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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範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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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황태자였던 이은은 대한제국의 상징을 꺾어버리려는 세력과 그를 향한 민중들의 소리 없는 비원 사이에서 가시밭길 같은 삶을 살았다. 도망칠 수 없는 대한제국 황태자로서의 책무는 오랜 세월 그를 짓눌렀지만, 한편으론 긴 시간 동안 고난을 감내할 수 있던 힘이기도 했다.
해방 후에 그를 만난 한국인들은 50년 가까이 거의 일본에서만 생활했던 이은이 유창한 우리말을, 그것도 '우아한 궁중 용어'를 쓰는 데 경탄하곤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남몰래 우리말을 연습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다면 모국어를 잊지 않고 그렇게 유창하게 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9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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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황족이었던 이방자의 본명은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 그녀는 일제의 전략에 의해 어려서 조선의 황태자 이은과 결혼해 평생을 이방자로 살았다. 파란 많은 시기에 타국의 황태자비로 가는 일은 그녀에게도 가혹한 일이었지만, 나라를 빼앗긴 설움으로 가득했던 조선인들에게 이방자는 망국의 상징일 뿐이었다. 민중들은 그녀를 대한제국의 대를 끊기 위해 일제가 보낸 석녀로 몰아갔다. 이방자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조선 민중들의 불만과 일본 황족들의 미묘한 시선을 견디는 와중에 큰아들의 죽음과 두 차례의 유산을 겪었다. 끝없이 이어진 불행은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침대를 떠날 수조차 없었던 남편과 환국한 뒤, 이방자는 홀로 복지사업에 힘을 쏟았다. 장애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한일 양국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감내해야 했고, 그녀가 눈을 감는 날까지 이방자를 둘러싼 수선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방자는 자신과 이은의 일생이 이방자는 자신과 이은의 일생이 “한일문제를 배경으로 한 파란에 충만된 드라마”였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그리고 이은과 함께 처음 환국할 때 “아! 마침내 파란만장한 여로가 끝이 났구나!”라고 감회에 젖은 듯 쓰고 있다. --14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