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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오래전 사할린 섬 남쪽 끝에 있는 코르사코프*라는 곳에 갔을 때였다. 바닷가 작은 언덕, 나무 한 그루 없이 듬성듬성 나 있는 풀섶 위에 남루한 나무 벤치 하나가 놓여 있고, 동포 노인 한분이 앉아 고국을 향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듯 기묘했다. ‘저렇게 반세기를 앉아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다가가 그 분의 표정을 보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그저 멍해졌다. 상상과는 정반대로 그렇게 온화한 모습일 수가 없었다. 무엇이 그 분을 미소 짓게 했을까? 돌아온 나는 참담했고 한동안 자괴감에 빠졌다. 무엇인가 구하러 간 그곳에서 목격했던 상황들은 되레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어떤 곳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국 곳곳에 스며 있는 이웃들의 비원을 외면한 채, 그 사회가 추구한다고 하는 안정과 번영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어느 날 장산곶매가 코르사코프의 고적한 잿빛 하늘 아득히 먼 곳에서 찬 공기를 가르며 선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이 책을 한창 그리고 있던 중에도 이십여 년을 가깝게 지내던 팔순 노인 한분이 북녘에 가족을 둔 채 세상을 하직하였다. 혼자 살던 그 분은 평소 가족 이야기를 꺼렸고, 나는 조심스러워 잘 묻지도 못했다. 그러던 분이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그리운 정도가 아니오…….”였다. 지인과 함께 고향이 가까운 대동강에 유골을 뿌리면서 문득, 슬픔보다도 이 버젓한 세상에서 왜 가족이 서로 못 만나야 하는 지 ‘참 이상하다’는 단순한 생각이 복받쳤다. 이 책을 마무리할 즈음 기회가 되어 오랜만에 코르사코프에 다시 가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장엄하게 다가왔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망향의 동산’에서 육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지내는 망향제의 굿 소리를 뒤로 하고 아련히 빛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돌이의 다음 이야기를 꼭 그리게 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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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가족의 회귀와 화합을 염원하는 이야기
우리나라 그림책의 길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 류재수가 3여 년간의 준비 끝에 세상에 내놓는 <돌이와 장수매>, 이 책은 마을을 지켜주는 것으로 믿어졌던 장수매와 고기잡이 바닷길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염원하는 소년 돌이의 소통을 통해, 잃어버린 가족의 회귀와 화합을 염원하는 작가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장수매는 고향 땅을 떠나 낯선 곳에 둥지를 튼 동포들이 늘 그리워하는 형제의 얼굴이자, 바다 건너 실종된 조국 같은 아버지한테로 데려다 줄 구원의 사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마도 작가는 역사적 혹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인 여타의 문제로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상실되어가는 현실을 고뇌하며, 특히 사할린 동포나 탈북자 가정처럼 어쩔 수 없는 반쪽이 가정의 어린이를 위로하듯 <돌이와 장수매>를 그려냈으리라. 그래서인지, <돌이와 장수매>의 첫 장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여밀 때까지, 소박하고 잔잔하게 그려진 우리네 산과 하늘, 바다,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류재수 그가 품은 우리 민족에 대한 우직한 사랑이 헤아려진다.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그림언어로 풀어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고, 따뜻하고 정다운 그림체에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나긋나긋한 이야기체를 덧붙임으로써 어린 독자들도 쉽게 매료될 수 있도록 장치한 점이 돋보인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이 글을 함께 읽어줄 어른들이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해 더불어 생각해 볼 기회를 한 번쯤은 가져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