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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전쟁의 문화사
양장
청어람미디어 200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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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핏속에 각인되어 계승되다
: 고전고대 그리스의 역사적 전투와 서구의 전쟁 방식
2장. 교묘한 전쟁
: 고대 중국과 인도의 전쟁 관련 문헌
3장. 기사도와 기병대 초토화작전
: 중세 유럽의 전쟁에 나타난 이상과 현실, 그리고 완벽한 모형
4장. 선형 전술
: 전투에 대한 계몽주의 시대의 이미지와 이상
5장. 피정복민의 승리
: 세포이군대의 고유한 특성
6장. 아우스터리츠의 태양
: 19세기 유럽에서의 결전에 대한 낭만주의적 관점
7장. 무자비한 전투
: 태평양전쟁에서의 인종문제와 군사문화
8장. 운하를 도하하며
: 10월전쟁에서 나타난 이집트군의 효율성과 군대문화
9장. 테러리즘에 대한 새로운 군사담론

저자 소개

저자 : 존 린 John A. Lynn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겸임교수로 있다.
현재 미국 군사사위원회 위원장이자 군사사학회 부회장.
저서로 『The Bayonets of the Republic: Motivation and Tactics in the Army of Revolutionary France, 1791-94』(1996), 『The French Wars 1667-1714: The Sun King at War』(2002) 등이 있다.
역자 : 이내주, 박일송
[이내주]
육군사관학교 제36기이며 영국 서식스 대학교 역사학 박사.
현 육군 대령이며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정교수, 영국사학회 편집이사.
「Industry, Education and the State: the Development of British Elites’ Perception of the Question of Trained Manpower 1918-1945」(박사학위 논문)를 비롯한 다수의 논문과 『세계문화사』, 『세계 각국 군 관련 연구기관』 등의 공저서, 『세계 육군 장교 교육』, 『조미니의 전쟁술』, 『진보와 보수의 영국사』, 『군수산업과 경제발전』 등의 역서가 있다.

[박일송]
육군사관학교 제44기이며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군사사학 박사.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조교수.
『세계전쟁사』, 『군사사상사』 등의 저서와 「한국전쟁과 육군의 발전」을 비롯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4월 3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780쪽 | 1280g | 148*210*40mm
ISBN13
9788989722878

줄거리

* 이 책에서 다뤄진 다양한 사례들

1장
고전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 사이의 전쟁에서 그리스의 중장보병들은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갑옷과 거대한 방패, 긴 창을 들고 여러 겹의 횡대로 늘어서서 럭비 스크럼 같은 대형(팔랑크스Phalanx)을 이룬 채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쟁 방식을 사용했다. 그들은 관례적인 협약에 의해 활과 화살 같은 원거리 무기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넓은 평원에 나아가 상대방 측이 충돌 채비를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 이는 ‘전쟁이란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라는 개념에 맞추어 현실의 전쟁 방식에 관례를 부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하나의 관례처럼 정해진 그리스 중장보병들의 전쟁 방식을 설명한 후, 결전decisive battle이 서구의 고유한 전쟁 방식이라 보는 핸슨 등의 시각에 비판을 가한다. 이와 같이 관례화된 전투는 이 시대가 전쟁 방식의 발전사에서 아직 초기였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일 뿐인지도 모르며, 서구에서도 로마 공화정의 붕괴 이후로 나폴레옹전쟁 때까지(즉, 공화정이 부활할 때까지) 시민군 사상의 맥이 끊겼다는 것이다.

2장
고대 중국과 인도의 군사문화를 설명한다. 이는 과연 고대 중국과 인도의 전쟁 방식이 ‘서구적 전쟁 방식’과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핸슨과 키건은 비서구적인 전쟁 방식을 서구적 전쟁 방식과 구별하여 정의한 바 있다. 서구적 전쟁 방식이 ‘결전’을 특징으로 하는 데 반해 동양의 전쟁 방식은 정면대결을 피하기, 시간 끌기, 우회적인 방법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고대 중국과 남아시아의 담론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서구의 전쟁 방식과 대비되는 ‘동양적’ 전쟁 방식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3장
중세 말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기사도에 대한 격조 높고 우아한 담론과 실제 전쟁에서 나타난 엄청난 야만성 사이의 차이를 고찰한다. 백년전쟁Hundred Years’ War 중에 자행된 기병대 초토화작전chevauchee에서 영국군은 프랑스 전역의 농촌과 도시들을 약탈하고 살인ㆍ강간을 저지른 후 불을 질러 모든 것을 초토화했다. 전쟁의 실제가 이렇게 야만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야만적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중세의 귀족계급은 전투에 대한 자신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마상시합이라는 인위적이지만 완벽한 형태의 전쟁을 고안해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폭력적인 것이었으므로, 교황은 유럽의 기독교도들 사이에 자행되는 실제 전쟁과 가짜 전쟁의 폭력을 외부로 분출시키기 위해, 완벽한 형태로 고안된 또 다른 유형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십자군 원정을 호소하였다. 이 장에서는 전쟁에 대한 담론과 전쟁의 실제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면밀하게 고찰된다.

