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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등장인물 본편: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정병수 영원한 훈련병 죄와 벌 외전: 말년병장 영창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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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근 일병 사건 이후 31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다고 군대가 바뀌겠냐?” “그럼! 바뀌면 그게 군댄가?” 1984년 군에서 사망한 허원근 일병 사건이 올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 9월,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족의 소송에 대법원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타살에서 자살로, 다시 의문사로. 30년간 논란이 계속된 이 사건은 결국 이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0명 이상의 군인이 군 부대 내에서 사망한다. 2014년 세상을 들썩이게 한 윤일병의 죽음 또한 선임들의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가 원인이었다. 군대 내 사망사고가 조금씩 줄어가고 있는 추세이고 군대 문화는 조금씩 선진하고 있다지만, 허일병의 죽음에서 윤일병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30년의 세월 동안 군대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작가가 군인 시절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장 최근의 내무반 풍경을 그려냈다. ‘군기를 잡기 위해’ 선임이 후임을 괴롭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에게 폭력은 더 가혹해지며, 군대 내 사건 사고들은 간부들에 의해 은폐되고 축소된다. 이 만화를 읽은 중년 남성들은 말한다. “우리 때랑 어떻게 바뀐 게 하나도 없냐...”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계속되어온 질문이자 멈추지 않고 제기되어야 할 메시지이다. 해학과 풍자, 패러디가 가득한 씁쓸한 웃음 “부적응자, 낙오자, 관심병사 새끼들, 그런 애들한테 기수열외는 당연한 거야.” 남들보다 행동은 두 배 느리고 눈치는 ‘더럽게’ 없는 이병 정병수. 아침 구보 시간에 쓰러지며 ‘정병수 낙오열전’의 화려한 문을 연 그는 자대 배치 이틀 만에 관심병사로 등록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선임들의 괴롭힘은 점점 심해지고 처음에는 정병수와 서로 의지하던 이병 기두식 또한 동기 하나 때문에 군 생활이 꼬였다는 이유로 정병수 기수열외에 가담하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1소대를 들썩이게 하는 정병수는 과연 무사히 전역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에 등장하는 관심병사 정병수는 사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조용하고 허약한’ 이미지의 왕따는 아니다. 정병수는 불성실한 자세로 소대에 피해를 주고 뻔뻔한 대응으로 모두를 황당하게 하는 고문관에 가깝다. 어느 집단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어리숙하고 눈치 없는 유형. 작가는 이런 부적응자가 집단에서 어떻게 당연하듯 소외되는지, 그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폭력과 폭언에 무감해지는지를 묘사한다. 끝내 누군가 죽음에 이르러도, 혹은 누군가 처벌을 받아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군대의 ‘시스템’에 관한 솔직한 체험담. 어쩔 수 없이 순응한 그 ‘시스템’을 향해 작가가 느꼈던 환멸, 정당화, 긍정, 회의 등의 복잡한 감정이 한 편의 만화에 모두 담겨 있다. 코믹한 그림체, 생생한 대사와 패러디는 웃고 나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 만화는 저의 부끄러운 무용담입니다. 이렇게 살아서 이렇게 살아남았다고.” 주말 저녁, 군대 예능을 시청하노라면 군대란 그래도 갈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하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힘든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나누는 전우애는 아주 감동적이다. 그렇다. 어쨌든 군대에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고,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국방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예능을 마냥 즐겁게 볼 수 있는 군필자가 과연 있을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우리 때는 더 빡셌어.’로 시작되는 ‘군대부심’ 무용담이 아니다. 이제 젊은 군필자가 부끄러운 마음으로 꺼내놓는 진짜 무용담을 들을 차례이다. 부조리는 지켜야 할 것이 결코 아니지만, 그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것에 순응해야 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대한민국 청년들은 비겁한 생존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비겁함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끄러운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이 만화는 저의 부끄러운 무용담입니다. 이렇게 살아서 이렇게 살아남았다고.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