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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박수영
광개토 200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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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내 영혼 푸르게 젖다
2. 그녀의 날갯짓, 할퀴고 지나가다
3. 매혹의 향기, 서로 나누다
4. 파랑새는 품을 떠난다
5. 안녕이란 말을 묻는다

저자 소개 1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의 역사학과에서 현대 유럽 역사를 공부했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와 성신여대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1997년 《실천문학》 겨울호에 중편소설 「바람의 예감」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마력적인 아름다움을 내뿜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첫 장편소설 『매혹』(2001)과 후속작 『도취』(2003)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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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38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370086

책 속으로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몰두하려고 노력했어. 그녀를 예쁘다고 생각하고, 퇴폐적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육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친밀함이 빠져나간 저 묘한 눈빛, 하지만 나는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그녀의 눈빛이 좋앗고, 질질 끄는 듯한 교태섞인 목소리도 나를 위로해 준다고 생각했지. 나는 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유나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면, 슬픈 자괴감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어.

--- p.207

아름다운 도시 야경이 차창 너머로 언뜻 다가왔다 사라지더군. 쨍그랑 동전 소리를 내고 차는 터널로 진입했어. 주홍빛 조명이 차 안으로 흘러들어 왔고, 내 욕망도 어지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녀의 숨소리에는 날 흥분시키는 교태가 실려 있었어. 나를 지독히도 유혹하고, 내 정신을 마비시키는 그 거칠고도 향긋한 숨소리. 그녀도 나처럼 은밀한 행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죄인처럼 꼼짝없이 앉아 앞으로 벌어질 이단적인 쾌락을 탐욕스럽게 공상하고 있었어. 아, 이 유혹을 모른 척했다가는 죽을 때까지 회한과 고통으로 몸부림칠지도 몰라.

나는 열을 세기로 했어. 그때까지도 그녀가 내게서 몸을 떼지 않으면 내 욕망을 실행해 보이리라. 내 취한 의식은 욕망과 불안 사이를 숨까쁘게 오갔지.

시간이 내 숨소리와 함께 정지했어.

---pp.77~78

출판사 리뷰

금지된 사랑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휘청거리는 외줄타기?
영혼이 떨리는 것 같은 사랑을 해보지 못한 30대 후반의 철학 교수에게 어느 날 불쑥 사랑이 찾아온다. 그는 그 여자, 신유나에게서 그 자신 도저히 어쩌지 못할 운명 같은 설렘과 떨림을 느낀다.

그러나 그 여자는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였으므로 그 사랑의 시작은 은밀할 수밖에 없다. 윤리를 가르치는 철학자에게 도덕과 윤리라는 사회적 잣대는 무시할 수 없는 장벽 아닌가. 여기에 덧붙여 열여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도 무시 못할 단절감을 안겨 준다.

자연히 그의 사랑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이미 영혼이 매혹당한 그는 점차 금기의 영역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가 그 여자와 벌이는 사랑의 행로는 그래서 불온하다.

이제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의 행위 하나하나는 사회적 금기와 편견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가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철학 교수라는 이성적 공간을 떠나 한 여자를 사랑하는 감성적인 인간이 되었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만이 온전히 그 여자를 사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비극적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그 여자를 자기 영혼으로 받아들인 그를, 그 여자는 온전히 사랑하게 될까.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이 지점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그에게는 그녀가 전세계였지만, 그녀에게 그는 가정 너머의 정부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의 결말은 우리가 가진 통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우리는 흔히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여자를 '정부'로 둔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신유나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거꾸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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