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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4
제1부/13 제2부/95 제3부/165 제4부/235 제5부/347 제6부/437 제7부/509 에밀 졸라 연보/612 |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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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소리를 내는 수증기음에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녀는 문을 닫고 서둘러 뛰어갔다. 물이 끓어 넘치며 불이 꺼지려 했다. 남은 커피는 없었고 그녀는 어젯밤에 먹었던 커피 찌꺼기에 물을 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커피 주전자에 흑설탕을 넣었다. 바로 그때 아버지, 오빠, 동생이 내려왔다.
“제기랄!” 자카리는 자신의 그릇 속에 코를 대면서 말했다. “한 입거리니 먹는데 힘들지 않겠군!” “그래도 뜨거우니 괜찮네.” 마외는 체념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장랭은 타르틴 부스러기를 모아 수프에 담갔다. 커피를 마신 후 카트린은 양철 수통에 남은 커피를 마저 부었다. 네 사람 모두 일어선 채 연기를 내며 타는 촛불의 어두운 불빛 속에서 서둘러 커피를 삼켰다. --- p. 38 한 마디의 말도 오고 가지 않았다. 오직 탄맥을 때리는 불규칙하고 둔탁한 곡괭이질 소리만이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탁하게 울려 댔지만 움직이지 않는 공기 속에서 어떠한 반향음도 내지 못했다. 칠흑의 어둠은 미지의 암흑 속에서 날리는 석탄가루로 더욱 두터워졌고, 가스는 눈꺼풀을 짓누르며 어둠을 무겁게 하는 듯했다. 쇠그물 갓밑은 램프 심지에 붉게 달아있었다. 아무 것도 분간할 수 없었고, 열려진 갱은 평평하고 비스듬히 기운 커다란 굴뚝처럼 위를 향해 올라갔다. 이곳의 깊고 깊은 밤은 10년 겨울 동안 쌓인 그을음이리라. 유령의 형상들이 이곳을 휘젓고 다녔고, 흐릿한 불빛에 둥근 엉덩이와 마디진 팔, 범죄형 같은 난폭하고 지저분한 얼굴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종종 석탄 덩어리가 벽면과 모서리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갑자기 수정처럼 빛나며 반짝였다. 그리고는 모든 것이 다시 암흑 속으로 떨어졌고, 채탄 곡괭이는 둔탁하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탄맥을 때렸다. 거기에는 헐떡거리는 숨소리와 답답함과 피곤함에 지친 투덜거림, 무거운 공기와 빗물처럼 떨어지는 지하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p. 57 침묵이 흘렀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자 그의 검은 눈은 망설임으로 흐릿해지며 고통의 상처를 잠시 느꼈고, 그는 아름답고 건강한 미지의 처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시선은 칠흑의 어둠 속에 잠긴 채로 있었다. 그리고 무겁고 숨 막히는 이 대지의 심연 속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다시 보았다.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예쁘고 건강했지만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그 뒤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또 그렇게 되었다. 그녀를 먹여주는 두 남자 사이에서 살면서 그들과 함께 타락해 술과 오물 속에서 뒹굴었다. 그것은 지옥이었다. 그가 그 거리를 떠올리자, 가게에 널려 있는 더러운 속옷이며 집안에 악취를 풍기는 술주정과 턱이 부서질 정도로 뺨을 맞았던 세세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 p.64p “큰일 났어. 저기서 어떤 사람이 보고 있어!” 이번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바로 에티엔이 가던 길을 계속가려고 결심한 것이었다. 어린애들은 벌떡 일어나 달아났고, 그는 경석장을 돌아 운하를 따라가면서 악동들의 호들갑을 즐겼다. 틀림없이 애들의 나이로는 너무나 이른 짓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들은 너무나 자주 그런 노골적인 짓들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붙잡아 매어두지 않는 한 그들을 다스릴 수가 없다. 그러나 내심 에티엔은 울적해졌다. --- p.155 에티엔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자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그 애는 매일 저녁 가고 싶은 곳에 갔잖아요! 뭐에 그렇게 빠진 거야? 자기 집이 빚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고, 결혼시켜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거야! 어때요? 그게 당연하잖아요. 딸도 일을 하니까 키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너무 착했어요, 그 애가 사내놈과 놀아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됐는데 말예요. 빌미를 주니까 계집애들이 더 그러는 거라고요.” 알지르는 머리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레노르와 앙리는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엄마의 화에 질려 나지막이 울어댔다. 엄마는 이제 그들의 불행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 p.233p 엔느보 씨는 그의 집무실 창 앞에 서서 마르시엔에서 점심 식사를 하러 떠나는 아내가 탄 사륜마차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차 문 옆에서 말을 타고 가는 네그렐을 잠시 눈으로 좇았다. 그리고 돌아와 조용히 책상에 앉았다. 자기 아내와 조카가 사라지자 집은 텅 비고 사람이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방금 마부는 아내를 데리고 마르시엔으로 떠났고, 새로 온 침녀하녀 로즈는 다섯 시까지 외출이었다. 그래서 집에는 실내화를 신고 방들을 어슬렁거리는 침실하인 이폴리트와 집주인이 저녁에 베풀 식사에 쓸 냄비들과 씨름하느라 새벽부터 바쁜 요리사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엔느보 씨에게도 사람 없는 이 적막한 집에서 온종일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홉 시경에 이 폴리트는 당사에르가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다고 알렸다. 사장은 그때서야 전날 밤 숲속에서 회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세부 내용은 너무나 뻔한 것이어서, 사장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파다하게 퍼진 그와 피에론과의 정사를 생각했다. --- p.401p 왼쪽, 오른쪽, 좀 더 먼 곳에 있는 밀밭, 산울타리, 어린 나무 아래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누군지 알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 드넓은 하늘에는 4월의 태양이 영광 속에 빛나며 생명을 분만하는 대지를 덥혀주고 있었다. 살찌우는 태내로부터 생명이 용솟음쳤다. 어린 싹들은 푸른 잎을 터뜨리고 있었고, 들판은 솟아오르는 풀들로 전율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씨앗들이 부풀어 오르고 몸을 길게 늘이며 평원에 틈을 냈고, 열과 빛에 대한 욕망으로 부산을 떨었다. 수액은 넘쳐흐르며 소곤거리고, 싹트는 소리는 커다란 입맞춤으로 퍼져나갔다. 계속해서 점점 더 분명하게 마치 지면으로 다가오듯이 동료들은 대지를 두드리고 있었다. 불붙은 햇살에, 이 젊은 아침나절에, 이 북적거림으로 들판은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싹트고 있었다. --- p.611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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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제르미날』은 여전히 충격적인 책이다. 그리고 오늘날에 있어서조차 이 책은 그 의의와 시기적 적절성을 조금도 잃지 않고 있다. 이 책 속에는 고전이 되어 마땅하고 또 시화집에 넣어서 마땅한 대목들이 있다. 모범적으로 명석하고 간명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변화 시대의 초기에 있어서의 제4계급의 상황과 각성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_ 에리히 아우어바흐(문학사가) “에밀 졸라는 검은색에 색채를 입힌 유일한 작가다.” _위스망스(소설가) “『제르미날』을 보내줘서 고마워. 편지를 쓰는 지금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어”_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에밀 졸라는 거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으며, 노동자계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많은 소설의 문을 열었다.” _앙리에트 프시샤리(철학교수) “『제르미날』은 곧 민중의 이야기다. 조금도 미화되지 않은 탄광의 민중을 이야기하고 있다.” _ 조르주 몽토르괴유(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