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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 4부 5부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
Emile Zola,Emile Edouard Charles Antoine 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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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은 시키는 대로 했다. 의사는 잔의 가슴에 귀를 대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의 뺨이 여인의 드러난 어깨를 스쳤다. 아이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머니의 심장이 뛰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몸을 일으키자 그의 숨결이 엘렌의 숨결과 섞였다.
--- p.18 엘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그러나 있는 대로 움직이던 그네는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엘렌을 높이 밀어 올리면서 규칙적인 진동을 계속했다. 의사는 놀라움과 매혹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햇살 가득한 봄날,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고대의 조각상처럼 장엄하고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했다. 그러나 그녀는 흥분한 듯했다. 그녀가 갑자기 그네에서 뛰어내렸다. --- p.69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녀가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내부에서 울리는 그 말은 그녀를 놀라게 하고 미소 짓게 했다. --- p.74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렇다, 그녀는 아이를 사랑했다. 이제까지 나의 삶을 채워온 이 커다란 사랑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부드럽고 고요하고, 어떠한 권태도 스며들 수 없는 이 영원한 사랑으로 충분했다. 자신을 딸과 갈라놓으려는 위협적인 생각을 물리치려는 것처럼 그녀는 아이를 더욱 꼭 껴안았다. --- p.82 그녀와 그 남자 사이에는 숨겨진 감정, 이 세상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이라서 더욱 달콤한 무엇이 있음을 그녀는 이제 인정했다. 그러나 정숙함에 흠가는 일 없이 그녀는 평화롭게 비밀을 간직했다. 왜냐하면 그 속에 아무런 악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에게 얼마나 잘하는가! 그가 뤼시앵을 잡고 팔짝팔짝 뛰어오르게 하거나 쥘리에트에게 입을 맞추면 그녀는 그가 더 좋아졌다. --- p.12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깨를 스치는 열기를 느꼈고, 목소리를 들었다. “사랑하오……. 사랑하오…….” 그녀가 있는 힘껏 그 영상을 쫓아내면 멀리서부터 그것이 다시 떠올라 점점 부풀었다. 또다시 앙리였다. 그는 같은 말을 하며 식당으로 쫓아왔다. “사랑하오……. 사랑하오…….” 그 말의 반복이 그녀 안에서 종소리처럼 낭랑하게 울렸다. 전신을 뒤흔드는 그 말밖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가슴을 찢어놓았다. 남자가 그것을 무자비하게 내뱉지 않았을 때의 다정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 p.153 그녀는 타락을 부정해 왔었다. 그리고 발에 돌부리 하나 걸리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으리라고 우둔하게 믿는 허영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오늘 그녀에게는 타락이 필요했다. 그녀는 당장, 그리고 심각한 타락을 바랐다. 모든 반항심이 그 절대적인 욕망과 손을 잡았다. 오! 포옹 속에 꺼져버리리라. 경험해 보지 못했던 모든 것을 한순간이라도 누리리라! --- p.157 마음 깊은 곳에서는 고통 그 자체에서조차 넘칠 듯한 기쁨이 올라왔다. 그녀는 자신의 죄가 소중했다. --- p.185 잠든 아이 옆에서,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이며 이렇게 붙어 앉아 평화롭게 나날을 보내는 것, 이것이 그들의 바람이었다. 아! 그것은 감미로운 정체 상태였다. 조용한 가운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며, 두 사람은 한없는 달콤함 속에서 오직 사랑과 영원을 느끼며 황홀해했다. --- p.208 아이는 자꾸 다짐을 받았다. “엄마, 행복해? 정말이야……? 확실해?” “물론이지……. 왜 내가 행복하지 않겠니?” 그러면 잔은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작은 팔로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아이는 말했다. 나는 엄마를 아주 사랑해. 그래서 엄마가 파리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였으면 좋겠어. --- p.220 먼저 떠나는 건 언제나 상대방이었다. 그것들은 망가지거나 떠나갔다. 요컨대 그들이 잘못 이었다. 그런데 왜 그럴까? 나는 변한 적이 없는데. 나는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평생 사랑하는데. (…) 사람들이란 언젠가는 떠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제 갈 길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볼 수도 없고 더 이상 사랑할 수도 없으리라. 아이는 우수에 잠긴 넓은 파리를 바라보며, 열두 살짜리의 정념으로 예감하게 된 존재의 잔인함에 싸늘해졌다. --- p.330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재워주길 바라지 않았다. 다시 기침 발작이 일어나 목이 아파왔다. 아이는 이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소리를 죽였다. 기침 발작이 차츰 사그라들었고, 어머니는 알아채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아이는 눈을 뜨고 있었다. 곰곰 생각한 끝에 이러다가 신음 소리도 없이 죽으리라는 것을 불현듯 깨달은 듯했다. --- p.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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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의 역사로 시대 전체를 해부한 졸라
