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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부 | 민중 혹은 님으로부터 시와 역사의 협동적 창조 되찾은 ‘님’의 시간: 커먼즈로서의 한국시와 시비평 사실, 역사, 그리고 시 시인과 시민은 어떻게 만나는가 2부 | 시적 창조와 리얼리티 돌봄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 분열하는 감각 너머의 리얼리티 공동세계를 향한 시의 모험 ‘시적인 산문’이라는 평가에 대하여: 한강의 작품세계와 시 3부 | 커먼즈로서의 한국시 이별의 능력, 아니 큰 사랑: 김소월과 3·1 백석이 한국시에 남긴 몇몇 풍경: 2010년대 시들을 통해 역사 안에서 정직하게 시쓰기: 김수영이 남긴 유산 살아 있는 역사와 좋은 시의 언어: 신동엽론 기형도와 그의 시대 미래파가 남긴 과제 1 미래파가 남긴 과제 2 미래파가 남긴 과제 3 박상순 시 읽기의 몇가지 키워드: 변형 뒤에 숨은 서정 또는 서사 수록글 발표지면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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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시’를 부르는
나날의 정성과 공동의 싸움 비평은 물론 텍스트에 대한 성실한 독해에서 출발하지만, 성실한 독해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송종원 비평의 특색은 무엇보다 고도로 추상화된 시를 읽으면서 현실의 맥락을 개입시키는 점일 것이다. 이는 문학이 우리 삶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굳은 믿음에서 비롯한다. 송종원은 텍스트를 제대로 읽기 위해 삶의 문제, 사회의 문제, 누적된 역사의 문제를 불러들인다. 그의 비평을 읽노라면 시가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변용하는지, 그럼으로써 독자에게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어떤 것이 문제라는 인식은 필연적으로 그것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낳는다. 시는 그러한 움직임 가운데 가장 창조적인 추상이며, 그것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모순을 해소하려는 열망을 깨닫고 다른 가능성, 더 나은 세계를 꿈꿀 수 있다. 송종원은 시의 창조성이 세상과 역사를 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음을, 그 역도 가능함을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1, 2부는 두 차례의 촛불항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시가 발신한 언어들을 사회적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읽어내는 글들이 모였다. 「시와 역사의 협동적 창조」는 가깝게는 2024년 촛불혁명에서 발화된 집단적 열망을 “서로가 서로를 불러세워 춤추고 깨우는 역사의 무도”(36면)로 그린다. 이육사·심훈·김수영·신동엽에 보이는 ‘때’의 무르익음과 임박한 ‘때’에 대한 기다림의 감각을 진이정 시에서 발견하고, 백무산 시에서 자본주의 사회 속 주체성이 요청하는 구성원 각자의 정성과 공동의 싸움을 깨닫도록 이끈다. 이 대목에서 시인됨과 시민됨은 겹쳐지면서 넓어진다. 「되찾은 ‘님’의 시간」은 ‘시와 정치’ 논쟁 이래 시비평이 세계와 언어 사이의 괴리를 넓히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며, 인간의 과도한 특권을 반성하는 비인간 담론이 인간의 자리를 지워버리는 쪽으로 나아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소리의 유사성과 문자의 시각적 이미지를 앞세우던 이수명 시가 소비자본주의를 겨냥해 변모하는 지점을 짚고, 그의 「꿈에 네가 나왔다」를 박노해의 「시다의 꿈」에 겹쳐 읽는 대목은 “시 자체가 거대한 협동작업이라는 점”(50면)을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주목받은 ‘돌봄 중심의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을 생명을 보듬는 여성 시인들의 시 속에서 사유하고(「돌봄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 세련되어 보이는 시의 형식적 특질에서 현실 세계의 관계들을 변형, 변화시키는 시의 내재적 힘을 발견한다(「분열하는 감각 너머의 리얼리티」). 언제나 사실에서 출발하되 사회적 윤리를 사유하며 인간다운 삶과 접속하기를 희망하는 비평, 관계의 비평에 대한 지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글들이다. 현실의 이름으로 다시 읽어내는 시의 언어 한국시의 지평을 넓히는 창조적 모험 3부는 삶과 현실의 구체성을 바탕으로 관념화된 기존 시 해석을 뒤집는 새로운 시각과 전복의 독해를 선보인다. 