4장
앙시앵레짐 시대(1661~1789)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당시의 전쟁 방식에서 미학과 스타일이 담당한 역할을 고찰한다. 이 시대에는 군복에서부터 전쟁 방식에 이르기까지 군대의 모든 관례에서 군사적 효율성보다 오히려 당대 유럽인의 미적ㆍ사상적 취향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횡대로 늘어서서 총을 쏘는 당시의 전쟁 방식은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인 동시에, 평민 출신의 병사들을 무시한 귀족계급 장교들의 편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이는 기술적ㆍ물질적인 요소들보다 오히려 개념적인 요소들이 제한전쟁의 방식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주장과 닿아 있다.

5장
유럽식 무기와 전술로 무장한 인도 원주민 군대, 즉 세포이sepoy의 군사문화를 통해 18세기 유럽의 군사제도와 관행이 인도로 이식된 양상을 고찰한다. 이제까지의 연구자들은 이 인도인 부대가 전장에서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서구의 군사 관행을 수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이 장에서는 세포이의 놀라운 전투력이 실은 남아시아 문화에 뿌리를 둔 동기부여에서 비롯되었음을 논증한다.

6장
클라우제비츠가 체계적으로 분석한 나폴레옹의 전쟁 방식을 당시의 낭만주의 철학ㆍ문학ㆍ예술 사조 사이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고찰한다. 클라우제비츠 역시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산물이며 그가 부활시킨 결전decisive battle의 개념은 나폴레옹에 한정시켜 적용할 수 있을 뿐, 그 밖의 시대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음을 논한다.

7장
태평양전쟁 당사자인 미ㆍ일 양국의 전쟁 수행에 인종적 편견이 미친 영향을 고찰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에 태평양전쟁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인으로 간주되어 온 인종적 편견이 실은 오늘날의 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덜 중요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일본의 군사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차이는 인종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었다. 또한 이 장에서는 원자폭탄 투하를 포함한 미국의 전쟁 교리와 전략이 인종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8장
1948~1967년에 벌어진 일련의 기동전에서 이집트군이 거듭 실패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집트의 군사문화를 고찰한다. 아랍 국가들의 군대가 가진 보편적 약점을 살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3년에 이집트군 사령관 이스마일 알리가 수에즈 운하를 건너 이스라엘 영토로 진격하는 데 성공한 원인을 고찰한다. 그는 자기 부대가 기동전을 수행하는 데 태생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밀하게 계획된 작전을 수립함으로써 이스라엘군의 초기 반격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즉, 그는 이집트군의 군사문화가 가진 약점을 해소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그 약점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보완할 작전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부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9장
9ㆍ11사건과 그 이후의 이라크전쟁까지를 다룬다. 이 장에서 저자는 군인들의 사고방식이 군대의 효율을 결정하는 가장 본질적 요소임을 강조하면서, 이슬람식의 극단적인 테러리즘이라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주제를 전쟁에 대한 담론 속에 포함시켜 ‘군대의 영역’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싸움은 전통적인 전투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테러리즘이라는 새로운 전투 방식이 전쟁의 하부단위로 분명하게 받아들여질 때 군대가 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됨을 말한다.

관련 자료

* 이 책의 특징

― 폭넓은 시공간에서 펼쳐진 다양한 전쟁들을 고찰

전쟁의 문화사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형태의 논문과 책이 나와 있다. 그러나 군사사에 대한 연구물들은 근대 이후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어서, 그보다 오래된 시대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책은 고대, 중세, 근대 초, 근대 말에 걸친 각 시기를 구분한 편성으로 시대적인 균형을 꾀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서구 세계만이 아니라 여러 대륙들을 연결지어 살피고 있다. 공간적으로 이 책의 각 장은, 유럽과 아메리카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지방의 사례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전 지역을 대상으로 수십 세기의 전쟁사를 다룬 이 책의 비교문화 작업이 가지는 가치는 남다르다고 하겠다.

