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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영혼 푸르게 젖다
2. 그녀의 날갯짓, 할퀴고 지나가다 3. 매혹의 향기, 서로 나누다 4. 파랑새는 품을 떠난다 5. 안녕이란 말을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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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몰두하려고 노력했어. 그녀를 예쁘다고 생각하고, 퇴폐적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육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친밀함이 빠져나간 저 묘한 눈빛, 하지만 나는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그녀의 눈빛이 좋앗고, 질질 끄는 듯한 교태섞인 목소리도 나를 위로해 준다고 생각했지. 나는 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유나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면, 슬픈 자괴감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어.
--- p.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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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야경이 차창 너머로 언뜻 다가왔다 사라지더군. 쨍그랑 동전 소리를 내고 차는 터널로 진입했어. 주홍빛 조명이 차 안으로 흘러들어 왔고, 내 욕망도 어지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녀의 숨소리에는 날 흥분시키는 교태가 실려 있었어. 나를 지독히도 유혹하고, 내 정신을 마비시키는 그 거칠고도 향긋한 숨소리. 그녀도 나처럼 은밀한 행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죄인처럼 꼼짝없이 앉아 앞으로 벌어질 이단적인 쾌락을 탐욕스럽게 공상하고 있었어. 아, 이 유혹을 모른 척했다가는 죽을 때까지 회한과 고통으로 몸부림칠지도 몰라. 나는 열을 세기로 했어. 그때까지도 그녀가 내게서 몸을 떼지 않으면 내 욕망을 실행해 보이리라. 내 취한 의식은 욕망과 불안 사이를 숨까쁘게 오갔지. 시간이 내 숨소리와 함께 정지했어. ---pp.77~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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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휘청거리는 외줄타기?
영혼이 떨리는 것 같은 사랑을 해보지 못한 30대 후반의 철학 교수에게 어느 날 불쑥 사랑이 찾아온다. 그는 그 여자, 신유나에게서 그 자신 도저히 어쩌지 못할 운명 같은 설렘과 떨림을 느낀다.
그러나 그 여자는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였으므로 그 사랑의 시작은 은밀할 수밖에 없다. 윤리를 가르치는 철학자에게 도덕과 윤리라는 사회적 잣대는 무시할 수 없는 장벽 아닌가. 여기에 덧붙여 열여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무시 못할 단절감을 안겨 준다. 자연히 그의 사랑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이미 영혼이 매혹당한 그는 점차 금기의 영역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가 그 여자와 벌이는 사랑의 행로는 그래서 불온하다. 이제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의 행위 하나하나는 사회적 금기와 편견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가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철학 교수라는 이성적 공간을 떠나 한 여자를 사랑하는 감성적인 인간이 되었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만이 온전히 그 여자를 사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비극적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그 여자를 자기 영혼으로 받아들인 그를, 그 여자는 온전히 사랑하게 될까.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이 지점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그에게는 그녀가 전세계였지만, 그녀에게 그는 가정 너머의 정부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의 결말은 우리가 가진 통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우리는 흔히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여자를 '정부'로 둔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신유나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거꾸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