「이별의 능력, 아니 큰 사랑」에서는 이별과 기다림의 대상인 김소월 시의 ‘님’을 3·1운동이 열어낸 시공간에 비추어 해석하고, 북방 정서와 고유어의 아름다움으로 집중 조명되어온 백석 시의 영향관계를 다각도로 살피면서 분단체제를 넘어서는 날 그의 기행시편을 이은 시들이 쏟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백석이 한국시에 남긴 몇몇 풍경」). 절망과 환멸의 정서로 대표되는 기형도 시의 신화성 이면에서 1980년대 노동시와의 접점을 발견하고 사회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기형도와 그의 시대」는 문학적 편향에서 시를 구출해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도로서 유의미하다. 박상순 시에 대한 기존의 정신분석학적·언어학적 분석을 넘어 “시인은 단어의 물질성을 통해 의미를 새롭게 구축하며, 아마도 그것은 시가 그린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을 것”(359면)이라는 진단은 그의 시에 대한 면밀한 재해석으로 이어져 박상순 시를 구체적 삶의 맥락에 자리 잡게 한다. 형식과 언어 모두에서 새로운 시로 각광받은 미래파 시와 그를 둘러싼 논쟁을 돌파해 김민정 시를 한국적 가족 이데올로기와 남성중심주의라는 현실에 잇대고, 황병승 시를 성정체성만 아니라 가족-가계에 대한 커밍아웃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비평적 균형을 잡는다. 시어의 의미와 소리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시의 형식 너머 현실과의 맥락을 기민하게 포착한다는 점에서 송종원의 비평은 창조적이다.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삶을 향한 큰 원(願)을 그리는 그의 창조적 모험은 한국시에 새롭고 너른 공간을 열어 보인다. 그곳은 우리 문학이 써내려온 ‘흐르는 말과 일어서는 삶’을 다시금 사유하기에 가장 걸맞은 자리일 것이다. 작가의 말 한국문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권의 책을 묶고 나니, 어느 시의 구절을 빌려 말하면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 하나가 머리 위에 얹어진 것만 같다. 이 양동이 하나는 앞으로 걸어갈 길의 부담이자 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국문학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촉각을 곤두세워 한국문학의 언어를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나르는 책임에 참여했다는 기쁨과도 연결되어 있다. 한국어로 쓰인 문학의 과거와 한국어로 쓰일 문학의 미래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비평가가 되겠다. 2026년 11월 송종원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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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원은 문학에 대하여 즐겁고 겸손하게 말하는 비평가이다. 그는 시인들과 함께 걸으려 하고 시인들과 서로 말길을 트려고 한다. 그는 시를 통해서 우리의 현실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비판한다. 비평가는 시인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비평가는 어떠한 시인에게도 자신의 언론자유를 유보하지 않아야 한다. 송종원의 비평은 문체보다 문제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형식보다 비전을 더 중요하게 다룬다. 생각하게 하고 논의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데 비평의 사명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한 시인의 꿈과 다른 시인의 꿈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다고 믿으며 시인의 실험과 창조에는 윤리적 진실을 향한 비전이 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가 적대와 연대의 의미에 대하여 고민하고 녹색노동과 돌봄노동, 신념의 공동체와 투쟁하는 여성상에 대하여 탐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소월과 3·1운동의 관계를 추적하고 백석 시와 2010년 이후의 시의 연관성을 해명하고 박상순의 실험시에 내재하는 서사성을 해석하고 미래파 시의 위상과 한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역사적 현재와 역사적 근접미래에 대한 송종원의 탐색은 한국 역사주의 비평의 최전선에서 전진하는 창조적 모험이다. - 김인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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