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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ne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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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데뷔작으로만 기억되는 불운한 작가들이 있다. 주인공인 제이 매킨토시 역시 바로 그런 케이스.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와중에 가명으로 몇 권의 펄프픽션을 쓰기도 하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그런 그와 동거하고 있는 케리는 그저 그의 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려는 생각뿐인 이기적인 여자. 곧 그럴듯한 신작을 써내지 못하게 되면 그에게는 오직 두 가지 선택만 남는다. 케리가 권하는 대로 속물적인 인생을 살 것이냐, 아니면 평생 싸구려 와인이나 마시는 정직한 내리막 인생을 살 것이냐.
그러던 어느 날, 축복처럼, 기적처럼 하나의 기회가 찾아온다. 프랑스 남부지방에 내놓은 포도농장 부동산 광고가 눈에 띈 것이다. 제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농장을 사들인다. 자, 과연 제이를 부추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가 옛 친구 잭애플 조 콕스가 남긴 유일한 선물인 블랙베리 와인 여섯 병이다. 이들은 무미한 일상을 살아가던 제이를 부추기고 선동하고, 마법에 홀린 듯 제이는 프랑스 촌구석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곳에 가면 잊혀진 무언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듯한 느낌에 제이는 와인 병과 타자기만 달랑 들고 무작정 그곳을 찾아간다. 한편 제이의 농장 근처에는 말 못하는 딸을 데리고 사는 젊은 여인 마리즈가 있다. 새로 이사온 이웃을 기피하는 냉담한 여인의 반응은 못내 미심쩍고, 그녀를 둘러싼 동네의 여론도 차갑다. 그녀의 남편이 몇 년 전에 사고로 사망했는데, 바로 그녀가 남편을 죽인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제이는 그녀의 딸을 통해 그녀와 서서히 마음의 교류를 시작한다. 와인이 불러온 마법은 그뿐이 아니다. 사춘기 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다 만난 광부 출신 괴짜 노인 조가 유령처럼 그의 앞에 출몰하면서부터 작가로서 그의 영감도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 광부이자 여행자이며, 마법사이자 위대한 정원사였던 조. 제이의 처녀작이자 유일한 성공작 역시 사실은 그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 여름 이후, 갑자기 사라져버린 조 때문에 제이는 마음 깊이 상처를 입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기피해왔다. 한편 사라진 제이가 프랑스에서 신작 집필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케리가 건수를 노리고는 한 떼의 방송국 촬영 팀을 이끌고 제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 과연 제이는 마음의 평화와 그에 대한 마리즈의 신뢰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제이의 눈앞에 나타난 조는 그의 환상이 만들어낸 환각일까,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살아 있는 육체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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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병 속에 담을 수 있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과거의 시간을 와인 병 속에 담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과연 그 안에는 어떤 기억이 담길 수 있을까? 어느 해가 될 것이며, 그 와인의 맛은 어떠할까?
조안 해리스의 ‘음식 3부작’은 그녀의 타고난 미각뿐 아니라 그녀의 가족사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었던 외할아버지의 흑백사진을 소재로 하여 씌어진 『오렌지 다섯 조각』, 마법과 같은 음식 솜씨를 지녔던 외증조할머니가 영감의 주인공이었던 『초콜릿』에 이어 『블랙베리 와인』의 숨은 주인공은 영국인인 친할아버지였다. 요크셔 사나이이자 광부이고 정원사인 조 콕스는 그를 모델로 하여 창조된 인물이다. 그는 탄광에서 입은 부상으로 참전하지 못해 평생을 원치 않는 광부 일을 하며 살았고, 훗날 은퇴하여 작은 텃밭을 가꾸며 말년을 보냈는데, 조안 해리스로 하여금 허브와 원예의 세계에 눈뜨게 한 이가 바로 그 친할아버지였던 것. 『오렌지 다섯 조각』과 『초콜릿』에 고집스럽고 강인한 프랑스 여인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면, 『블랙베리 와인』의 또다른 주인공인 조의 모습에는 자연과 마법적 치유의 힘을 믿었던 영국 시골사람들의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행간마다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할아버지가 담근 와인의 맛은 어땠을까? 조안 해리스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할아버지가 와인을 담그는 방식은 대개 매우 실험적이었고, 따라서 그 결과물은 도저히 마실 수 없는 것일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드물게도 정말 훌륭한 것들도 있었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분이 담근 와인들을 아직도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답니다. 제이는 그 점에서 저보다 용감하죠. 저는 아직도 그걸 마셔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거든요.” 잘 익은 와인 같은 기품과 지혜가 담긴 조안 해리스의 대표작 『블랙베리 와인』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