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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 |
Su Tong,蘇童,본명 : 童忠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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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렌은 벌떡 일어나 천줘첸의 목을 붙잡았다.
“나리,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줘요. 난 귀여워해줄 사람이 없어요. 나리가 날 귀여워해줘요.” “당신이 이런 꼴인데 어떻게 귀여워해준단 말인가? 차라리 개를 귀여워해주는 게 낫지.” 쑹렌이 술에 취했다는 소식을 듣고 위루가 달려왔다. 문가에서 아미타불을 몇 번 외고 들이닥친 그녀가 천줘첸에게서 쑹렌을 떼어냈다. 위루는 쑹렌을 누르고 그녀의 입에 약을 집어넣으려 했지만, 그만 그녀에게 밀려 몸을 휘청거렸다. 천줘첸이 쑹렌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쑹렌은 그의 품속에서 축 늘어져 웅얼거렸다. “나리, 가지 말아요. 오늘은 뭐든지 다 해드릴게요. 만지라면 만지고 핥으라면 핥을 테니 제발 가지만 말아요.” ---「처첩성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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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경험이 있어. 두 번이나 이혼해봤거든. 이건 생사를 건 결투야. 잘못하면 양쪽 다 다칠 수도 있어. 자네, 그거 알아? 나도 전처한테 고환 한쪽을 붙잡혀서 아직도 날만 궂으면 은근히 통증이 있다고.”
“저는 오래 못 버틸 것 같아요. 지칠 대로 지쳤어요. 뇌수와 심장, 피부까지 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양보는 입술을 깨물고 허공을 움켜잡는 시늉을 했다. “머리를 쓰라고, 머리를.” 라오진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전처는 그때 하마터면 미칠 뻔했어. 나도 꽤나 무서웠지. 그래서 내가 무슨 수를 썼는지 알아? 내가 먼저 미쳐버렸어. 전처가 정말 미치기 전에 먼저 미쳐버렸지. 매일 집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웃다 울다 했지. 전처 치마를 입고 거리에 뛰쳐나가 자동차 앞으로 달려들기도 하고. 내가 먼저 미치니까 그녀는 미치지 않더라고. 하루하루 냉정을 되찾더니 결국 이혼 수속에 합의했지.” ---「이혼지침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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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쑤퉁의 문학을 만난다!
중국의 대표 작가인 쑤퉁(蘇童)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쑤퉁은 현재 중국 문단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중국 문학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수십 년간 억압받다가 1970년대 말, 80년대 초부터 되살아났고,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숙하기 시작했다. 1983년에 등단한 쑤퉁은 같은 해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위화(余華,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와 함께 중국 문단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 제3세대 문학의 대표자’로 불리며 중국 문학의 발전을 이루었고, 90년대 이후 자신의 작품 세계를 더더욱 성숙시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아주주간》이 중국, 홍콩, 대만의 문학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20세기 중국 문학 베스트 100’을 발표했을 때는, 그의 작품이 당당히 선정되어 쑤퉁이 루쉰(魯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대가임이 입증되었다. 쑤퉁은 중국 내에서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대표 소설가로서 위화보다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지에서도 작품을 출간해 호평을 받았다. 아직 중국의 문학작품이 많이 소개되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모옌(莫言,『붉은 수수밭』의 저자)-쑤퉁-위화를 삼두마차로 기억하며 그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쑤퉁은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문학 전공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1991년 장이모우(張藝謨) 감독이 그의 작품 「처첩성군」을 〈홍등〉으로 영화화한 후에는 많은 이들이 중국어 원본을 구해 읽으려 했고, 엉성하게 번역한 해적판이 나돌기도 했다. 기발한 발상과 넘치는 해학,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한 진정성 『이혼 지침서』는 쑤퉁의 문학을 국내 최초로 정식 계약, 소개하는 책으로, 그의 대표작 세 편이 담겨 있다. 네 명의 처첩을 둔 천씨 가문을 무대로 축첩제도의 현실과 그 속에서의 여성의 정체성의 변화를 담은 「처첩성군(妻妾成群)」, 이혼을 매개로 하여 무기력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이혼 지침서(離婚指南)」, 전쟁터가 된 마을에서 바보 소년과 떠돌이 소녀가 나눈 짧은 사랑을 서정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게 풀어낸 「등불 세 개(三盞燈)」가 수록되어 있다. 쑤퉁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과 사회성을 겸비하고 있으면서도, 강한 정치성이나 국수주의적 성격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일상, 약자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집안이 몰락하여 중늙은이의 첩이 된 「처첩성군」의 여주인공, 가정과 사회 어디에서도 설 곳을 찾지 못하는 「이혼 지침서」의 소시민, 「등불 세 개」의 부모 없는 바보 등 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모자라고, 기댈 곳 없는 존재들이다. 다른 등장인물들 또한 첩, 동성애자, 먹고살기 위해 학문적 신념을 버린 수박 장수, 조직의 부속물인 회사원, ‘가정’이라는 허울 아래에서 존재가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주부, 이름 없는 병사 등 모두 평범하고 소외된 자들이다. 또한 쑤퉁은 항상 역사적 배경을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시대 상황과 사건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거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개성 있는 캐릭터, 생동감 넘치는 묘사,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속에 어디선가 있었을 법하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때로는 서정적이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더 큰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작품들이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거기에 덧붙여 탄탄한 구성력 위에 기발한 발상, 넘치는 해학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이야기’가 가질 수 있는 최고치의 재미와 상상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책, 『이혼 지침서』는 쑤퉁의 대표작들 가운데에서 우리 독자들이 가장 매력을 느낄 만한 세 작품을 선별해서 엮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출간을 통해 독자들은 쑤퉁 문학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에서 중국 문학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쑤퉁의 다른 대표 작품들은 이후 도서출판 아고라에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