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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픈 모기
지워진 이름 풍경과 시간 짧은 생각 슬픈 모기 암호시대 세월의 양지 시간의 춤 가을비 까발려진 성 가려진 성 2. 매산리의 대바람 소리 내 마음의 캔버스 예술과 풍토 맨해튼의 초승달 매산리의 대바람 소리 변시지와 모딜리아니 3. 갇힌 자유 A+와 F 그리운 노년 민주연습 대학 속의 솟을대문 '특수'재능보유자으 '무단'입학 우상을 위하여 조치원 북악산 갇힌 자유 제 이름과 비린 이름 우리 생각 남의 말 대학신문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4. 뿔 달린 암사슴 뿔 달린 암사슴 작가의 집 『미메시스』의 감동 창작과 비평 저널리즘과 소설 예술과 외설 박제된 문학 문학적 실천과 실천적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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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책은 우리에게 생성과 소멸 혹은 시간의 순환 원리를 가르쳐 주지만, 그것은 이처럼 우리들의 삶의 열락과 슬픔의 사연들에 따라 비밀스런 은유로 돌변하는 것이다. 지상에 내리는 안개와 그 사이에 낮게 엎드린 집들을 둘러싸고 있는 복숭아나무의 행렬은 이 도시가 연출하고 있는 작은 평화의 한 장면이다. 나는 그때마다 이 작은 도시에서의 배회와 몽상이 그 풍경과 어울려 있고 그것들이 합치되는 소중한 시간에 도달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물론 그 풍경들은 우리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양해지는 것인데, 관찰자인 우리들의 오역(誤譯)만 없다면 결코 환상적이지도 않을 것이며, 역전 과일가게 앞에 나딩구는 포장지나 육교 난간의 조야한 페인트, 그리고 과수원 위의 구름의 갑작스런 이동은 모두 그대로 존재할 뿐 다른 것으로 가장되지도 미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풍경들은 그 자신 스스로 표현하게 하지 않는 한 '벙어리'에 불과하며 이 때문에 일단 자연은 예술보다 저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시의 풍경들은 보는 이의 번역에 따라 그 흐트러진 모습들은 하나의 형식을 갖추게 된다. 예술이 자연보다 더 구조적이라는 명제에 부합되는 이 순간들이야말로 이 작은 도시가 은유적 공간으로 변화하는 때이다. ---p.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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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의를 위해 매주 이삼 일 조치원을 오르내린다. 조치원은 광주에서 두 시간 반, 부산에서 세 시간 정도 '올라와'야 되고 서울에서는 120㎞, 기차로 80분,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를 '내려가'야 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조치원은 서울이나 부산 혹은 광주를 오르내리기 위해서 아니면, 청주나 대전을 가로지르기 위해 반드시 거치거나 스쳐지나가야 하는 곳이다. 이처럼 어디선가 올라오거나 내려와야 하는 과정 속의 지점, 지상의 모든 마을이 다 그러하겠지만 그러나 조치원만큼 그것을 적절히 간섭하고 있는 도시는 없다. 부산이나 광주는 서울을 그리워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 또한 부산이나 광주를 그리워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치원은 이 모든 거부와 포기의 중간 지점에 있다. 오르내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 작은 도시는 그리하여 그만한 거리만큼씩의 안타까움과 망설임이 엉거주춤 머물러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이곳이 좋을 때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밖에 안 걸리는 곳이라고 소개하지만 싫을 때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이는 전적으로 그들탓이 아니다. 서울이 우리들의 일상의 모든 욕망들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동'과 '바탕골 소극장'과 '롯데백화점', 그리고 '롬살롱'과 8학군'과 '잠실운동장'이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거리가 곧 문화적 거리임을 통속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거기에 있다. --- pp.1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