그 거대한 연작 속에서 발견된 가장 인간적인 내면의 기록, 『사랑의 한 페이지』 “그녀는 자신의 죄가 소중했다.”(본문) 에밀 졸라는 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사회 구조와 환경, 유전적 조건이 한 인간의 성격과 운명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냉정한 관찰로 기록했다. ‘루공 마카르 청소’가 바로 그 관찰의 기록으로, 한 집안의 혈통을 따라 제2제정기의 프랑스 사회 전체를 해부하듯 보여준다. 부르주아 가정의 사교계부터 도시 빈민의 거친 생활, 성직자와 정치인의 위선, 병증의 유전, 산업 노동자의 투쟁까지 모든 계층과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 안에서 맞물리면서 졸라는 한 세계를 창조해 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졸라는 인간을 낭만적 주체가 아닌 복잡한 조건들의 총합으로 바라보고, 그 조건들이 일으키는 갈등과 욕망, 비극과 희망을 사실적인 언어로 압축해 냈다. 루공 마카르 총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문화를 통째로 경험하는 동시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내부 구조를 해부하듯 들여다보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이 연작의 여덟 번째 작품이 『사랑의 한 페이지』다. 『사랑의 한 페이지』는 루공 마카르 총서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조용하고 내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사랑’ 이야기다. 졸라가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 대신 인간 감정의 미묘한 떨림에 집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총서의 다른 작품들이 거대한 산업, 빈곤, 계급 갈등 같은 외부 세계의 충돌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축했다면, 이 소설은 그 초점을 좁혀 파리의 한 언덕 위에서 살아가는 한 미망인과 그녀의 병약한 딸, 그리고 한 의사의 관계에 온전히 집중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감정소설이 아니다. 루공 마카르 가문의 계보 속에서 이어지는 신경질적 기질과 유전적 요인이 아이 ‘잔’의 병약함과 엄마를 향한 질투, 정서적 불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연작의 전체 구조 안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시 말해 『사랑의 한 페이지』는 사회적 현실을 다루는 졸라의 전작들과 결을 달리하면서도, 인간 내면과 유전이라는 연작의 근간을 잇는 독특한 한 권으로 자리하게 된다. 졸라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을 탐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하거나 구원하는지 보여주는 드문 작품이다. 아름다운 미망인 엘렌, 집안의 광기를 물려받은 딸과 황홀한 사랑을 선사해준 남자 사이 비극의 삼각 지대에 서다 “오늘 그녀에게는 타락이 필요했다. 그녀는 당장, 그리고 심각한 타락을 바랐다.”(본문) 소설은 남편을 잃은 뒤 파리의 구석진 언덕 위에서 딸 잔과 함께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미망인 엘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잔은 병약하고 신경질적인 기질을 타고나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불안해하며, 발작이 찾아올 때면 밤낮이 뒤바뀐 듯한 긴장과 공포가 집 안을 뒤덮는다. 어느 날 밤 잔이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 엘렌의 집에 세를 내준 젊은 의사 앙리가 급히 찾아와 아이를 치료하게 된다. 결국 의사는 아이가 낫기까지 아이의 엄마인 엘렌과 고요와 긴장 속에서 밤새 아이의 곁을 지키고, 그 과정에서 엘렌과 의사 사이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이 서서히 싹 틔우기 시작한다. 숨을 헐떡이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루어진 이 첫 만남은 이후 세 사람의 위태롭고 병적인 관계를 규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엘렌은 의사에게서 남편을 떠나보낸 후로 잊고 살았던 안정감과 설렘을 느끼고, 의사는 엘렌의 침착함과 고요한 기품 안에 숨겨진 정열의 온도를 감지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어머니의 마음에 생겨나는 이 변화를 직감적으로 느끼며, 자신에게만 향해온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점점 강하게 휩싸이고 만다. 『사랑의 한 페이지』가 단순히 ‘로맨스’ 장르로 치부될 수 없는 이유는, 엘렌과 의사 사이에 피어난 사랑과 정열이 잔이라는 아이를 중심으로 기묘하게 뒤엉키기 때문이다. 아이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질투로 인한 발작은 어머니와 의사의 관계를 격동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한순간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아픈 아이를 겨우 잠재우고 방의 한구석에서 은밀히 나누는 사랑의 밀담은 어머니 엘렌에게 비할 데 없는 관능을 선사하고, 아이는 그런 엄마의 변화를 서서히 알아차리며 압박해 오기 시작한다. 여기에 의사의 아내 쥘리에트와 그녀의 사교계 친구들, 그리고 파리 상류층의 가벼운 불륜 문화가 등장하면서 엘렌이 속한 세계와 의사가 속한 세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렇듯 에로스적 사랑과 모성, 질투와 죄책감이 하나의 매듭처럼 얽히며, 이 이야기는 로맨스, 미스터리, 코미디, 추리 등 다양한 장르를 분주히 오간다. 한 페이지의 사랑이 한 인생 전체를 다시 쓰기까지 『사랑의 한 페이지』는 거대한 사회적 서사 위에 구축된 루공 마카르 총서 중에서 가장 사적이고 조용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가장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한 여성의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사랑과 죄책감, 병든 아이가 느끼는 불안과 질투, 부르주아 사회의 가벼운 욕망과 빈민층의 절박함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은 곧 인간이 어떤 조건 속에서 사랑하고 흔들리고 무너지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졸라는 이 소설에서 비극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파리의 빛과 바람, 고지대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 아픈 아이가 누워 있는 푸른 방의 정적 같은 일상의 장면 속에 감정의 균열이 조용히 스며들게 만든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소리 없이 시작해 서서히 무게를 늘려가며, 결국 독자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사랑의 한 페이지』는 한 집안의 유전적 역사라는 거대한 기획 안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다시 쓰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책을 덮고 나면, 사랑이 누구에게 어떤 모양으로 찾아오는가, 그리고 한 페이지의 사랑이 어떤 대가를 남기는가, 라는 질문이 잔향처럼 오래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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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 같은 인물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500년이 필요하다.” - 마크 트웨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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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머니라면 딸에게 『사랑의 한 페이지』를 읽으라고 권하진 않겠소.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도 그 소설은 나를 설레게 하고 흥분시켰소.” - 구스타브 플로베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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