이 책은 이렇게 폭넓은 시공간을 다룸으로써 다양한 정보와 논점,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오늘날 서구에서 유행하는 개념인 ‘서구적 전쟁 방식’이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기술결정론에 대한 반박,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고찰까지, 존 린은 역사적 지식이 과거에 대한 이해와 현재를 위한 시각 형성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 전쟁 방식에 대한 집중적 조명

또한 이 책은 문화적 방법론을 택하면서도 군사사가 다루어야 할 궁극적인 사실이 전투라는 것, 다시 말해 커다란 위험과 막대한 희생이 요구되는 전투임을 잊지 않고 있다. 전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은 연구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전쟁사를 군사제도의 사회사로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이 책은 전투에 대한 군인들의 반응, 즉 ‘전쟁 경험’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하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는가 하는 논의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지만, 저자는 전쟁 경험에만 관심을 집중하다가는 전투 및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서 멀어지기 쉽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쟁의 원인이 아니라 전쟁 방식을 다룬 책이다. 수많은 민족들, 국가들이 무력충돌을 어떻게 수행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투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전투에 참가한 자들로 하여금 특정한 전쟁 방식을 선택하게 만든 문화적 원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뚜렷이 하기 위해 각 장은 역사상의 구체적 전투에 대한 서술로 시작된다.

출판사 리뷰

독도 주변 해역의 측량 문제로 한ㆍ일 양국 간의 긴장이 높아졌던 지난 4월, 국내 웹상에서는 양국 해군의 전력 비교에 대한 글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고 또한 ‘참수리 고속정 100척으로 일본의 최신예 이지스함을 상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국방위원회 소속의 한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이 뜨거웠다.
우리 해경 경비정들이 독도 남쪽 30마일 해상에서 일본 조사선의 독도 접근에 대비한 기동훈련을 벌이고 있었을 당시, 일본 해상보안청은 해상자위대와 함께 독도 지척 거리에 있는 마이즈루에서 이지스함을 비롯한 호위함 20여 척, 4,000명의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작전훈련에 돌입해 있었다. 이 훈련에 동원된 전력은 해상자위대 전력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하며, 이는 우리 해군의 전력을 총동원해도 상대하기 힘든 무력시위였다고 한다.

한편, 서해교전 당시 갑작스런 공격을 당했던 우리 고속정의 수병들은 오른팔에 총상을 입자 왼팔로 응사하는 강력한 전투의지로 북한군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북한군은 이제껏 우리 병사들을 나약하게만 생각했던 터라 더욱 놀랐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독도 주변 해역에서 우리 해군과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에 있었던 것은, 낙후된 장비를 가진 북한 해군이 아니라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한 일본 해상자위대이다. 정신력으로 전력의 열세를 만회해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하물며 온갖 첨단장비들이 각축을 벌이는 현대의 전장에서는 더더욱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배틀Battle』은 전쟁을 문화적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다. 이 책은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문화사의 방법론을 군사적 문제에 그대로 적용해 본 단순한 시도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저자인 존 린은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일 뿐 아니라 미국 군사사위원회 위원장이자 군사사학회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군사통이다. 그는 전쟁이 ‘공허한 지적 유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엄연한 현실’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며, 더구나 이 책은 그가 “일리노이 대학교의 해병대 학생들과 콴티코의 해병대학교에” 바치는 책이다.
그 어떤 역사학자보다 전쟁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는 전쟁에 대한 기술결정론에 반대한다. 그는 오늘날 군사기술의 혁명과 군사혁신이라는 말이 군대에 최면을 걸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정신력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라는 식의 케케묵은 주장이 아니며, ‘모든 것은 문화의 문제다.’라는 관념론적 주장도 아니다. 기술적인 이점을 채택하고 확장시키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어떤 신형 무기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결정, 나아가 그것들을 통합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개념의 영역에 속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는 신기술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능력의 큰 부분이 그 나라의 군사문화에 달려 있으며, 군사문화는 그것을 포괄하는 사회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 ‘보편적 군인’이라는 환상과 기술 지상주의

저자는 이제껏 전쟁사를 서술한 이들이 무기와 전술을 논하면서 ‘보편적 군인’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해 왔다고 말한다. 군인들이란 모두 비슷한 존재이며, 그러므로 무기와 전술이 전쟁 방식과 양상, 승패를 결정한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면서 저자는 그 각각의 군인들이 고유한 군사문화와 사회문화 속에서 제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졌었음을 강조한다. 그들은 모두 전쟁에 대한 자기 사회의 담론에 따라 자신들의 전쟁 방식을 선택하고 역할을 습득했다.

