 진지하지만 부담없이 학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이 이 책의 보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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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다 돌아온 남자아이가 전학을 위해 제 어머니와 함께 우리 학교를 찾아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전학 업무를 맡는 학적계 선생님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는 아이에게 한 선생님이 말을 건 게 화근이 되고 만 거다.
-얘야. 내일 학교에 올 때는 머리도 깎고 무스도 바르지 말고 오너라. 알겠지? -예. 착한 용모의 아이는 다소곳이 대답했는데, 그래서 만사형통은 아니더라도 그런 대로 설렁설렁 일이 풀려갈 뻔했는데 의자에 앉아 있던 아이의 어미가 그만 발끈한 것이다. -아니, 선생님. 미국에서 금방 온 아이에게 첫날부터 꼭 그렇게 말씀하셔야 되겠어요? 애가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도와주시지는 못할 망정 처음부터 기를 죽여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니 말을 꺼낸 선생님이 무안해서라도 다시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 pp. 171-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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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머리에서 저자는 '내일이면 개학인데 나는 학교엘 가기 싫구나. 도망가고 싶구나'라고 고백하고 있다.
새 봄, 새순이 움트는 3월 초, 개학을 앞둔 하루 전에 이 땅에 사는 한 교사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이 글이 거룩한 스승이나 엄한 훈장이 쓰는 덕담이나 교육론이 아닌, 매우 솔직한 '인간 교사'의 글임을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신의 품에 귀의한 성직자가 다시 밝아온 아침의 은총을 경배하는 예배를 갖기 전 화장실에서 중얼거릴 법한 소리지만, 저자는 이 글 내내 그렇게 교사이면서 교사가 아니고 싶은, 교사가 아니게 만드는 현실에 대해 탄식과 잔소리를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등을 돌리지는 않는다. 자식이 미워도 밥을 굶기지 않는 어미처럼. 이 책은 교육 에세이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실제 이 글은 윤지형 선생이 1999년부터 2000년 까지, 부산의 신흥 명문고인 양운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면서 겪은 일을 써 내려간 생생한 '교육 현장 일지'이다. 말하자면, 기왕의 덕담이나 계몽의 교육 에세이가 아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일인다역을 해치우는 버거운 한 인간으로 자신과 학교와 주변의 삶에 대해 솔직한 고백을 한 '일기'이고, 그렇기에 도대체 지금의 교사들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나직한 방백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모놀로그에서 그치지 않고, 퇴근길 선술집에서 들을 법한 넋두리이고 하고, 또한 동료 교사들에게 권하는 한 잔의 술이기도 하다. 물론 교육 행정과 정책 책임자들에게 주는 쓴소리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가슴 아픈 사건 하나 실려 있다. 간간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기도 하는 사건이지만, 일부 좋지 못한 교사가 행한 제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그것이다. 그 사건의 개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교육현실과 또한 그것을 얼렁뚱땅 처리해버리는 현실의 교육현장이 더욱 비참하다. 익명처리를 했지만, 부산지역에서는 상당한 문제를 일으킨 이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해결을 위해 앞장섰던 교사로서, 아픔을 당한 제자의 스승으로서, 참회의 마음으로 싣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실린 저자의 단막극 대본인 이 글은, 가히 풍자문학임을 보여준다. 그냥 '스승'으로 불리는 한 교사의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이지만, 등장인물들을 보면 그저 재미로만 보아 넘길 수는 없다.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총회장이 조문을 와서 서로의 권력과 아첨과 비리를 자랑하며 한바탕 고도리판을 벌인다. 어떤 얘기들이 오갔겠는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