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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기억 ─ 잃어버린 시간들 프롤로그. 9월 보름, 여덟 분을 모시는 날 1장. 열다섯, 제주로 가는 배 위에서 2장. 절에서 보낸 시간들 제2부. 시작 ─ 우리가 모시기로 했다 3장. 아내의 한 마디 4장. 처음 차려보는 제사상 5장. 10년의 서툰 정성 제3부. 만남 ─ 원주의 어느 절에서 6장. 스님의 질문 7장. 사대봉사(四代奉祀)를 모셔야 한다는 말 8장. 동사무소에서 만난 이름들 9장. 사람으로 산다는 것 ─큰스님의 세 가지 당부 제4부. 세움 ─ 일곱 분을 모실 곳 10장. 나무 사람과 돌함 11장. 용인 백암면, 그 묘터 12장. 음력 9월 보름, 모듬제 제5부. 뿌리 ─ 38대의 발견 13장. 오래된 족보를 다시 펼치다 14장. 가승보를 만들기로 하다 15장. 5대 종손이라는 이름 제6부. 이어감 ─ 그리고 이 책을 쓰는 이유 16장. 제사를 지낸다는 것의 의미 17장. 아들과 손녀들에게 에필로그. 다시, 9월 보름 제7부. 보내는 법 ─ 장례라는 또 하나의 의식 18장. 임종에서 발인까지 ─사흘의 시간 19장. 가족묘로 모시는 날 ─네 단계의 제 20장. 살아 남은 자의 시간 ─삼우제와 49재 21장. 두 분을 보내드리며 ─어머니와 제수씨 제8부. 모시는 법 ─ 우리 집 제사의 실제 들어가며 22장. 우리 집 제사 매뉴얼 ─ 십여 년의 손길로 다듬어진 것 23장. 제사상 차리는 법 ─정성을 담아 차리는 방식 24장. 제사 지내는 순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흐름 25장. 축문 ─살아 있는 한 통의 편지 26장. 시제(時祭) ─ 제사 장소가 바뀔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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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제사 사이에서
나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IT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 내가 걸어온 길은 늘 같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그것을 익혔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왔다. 한 시대의 끝자락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그다음 시대의 첫머리에 서는 사람. 그것이 내가 평생 지켜 온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이, 제사에 대한 책을 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솔직히 나조차도 한동안 그러했다. 우리 사회 어디를 둘러보아도, 제사는 옛것이고 낡은 사고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 시대에 뒤처진 일,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일, 점점 사라져 가는 일, 그렇게 여겨지는 것이 제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의 한가운데에서 사업을 일구어 온 사람이, 가장 옛것에 속하는 그 일에 손을 댄다는 것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한 번 차분히 읽어 보시면,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지실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 집만의 제사를 만들어가는 이십여 년의 시간에서, 나와 아내, 두 아들과 며느리들, 그리고 어린 손녀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족 모두가 한 번씩 새롭게 태어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끊어졌던 우리 집안의 한 줄을 다시 잇던 순간. 한 번도 뵙지 못한 윗대 어른들의 성함을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 가족묘를 세우고 일곱 분을 한곳에 모시던 날. 매년 음력 9월 보름이면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함께 모이는 날. 큰아들이 잔을 올리던 모습이 두 손녀가 어색하게 절을 따라 하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시간. 그 하나하나의 순간 속에서, 우리 가족은 깊은 뿌리를 차곡차곡 내려왔다. 한 집안이 어떻게 무너진 뿌리를 다시 세워가는지를, 나는 이십여 년의 시간 동안 두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거창한 책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도 아니다. 한 집안이 다시 뿌리를 내린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일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었는지를, 한 사람의 종손이자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차근차근 풀어둔 책이다. 이 책을 손에 드신 분들은 가볍게 한 번 쭉 읽어 보시기를 청한다. 그리고 한 가지, 제사를 지낸다는 일이 단지 낡고 고루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한 가족이 자기 뿌리를 다시 발견하고 서로의 역할을 새롭게 익혀가는 깊은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함께 느껴 주실 수 있다면, 이 책을 쓴 한 사람의 마음으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 뿌리내리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가장 깊이 전하고 싶은 한 가지 마음이다. 삼척 진씨 어모공파 38대, 목포 온금동 문중 5대 종손 진 교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