저자는 전쟁 방식을 무기류와의 일대일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시각이 이제껏 전투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어 왔다고 비판한다. 전쟁 방식은 무기류 등 기술적인 요소에 의해 자동적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1850년 이후부터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무기류가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저자는 군사적 변화의 핵심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각국 군대가 그 기술과 관련해서 내린 선택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프랑스와 독일은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었음에도 전혀 다른 방식의 전차를 개발했다. 프랑스가 개발한 전차는, 길게 늘어진 전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면서 질서 있게 전투를 전개한다는 프랑스의 전쟁 개념에 적합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전차는 커다란 포를 장착하고 무거운 장갑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속도가 아주 느렸다. 이에 반해 독일의 전차는 오늘날 우리가 전격전이라고 부르는, 빠르게 이동하여 적진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는 전쟁 방식에 적합하게 제작되었다. 독일군의 전차는 경량의 대포와 장갑으로 무장하여 빨랐고, 무전교신 장치를 갖추어 다른 전차와 공조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은 동일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자가 가지고 있던 전쟁에 대한 담론과 일치하는 완전히 다른 무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즉, 독일군은 기계적인 측면이 아니라 개념적인 측면 때문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 개념과 현실 ― 전쟁에 대한 인식과 전쟁의 실제

저자는 이 책에서 개념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그는 우선 개별 문화가 전쟁을 인식하는 방식과 전쟁의 실제를 구별한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전쟁에 대한 담론은 전쟁의 실제가 전쟁에 대한 그 사회의 개념(전쟁이란 모름지기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개념)을 그대로 닮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하려 애쓴다. 실은 전쟁에 대한 담론이 전쟁의 현실에 맞추어져야 마땅하지만, 저자는 이 피드백이 늘 그렇게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컨대 한 사회가 전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상과 실제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고 실제를 개념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도 없는 경우에, 그 사회는 전쟁에 대한 자신의 담론과 더 잘 조화될 수 있는, 인위적이고 고도로 의례화된 유형의 군사적 행위를 창안해낼 수도 있다. 저자는 중세의 마상시합이나 근대 초기의 결투를 예로 든다.

다른 한편, 현실의 전쟁이 한 사회가 전쟁이나 군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개념과 충돌하여 전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경우에, 그 사회는 이를 전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적 담론을 만들어내어 더 극단적인 형태의 현실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적군의 행위가 지극히 야만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적군은 인도적 처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간주될 것이고, 그때부터는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 행해져도 문제 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사회문화와 군사문화의 관계에 주목한다. 예컨대 종교나 남성다움에 대한 통념 같은 사회문화의 여러 측면은 군사적인 면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군대는 사회문화로부터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구별되는 자체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군사문화’는, 군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어떤 군대가 전쟁과 전투에 대해 어떤 개념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까지 포괄한다.


* 이 책에서 우리는 군사문화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된다.

유격훈련과 행군에 대한 ‘추억’들은 군에 가서 한 축구 이야기와 함께 복학생들의 지겨운 단골 메뉴이기도 하지만, 군 생활에 대한 기억 중에 가장 큰 부분이 ‘삽질’이었다는 반농담은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군대는 훈련받은 방식대로 싸우게 되며, 훈련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군인들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군대는 군사문화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지. 지난 시대 범사회적인 문화를 형성했던 ‘군대문화’는 어느 정도 극복되었지만, 이제 우리의 사회문화 전반이 달라진 현실에서 우리의 군사문화 역시 소위 ‘군대문화’라고 일컬어지던 것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군사문화는 그 배경이 되는 사회문화와 별개의 것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군사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전쟁사와 문화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 땅의 군대에 애정을 가진 이들은 물론, 군에 대해 반감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가진 개념이 우리 군대의 모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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